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아침인가? 어제 아침인가 기억도 분명치 않으니...
새벽에 아니 한밤중에 라는 말이 더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눈이 뜨여서 졸업 삼십주년 기념문집을 집어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글은 다 읽었고 친구들이 쓴글도 많이 읽었는데 이제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안본것 다 읽을려고 첫장부터 넘기며 사진도 일일이 들여다 보았는데 아- 또 탄식, 감격...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그리웠던 친구들이 보이는데...
고1때 가장행열한 사진에 꽹가리(매구)를 든 채종수가 보이고 징을 든 천문우가 보이네요. 박중남이 이름이 보이는데 나는 못알아 보겠고 천문우 옆에 중절모(나까오리)쓰고 색안경을 꼈지만 누군지 당장 알아보겠는 친구도 보이고... 조병준, 이재철 저 대머리 서수지와 이정길...이현세,유건국...이동대와 회장직 인수 인계하는 김길수...
김길수는 서울 산악회 사진에서도 보이고 부대위문 사진에도 보이네요
김길수는 2학년6반때(총천연색 김옥진 선생님반) 우리반 반장을 했었는데 공부도 잘했지만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언제나 시원하게 붙임성있는 친구라 지금도 가까이두고 왔다갔다 하고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친구 이었지요. 그런데 재경 경구회가 전방 방문한 사진을 보니 아- 김경한이 사진이 보이네요. 나도 모르게 경한아- 하고 불렀더니 옆에서 자고있던 마누라가 응 여보 왜그래? 하면서 벌떡 일어 나지 웝니까?
미안하기도 했지만 얼른 당신또 꿈을 꾼모양이군 하고 시침을 뗏지요
내가 이 친구를 꼭 보고 싶어 한 이유가 있는데 친구도 친구지만 내가 다닌 국민학교 교장 선생님 이셨던 군의 아버님이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계시고 또 선생님을 뵈오면 여쭤볼 일이 하나 있는데...
이젠 불가능 하겠지...
이 김경한 군과 백정호군이 언제나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백정호군이 안보이는 이유는 전해들어서 알고 있으며 지금은 박철언형과 어울리는 모양 입디다만.
백정호 군은 국민학교도 같이 다녔는데 공부도 잘했고 나는 국민학교 들어갈때부터 졸업할때까지 반장을 했는데 단한번 백정호에게 반장을 뺏긴적이 있는 그런친구 이었지요. 우리 졸업할때 싸인지에 10년지우야 헤어지다니 라는 글을 나에게 써 주었는데 그때 벌써 이 친구에게는 내가 경고를 가지않고 상고로 간다는걸 얘기했기 때문에 이 친구는 알고 있었지요. 금융이나 무역에 뜻이 있다는걸...
김경한군은 일학년때 우리반 이었는데 처음에 학교에 입학하고서 나에게 관심을 무척보이길래 왜 그런지도 몰랐는데 하루는 나에게 오더니 "야 너 공부 참 잘했던데..." 라면서 엉뚱한 소리를 하길래 "니가 우째 내가 공부를 잘했는지 아노?" 하고 물었더니 아뭇소리도 않고 씽긋이 웃기만 했는데 그다음에 내가 또 물어보니 사실은 자기 아버님이 서부국민학교에 교장으로 계신다고 실토를 하더군요.
우리가 국민학교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졸업일제고사를 친적이 있었지요 국어,산수,사회,자연이 각 백점 만점이고 기타(음악,미술등)가 백점 계 500점이 만점이었는데... 나는 졸업할때도 내가 몇점이라고 누가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 친구를 통해서 내가 만점을 받았다는걸 알았답니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신문에서 스승의 날만 보면 선생님 생각이 나고 꼭 여쭈어 봐야지하면서 오늘까지 지나와 버렸군요.
국민학교 졸업이 임박해서 어쩌면 마지막 조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가 막 끝 났는데 담임 선생님 이시던 한학현 선생님 께서 너 교장선생님이 보자시니 교장실로 가보라는 것이지요.
