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갈 길이 멀다.
하여 어제처럼 이른 조식을 챙기기 위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잠을 줄이고 서둘러야 원하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법이요
그동안 미처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먹어볼 기회를 갖는 법이나 역시 야채와 과일이 주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랬어도 속은 든든하고 먼 길을 떠날 채비는 완료되어 버스에 오르고 나니 도심을 지나 울울창창 초록으로 물든 산세 사이로
휙휙 구불구불 지나다보니 중간 기착치에서 화장실 방문은 필수라고 전부 내리랍니다.
정말이지 친절과는 거리가 먼 중간 기착지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이 그저 화장실만 휑 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켸문화유산 "토루"를 만날 생각에 기분은 절로 들뜬다.
2시간 30여분은 대략적인 시간이고 대충 기사님의 운전 실력과 도로 사정과 돌발상황이 무엇이든 결정하는 법.
다행스럽게도 별 사항이 생기지 않아 무사히 관광 생계형"토루"에 도착하고 보니
이런 산골에서도, 어떤 경우에도 생존의 능력이란 존재하는 법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내처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드는 절경 속에서 촬영하기 어려운 "토루" 집단들을 보면서는
고대 중국에서만 나타난다는 독특한 주거 형태가 여전히 잔존해야 할 이유를 알겠더라고.
중국 남부 민족인 "객가족"이 적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성채같은 집을 지어서
수 십에서 수 백 명이 함께 살았던 고대 아파트 형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는 말이다.
다양한 약재와 차를 위한 수고로운 품팔이는 따스한 햇살, 그들의 언어인 "양광" 이 있어야 가능한 법.
개인적으로는 양광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저들의 수고로움 덕분에 늘상에서 만나는 차와 약재는 우리에게 편편하게 전달되는 듯.
현재 남아있는 "토루"는 천년 이상의 역사와 세월을 지닌 명나라 때 건축된 것이라 하니
그들의 더께를 알 것 같았으며 어찌되던 살아남아야 했을 그들의 종족 보존법도 이해가 가능했다.
헌데 실제적으로 가보면 관광객들 때문에 어수선하고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저들의 빈한한 상품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늘어놓고 판매하는 상인정신?
빨간 바나나는 이곳의 특산물이라고는 하지만 감히 먹어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저 빨간 바나나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 촬영하느라 난리굿이고 뭔가를 팔아야 한다는 강박에 상인들의 소란스러움도 절정이어서
진심으로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누군가를 사귀어서 들여다 보는 수밖엔 없을 듯하다.
하여 1층엔 부엌, 2층엔 창고, 3층엔 침실 공간이 기본인 "토루"에 대한 궁금증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으므로
현지에서 그 실체를 직접 느껴보고 알고 싶었으나 실제는 좀 다른 여건이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어느 나라든지 관광 상품에서는 체험이 빠질 수 없는 듯.
시간에 따라 체험시간이 달라서 그들의 문화를 자랑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으나
이미 줄지어 있는 상품을 보면서 상상해볼 밖에.
이어진 점심시간, 처음으로 돌아가는 식탁 "전라갱"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채워져 나온 상차림.
그들이 내어준 음식은 늘 그렇듯이 로메인 상추로 손길을 가게 했고 이후에 상하이 국제학교 아이들인
한국학생들이 체험단으로 오면서 가져온 김치 한 접시는 소중하게 우리 테이블에 쓰윽 ....
다들 미친듯이 먹어대지만 우리끼리 아는 비밀은 있다.
어쨋거나 원형 토루와 정사각 토루, 전라갱에서 즐기는 식사는 기분좋음과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역시 정사각 토루 윗부분에도 CCTV가 버젓이 관광객들을 노려보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곳이나 제패하고 있다는 중국 CCTV의 위력을 알 것 같았다....찜찜한 기분은 보너스.
700년의 역사를 지닌 "유창루"는 가장 오래된 토루이기도 하다.
남정마을 전체 여기저기서 만날 볼 수 있는 토루는 기본적으로 건축적 의미와 형태는 대체로 비슷하다.
중앙 공간을 기본으로 거주민둘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5층으로 지어진 270칸의 내부 시설이 있다.
그러고보니 "객가인"의 조상신을 모시는 제단이 중앙에 자리하므로써 그들의 단합력과 단결된 마음을 유지하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이 과거형 삶에서 벗어나 여전히 자신들의 종족을 보존 시키며 세상사와 무관하게 살아올 마음을 없애 볼
기회를 노리는지도 모를 일이다....최첨단의 현실인간들이 그들의 삶을 궁금해 하며 몰려드는 것을 보자면 말이다.
토루 탐방을 끝내고 다음 "탑하촌" 장수마을로 이동하면서 같지 않은 -너무 탁해서 물이라고 하기엔- 시냇물을 곁에 두고 걷는다.
걸으면서 보자니 보이는 길녘마다 버려진 땅이 없도록 온갖 채소와 잡풀과 꽃이 공존하고 있다.
생존과 여유라는 말이 조금은 가능할 것 같은 그리하여 왜 장수마을이라는 타이틀을 지닐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겠다.
그 많은 여행객들이 길목을 다님에도 불구하고 호객행위 없이 여유로운 쥔장.
