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오늘 오랫만이라 말하였지만 나는 어젯밤 꿈에서도 너를 보았고
이 시간이 지나면 너에게 있어서 나는 기억 되지 않을 사람 이겠지만
나에게는 하루하루 기억하려하지 않아도 기억나는 너
하루하루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기억 나는 너...
너는 웃는게 참 예쁜 사람 이었지. 눈감아도 보일정도로 너무 예쁜 웃음이어서
지우려 해도 잘 지워지지 않았던 사람. 내 웃음은 너에게 보이지 않았겠지만
너의 웃음만큼은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도 눈 감으면 저절로 보일 정도로 뚜렷해.
그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귀찮았지만 오늘만 일좀 도와달라는 선배의 말에
아무생각없이 나갔던 그날. 잊혀지지 못할 너를 만난 날.
날씨만 조금 흐렸으면 그날 비만 내렸으면 '선배의 친한 동생'으로 그냥 그렇게 다가왔을 너였지만
그날따라 해가 너무 쨍쨍해서 너무너무 밝아서 더 환하게 보였던 너.
그렇게 그날 하루를 정신없이 눈부신 채로 지냈어.
너는 내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말 못하고 실수만 자꾸하는 나에게 신경질 한번 안부리고
친절하게 대해주더라. 차라리 신경질내고 화내면 정이라도 떨어졌을껄 왜 그렇게 잘해 줬니?
그냥 잘 대해주지말지.. 웃음짓지 말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얼추 일이 끝났을 무렵
하루종일 고생했다며 술한잔 하자며 근처 호프집으로 가잔 선배의 말에 어쩌면 너와 친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던 나. 나도모르게 헤벌쭉 웃음이나와 혼자 실실대는 나에게 웃는모습이 예쁘다며 상투적인 칭찬을 하는 너에게
나는 예의상 하는 말인걸 알았지만 왜이리 기뻤을까.
그렇게 한시간, 두시간
슬슬 취기가 오르는 나에게 너는 얼굴이 많이 빨갛다며 집이어디냐 물었지.
우물쭈물 말하는 나에게 방향이 같다며 데려다 주겠다는 너의 말에 혹시나하는 기대를 1초나마 품었지만
예의 상이라 생각하며 나섰던 호프집. 그리고 그날 따라 잘 잡히지 않는 택시덕분에 집까지 함께 걸었던 너와 나.
좁은 골목길 지나려던 차를 너 때문에 발견하지 못하는 나를 한쪽 팔로 막아 주었던 너.
깜짝 놀랐지만 이내 수줍은 미소를 짓는 나를 보고 너는 괜찮냐며 걱정을 해주었지.
그때 그 차에게 화가났다기 보다는 너무너무 고마웠단걸 3년이 지난 지금 너는 알까.
평소에는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집앞 골목길이 보이고 드디어 집앞.
친한 친구가 별로 없다며 앞으로 친구로 지내자며 내 핸드폰에 저장시켜줬던 너의 번호.
문자한통 보내기가 그렇게 어려운지 처음알았던 그날 밤. 결국 짤막하게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라는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기다리길 30분 문자가 왔다며 울리는 핸드폰이 왜 그렇게 반갑던지. 비록 '나도 반가웠어' 라는 여섯 글자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고물 폰이 다되어버렸지만 아직도 핸드폰을 바꿀수 없는 이유가 되어 버렸어.
다음날.
혹시나 하는마음에 안입던 치마에 구두까지 신고 갔던 학교.
저 멀리서 선배와 이야기하는 널 보며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함박웃음.
왠일로 치마를 입었냐며 추켜세워 주는 선배와 예쁘다며 칭찬해주는 너의 말에 놀리지 말라며 심통부렸지만
사실 집에가선 잠도 못이룰 정도로 기뻤어.
그렇게 너와 한발자국 더 가까워지고 친구로만 지낸지 6개월.
널 처음 본 날과 반대로 구름이 잔뜩꼈던 그날.
여자친구라며 나에게 소개시켜준 나와는 정 반대의 매력을 가진 그 여자.
그런 상황이 되면 니 여자친구가 너무 미울꺼라 생각했는데 그동안의 생각과는 달리 밉지않더라 니 여자친구.
그치만 친구로라도 지내서 기뻤던 6개월이 무색하게 그날 못먹는 소주를 기울이며 다시는 사랑같은건하지 않겠다며 많이 울었어.
