어떠한 나이라도 사랑에는 약한 것이다.
그러나 짧고 순진한 가슴에는 그것이 좋은 열매를 맺는다.
- 푸시킨
난 선택권이 없는 유아기때 누나들의 손에 끌려 교회에 출입했다.
몸이 커지고 남성 호르몬이 왕성해 지면서 부터
누나들 손에 끌려간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갔다.
교회엔 이쁜 여자매가 많이 있었으니까.
당시엔 이성교재를 범죄로 취급하던 시절이다.
범죄가 아닌 합법적으로 여학생과 만날 수 있는 곳이 종교 단체였다.
그 중 개신교는 예배당보다 연애당이란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연애하기 좋은 장소 였다.
난 진리보다 여자매와 만남을 더 좋아 했다.
진리는 내게 아무런 감흥도 줄수 없는 신기루 였지만,
여자매는 내 몸의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켜 주었으니 진리 따위에 관심을 가질리없다.
사실 지금도 진리 따윈 내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중학교를 억지로 졸업하고
공부가 하기 싫어 고교진학을 포기하고 사회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늘 다니던 거리 소낙비 내린 봄날 눈부시게
예쁜 여학생에 반해 그녀의 그녀의 뒤를 밟게 되었다 .
그녀는 청년 생활 불교 청소년 단체 회원(?)이었고,
난 그날로 생활 불교 청소년회에 가입 했다.
그녀에게 접근 하려면 예배당에서 향제자매로 하듯이
'법우'로 접근하는게 자연스럽고 쉬웠으니까...
이 여학생을 만나는 계기로 많은 사찰에 들락 거렸으며
불교에 대해 어깨넘어 귀동냥좀 했다.
모태신앙의 진리도 관심 없던 녀석이
여자 때문에 방문한 불교 진리에 관심 있을리 없다
난 이성에 더 관심이 많았고 첫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공돌이 생활을 하기 전이 었음에도
내겐 낭만이란걸 눈씻고 찾아 봐도 없다.
난 모태 묵뚝뚝인데다 말도 직설적 이었다.
친구들은 여성과 데이트하려고
선물에 쪽지 편지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영장류였지만,
난 이런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르는 짐승이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 둔 어느날,
밤새 법당에서 연등을 만드느라 엄지와 검지는 연잎색으로 물들고,
옷에는 온통 밀가루풀을 범벅이 하고 있는데,
내 상사병의 병균이 법당으로 들어섰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무식한 나는 예나 지금이나
분위기 파악할 줄 모르고 하고 싶은 말은 직설적으로 한다.
"법우님!, 우리 내일 데이트 할까?"
돌이켜 보면 참 멋없는 놈이었다.
영화보면 멋있는 멘트가 얼마나 많은데, 겨우 이런 멘트를 날리다니...
박물관 관람 가자든가..
봄에 어디 꽃이 예쁘니 꽃구경 가자고 하면 얼마나 좋은가?
순간적으로 말을 뱉고 잔머리 굴렸는데 버스는 떠났다.
(으... 멍청한 놈 이래서 여자 꼬시것냐? )
사실 내 병원균은 당시 법당의 많은 법우들이 짝사랑하던 여법우이다.
당시, 많은 녀석들이 짝사랑하면서
그녀 앞에선 말도 못 꺼내고
없을 때 그녀를 주제로 키특거리며 얘기하고 놀았다.
그런 녀석들의 대화를 들으며,
"말해봐. 그래야 좋은지 싫은지 알수 있잖아?"
라고 같잖은 충고를 했지만
나 역시 용기 없어 말못하고 있는 건 매 한가지 였다.
또 하나 나를 더 망설이게 만든건
다른 남법우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난 학교도 안가는 빈둥 빈둥 백수였다는
자격지심에 거절 당할 것이란 선입견이 나를 사로 잡고 있었다.
거절 당할 땐 당하더라도 하루 속히 지긋지긋한 상사병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던진 멘트가 단도직입적이 되어 버린거다.
비웃고 심하면 뺨 이라도 한대 맞을줄 알았는데.
"네 좋아요"
라는 답변이 왔다.
예상과 빗나가도 너무 빗나간 답변이 돌아오니 너무 당황 스러웠다.