다른반 선생님이라면 몰라도 교장선생님이 나를 보자실 이유가 없는데... 하면서 교장실로 갔었지요. 선생님은 키도 크시고 풍모가 준수하셔서 나도 커서 교장선생님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었답니다.
선생님께선 조금전에 훈시를 하셨는데도 교장실에 들어서니 기다리고 계셨던지 불도 안피운 난로곁에서 서 계시면서 내가 멈칫 멈칫하니까 이리 가까이 오너라 하시면서 난로 곁에있는 의자에 앉으라고 하셨지요.
지금 생각하니 별로 중요한것 같지도 않은걸 몇가지 물어 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민족자결주의에 대해서 말씀하시고 미국의 윌슨 대통령얘길 들려 주신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입학시험 잘보라는 당부와 함께...
여러 대감들 언젠가 내가 사랑방에 올린글에 우리입학시험 문제에 사과로 사방연속도안을 그려라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지요?
또 이런 문제가 있었지요. 민족자결주의를 부르짖은 사람이 누구냐고요.
물론 정답은 루즈벨트 대통령 이었지요. 우리 입학생들의 95퍼어센트 이상이 다 맞게 답했지 싶은데 나는 이문제를 여러번 망설이다가 윌슨대통령으로 오답을 쓴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교장선생님과의 개인 면담이 나를 헷갈리게 한거지요. 우리 입학때 Cut Line이 505점 이었다는걸 밝혀 둡니다. 우리학교 출신 한명이(난 지금도 이친구 이름을 알고 있는데 어디에도 아직 이름이 안보이네요) 505점에 턱걸이 해서 걸린것도 알고있고 내 점수가 몇점 이었던지 알고 있답니다. 채철이가 최고득점 한것도, 내 수험번호가 몇번이었던것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어째서 교장 선생님께서 상식밖으로 나를 불러서 일부러 그런 말씀을 하셨던지... 혹시 자제분인 경한군과 나와의 해후 가능성을 예견하신건지 꼭 여쭤보고 싶었 었는데...
그후 경한군의 누님이 영어를 가르치신 김종탁 선생님과 결혼을 했고 언젠가 경한군이 한번 집으로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교장 선생님 만나면 쑥르러울것 같은 생각에 거절을 했었는데 이렇게 후회가 될줄이야...
다른 많은 보고싶고 궁금하던 친구들 소식도 알고(벌써 또 십년도 지난 옛날 얘기이지만) 그 시쿵작쿵 정승구도 어딘가 보이던데...
정재기, 이승, 미국쪽에도 많은 친구들이 보이고...
글쓴사람 대부분 알겠네요. 차차 얘길 해야지 앞뒤도 모르겠고...
어떤 벗들이 어떤길을 걸어 왔는지 많이 알았지요.
나는 70년대 중반에 이곳 독일에서 외과의로 학계에서 이름있던 L교수집에서(그때 벌써 본대학교 正敎授) 당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원에서 내과과장을 하신 이문호교수님과도 인사를 나눈적이 있었는데(그때 나는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 사장으로 있었지요) 진작 알았더면 내 친구 서정돈(서정일)의 안부도 묻고 근황도 알수 있었겠는데...
저 친구는 학교 다닐때도 글쓰는 재주가 있어 "나는 고백한다"라는 제하에 편지문 형식의 글을 학급문집에 올린적도 있었지요.
누가 어떤 글인지 궁금 하신분은 여경우, 강수균 두교수님께 물어보면 보실수도 있고 저에게 메일 주시면 보내드릴수도 있겠네요.
이길우 선생님에 대한 회고를 해야겠는데...
오늘은 글이 너무 길어저 다음으로 미루어야 되겠지요.
편히들 쉬시고 한주일 멋있게 시작하시구려.
화봉형과 진수형은 서정돈이 가끔 만나는 모양인데 안부 전해 주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