그리고 어느 드라마 가녀린 여자 주인공처럼 술김에 너에게 전화를 걸어 너에게 평생 할수 없을거라 생각할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좋아한단 말을하고 지키지도 못할 이제 잊겠다는 말을 했어.
처음으로 당황한 듯한 니 목소리
듣고싶지않아 이기적이지만 아무말없이 전화를 끊고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오는 길에 달려오는 듯한 니 모습이 보이더라.
숨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술기운 탔인지 비틀비틀대다 넘어졌고,넘어진 나를 보고 달려와 일으키는
니 모습에 바보같이 울음이 터져 핑계도 대지 못하고 그자리에서서 오랫동안 펑펑 울었지.
그런 나를 보면서 너는 한마디 무어라 말도 못하고 안절부절 손톱을 물어뜯었고..
그리고 기가막힌 타이밍에 걸려오는 너의 전화, 보지않아도 니 여자친구인걸 알수 있었어.. 널 부르는 전화 같더라.
지어지지않는 웃음 애써 지으며 당황한 얼굴 아직도 감추지 못한 널 보내고 그렇게 그자리에서 한참을 가만히 니 뒷모습만 보다가 집에왔어.
옷도 못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서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고 잠을잤어.
다음날 퉁퉁 부어버린 눈을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어느 노래가사처럼 웃는게 웃는게 아니더라.
그렇게 일으켜지지않는 몸을 이끌고 학교에 나가니 평소와는 다르게 어색한 니 인사.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고 웃으면서 뒤돌아 섰지만 뒤돌아 서면서 이미 마음은 만갈래로 찢어져있었어.
그렇게 배고프지도 않지만 밥을 먹고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으며 5개월이 지난 지금.
너는 이제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듯이 인사를 건네지만 나는 니앞에서 울었던 그날 보다 백배 천배는 더 힘들어.
너무아파서 숨을 못쉬겠어.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제 웃는 법도 기억이안나.
정말 살아도 사는것 같지 않아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것 같아서 아니 오히려 니가 잊혀지는게 지금보다 더 아플것 같아서.
미안해 이기적겠지만 이제 끝내려고해. 끝까지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이 편지가 전해지지 않더라고 미안한 마음 알아줬으면 좋겠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2009년 8월 1일 내가 너에게.
삐뽀삐뽀
서울 변두리 어느 조용한 동네에 평소와 다르게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평소 햇볕잘들고 조용했던 동네에 갑자기 경찰차가 들어서고 어느 조그만 집 대문에서 구급차에 실려나오는 한 여자.
손에 쥐어진 약병이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해 준다. 아직 숨은 붙어있는지 약병은 아직 손에 들려있고, 구급대원들은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하지만 살고싶지 않았던 여자의 절박한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늦었던건지 약병은 이내 손에서 떨어져 골목을 굴러간다.
그리고..
여자에게 흰 천이 덮여씌워진다.
하루 뒤 여자의 시체를 유족에게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사건을 정리하기위해 온 형사 두명.
능숙하게 상황정리를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안을 살펴본다.
그리고
방안을 살피던 신참으로 보이는 한 형사가 소리친다.
"이반장님! 여기 이상한 편지하나가 있는데요?"
이내 고참으로 보이는 형사가 들어와 편지를 확인하고, 책상을 살핀다.
이내 형사는 첫번째 서랍에있던 구식 핸드폰을 발견하고 전원을 킨다.
전원을 키고 이리저리 핸드폰을 살피던 중 아주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은듯한 문자를 보고 어쩌면 남자에게 평생의 죄책감을
안겨 줄지도 모르는 전화를 한다.
그리고 5년뒤 어느 날 한 납골당에 제일 구석진 자리. 한 남자가 오랫동안 그 앞을 지키고있다.
한참을 서있던 남자는 이내 슬프면서 미안한듯한 웃음을 짓더니 눈물을 한방울 흘린다.
그리고 여자의 자리에 꽃한송이를 조심히 두고 자리를 떠난다.
남자가 두고 간 꽃은 백일초. 꽃말은..
'죽은 친구를 슬퍼하다, 그리워하다' 였다..
첫댓글 번외 남자 번외ㅠㅠㅠㅠㅠ슬프다!!편지 형식이 더 애절하게 만드네여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