이 후 어떤 횡설수설을 그녀에게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집에 돌아와 잔뜩 들떠있던 난
다음날 그녀와 만나면 손잡을 궁리만 했다.
데이트하며 손잡을 방법에 대하여 밤새 잔머리를 굴리다 잠이 들었다.
첫 데이트날,
지금은 패션이라고 부러 찢어진 청바지를 사입지만,
당시엔 오래 입어 낡고 닳아 여기저기 찢어진 청바지가
내가 가진 유일한 외출복 이었다.
찢어진 청바지에
형이 군에서 가져온 야상을
각잡히게 두어시간 열심히 다려입고
만남의 장소로 눌루날라 뛰어 나갔다.
긴 생머리에 햐얀 바지와 연두색 자켓을 입고 미리 나와 있는
그녀를 보며 머쩍게 웃으며 만난 것이 두근두근 나의 첫 데이트 였다.
손은 잡았냐구요?
손 한번 잡아 보겠다고 밤새 잔머리 굴렸는데 실패할 리가 있겠는가!
그녀와 난 쫄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박물관 가자고 하여 공주 박물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꽃구경가자며 국립공원 계룡산으로 향했다.
갑사 입구에 도착하니 시계 바늘은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유로운 척 산행을 이끌었다.
등산 경험이 없는 그녀는 생각없이 나를 따라 왔다
해는 뉘엇뉘엇 서산으로 넘어가는데
우리는 계룡산의 8부 능선즈음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걸,
나도 등산 경험없는 사랑스런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계룡산에 올라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거다.
팔부능선에서 정상까지 길이 얼마나 험난 한지를...
이 험난한 산길을 올라 가려면
춤이 아니어도 신체접촉은 필수다.
해떨어 지기 전에 내려 가야 한다고 우리는 서둘렀다.
이날 그냥 손만 잡은게 아니다.
누가 봐도 자연스런 동작이었겠지만,
가슴도 만지고 엉덩이도 만졌다.
나의 음흉한 첫 데이트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쳤다.
으흐흐흐~
:-)
이때까진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세상에 천하의 스테어를 상대로 영원히 이길 수 있는 강적을 만났다는 것을..
첫댓글 .ㅎㅎ
그 첫사랑이 지금의 부인이실라나요?
맨 마지막 글에 강적이라 힌트를 주시니...ㅎ
잔머리 쓰고 요리조리 잔재주 부리는 것보다는 화끈하게 만나자고 한게 더 박력있는 것 같네요.
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한다던 그 말처럼요~~
산행은 남하고도 가까와지는 법인데 좋아하는 사람하고 갔으니 얼마나 더 가까와 졌을지 안봐도 비디오네요~~^
손잡고 땡겨주고
엉덩이 밀어주고..
몸땡겨주다 가슴도 스치고~~ㅋ
현금 수송 작전처럼
산행 데이트 작전도 아주 좋아요.~~
오늘도 힘내는 하루 보내세요~~
지금 병실에서도 껌딱지 처럼 붙어 있습니다.
제가 운이 좋은 녀석이죠. ㅋ
그날세운 목적은 다 성공했는데.
마지막 중요한 목적은 실패 했다는 ㅎㅎㅎ
<비에 젖은 욕망> 같은 스토리로 예상했었는데 겨우 산행이라니요.
그시절 산에 미처있었습니다
백두대간을 하고 있었죠. ㅋ
첫 데이트를 산행???
산에 가서 산삼을 캘려고????ㅋ
정말 독특한 생각,,
산으로 간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궁금
백두대간을 할때라서 ..
시간이 부족한데 산으로 곧장 가지 않고 박물관를 거친것은 나름 계획이 있어서죠.
그녀의 집애 가는 막차를 놓치는것.
자연 (?)스럽기 성공 했습니다만..성공의 기쁨도 잠시
제가 오토바이 태워 데려다 줬다는 슬픈사연이 -_-
@스테어 ㅎㅎㅎ 슬프긴 나는 왜 잼나죠? ㅎㅎ~~
@룰루라라 타인의 슬픔은 내 기쁨이 되기도 하니까요.
@스테어 ㅎㅎ 아니요~~
그럴리가요~~^
글이 잼나다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