그를 보면서 내 세상과 네 세상은 다르다? 뭐 그런 느낌....커피 한 잔 할까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패스....와중에 커피가 맛이 없다는 가이드의 설명이고 보면 아하, 이해가 되었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좋고 물좋은 옛스러운 마을, 전통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본래 모습과 세월의 흐름을 이어받는 모습.
자연의 에너지가 뿜뿜 인 곳에서 만나는 이색적인 중국가옥들과 객잔이라 불리울 숙박 시설과 카페와 식당.
이 모든 것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이어 100세가 넘는 노인들이 수두룩하다는 장씨 집성촌이라고도 불리는 탑하촌으로 걸어간다.
아마도 장씨 후손들이 장씨 사당 "덕원당"을 짓고 극진하게 모셔준 결과로 장수마을이라는 타이틀을 얻을만큼
극진한 정성과 공양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고 새롭게 조성된 길을 성큼 성큼 걸으며 고즈넉함을 느낀다는 이 아이러니.
하지만 걷는 내내 즐거운 탐방길이기도 했으나 빠른 걸음 덕분에 이동 동선 골목길을 지나칠 뻔 했다.
이어지는 골목길을 따라 찾아든 곳은 이런 오지 마을에서도 26명의 인재를 배출해냈다는 인재마을이다.
마치 우리나라 당간지주처럼 혹은 이슬람 문화권의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서있는 당주들을 보면서 울컥 하였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가 있어야 이런 산골에서 출세의 길을 걷거나 인재로 등용된다는 것인지.
하여 올려다 본 당주 끝자락에는 붓의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장수촌의 덕원당과 인재마을, 뭔가 불쑥.
* 가이드 폰이어야 가능했던 사진을 받고 보니 새삼스러운 그날의 기억.
이윽고 샤먼 여행의 본 목적인 "토루" 탐방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 반, 너무 황홀했던 마음이 반반 섞여
그들의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존중하는 마음을 갖기도 했다.
아무리 보아도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토루" 건축공법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 옛날의 어느 나라던지 아무리 열악한 여건이었어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생존력을 기르고 건축을 완성했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존경스런 마음으로 확장되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었어도 깊은 울림을 준 "토루" 방문을 마치고 다시 샤먼 시내로 돌아가는 길.
돌고도는 길목이 그저 뿌듯했지만 몰려오는 졸음에 눈을 감고 혼자만의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토루" 에서의 일정은 길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사진 한장으로나마 흔적을 남기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여정을 간접 경험을 하는 순간을 느껴본다.
되돌아 나오는 길. 며칠동안 남의 나라의 문화와 풍습 볼거리, 먹을 거리 탐습을 위해 수고했을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자 밀린 피로와 피곤을 녹진하게 풀어줄 마사지를 하기 위해 이동한다.
예상은 늘 기대치를 높이고 결과는 만족수준.
여행을 다니면서 늘 찾게되는 마사지는 또 나라마다 방법이나 취하는 태도가 조금씩 다르긴 하나
역시 긴 여행끝에 한번쯤 내몸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허나 만족도는 담당 마사지사의 손길에 따라 다르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 받는 자의 몫이어서
딱 어떻다라고 표현하기 어려우나 대체로 만족한 듯하다.
특히 쥔장, 아무래도 한국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시설도 쾌적하고 매우 친절하기도 한데다
그곳 역시최첨단 기술로 무장된 시작점 코드 사용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 동행 지인의 사진을 빌려왔다.
흔들리는 버스에도 잠깐의 수면끝에 시내로 들어와 마사지를 끝내고 이동하면서
오늘의 또다른 하이라이트인 양꼬치 전문점으로 향해 가면서 기대감은 무르익고
그야말로 웬만해서는 마음껏 먹어보지 못할 무제한 양꼬치에 도취한다.
맥주에 취하고 다양한 꼬치들을 맛보면서 그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한다.
이렇게 일일이 꿰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아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노고에도 취했다.
하여 마지막 날의 여정을 흥에 겨워 누려본다.
그러나 다양한 종류의 꼬치 중에서도 오징어 다리 꼬치는 정말이지 아쉽고도 아쉬운 몰골이기는 했다.
도대체 그런 새다리보다 못할 오징어 다리는 어디서 공급받는 건지 궁금하다....라며 오징어 다리만큼은
세꼬치를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면서 다들 난리블루스여서 동참.
그랬어도 언제나 늘 푸짐한 음식과 맛난 먹거리를 제공해 주었던 "엄 걸 " 가이드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다른 것 보다도 여행지 먹을 거리에 진심인 쥔장으로서는 가는 곳마다 최상까지는 아니었어도 최선의 식사를 제공받고
흐뭇하게 호텔로 돌아가곤 했다....숙면을 취할 시간이다.
첫댓글 덕분에 "세계테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속으로"등 프로 속에서나 보던 풍광들을 줜장 사진들로 보니 신기하긴 하나
그렇게 어수선하고 불친절하다니 여행으로 이어지게 하긴 좀 망설여지긴 할듯해요 덕분에 즐겁게 읽었네요.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이즈음은
관광객들을 반기지 않는 곳이 허다하나
그런대로 어수선하기는 했어도 즐거웠다요.
사는 방법들이 다 여러가지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저도 가고 싶네요,, 잘 보았습니다.
맞아요...다양한 삶이 존재하죠.
김장하다가 글쓰는 모임 친구의 영면소식을 듣자니
지금이 그런 시점인가 싶기도 하더라는.
늘 강건하시옵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