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알로에 비누와 백구비누만 쓰는 건 아니다.
세이 혹은 도브 비누, 도브 크림 샴푸나 크림 샤워, 심지어 마르셀 비누까지.
용가리치킨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건 예사고..
차갑게 식어버린 양념통닭(치킨이 아닌)은 양념통닭이라 할 수 있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김치찌개는 결코 김치찌개라 할 수 없다.
아니 하기조차 싫다.
2002.3.4
Oh~ Sad movie always make me cry..
2002.3.9
오늘은 라면을 네 번이나 먹었다.
새벽 근무복귀하고 먹은 짜파게티 봉지라면,일명 뽕라면.
(개인적으로 짜파게티를 아주 좋아한다.)
아침에 빵과 함께 먹은 사발면.
점심때 먹은 신라면.
저녁때 먹은 짜파게티.
오늘은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세 시간.
오후 세 시부터 다섯 시 반까지 두 시간 반.
2002.3.10
오늘 오후에는 사격 때문에 기분이 영 찝찝하다.
지금 기분을 표현하자면..
뜨거운 물로 얼굴을 씻고 나서 로션을 바르지 않은 느낌.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칠 것 같은 기분.
?
어제 공용외출을 갔다가 서점에 들렀다.
언제나 그렇듯 또 충동구매를 하고 말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암리타',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두 권.
둘 다 작은 크기의 양장본이었다.
한 달 월급하고도 모자라 반달치 더 들었다.
아르쉔 뤼팽 전집 시리즈 중 한 권도 골랐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요즘 '열린책들'이라는 출판사에서 여러 책들을 양장본으로 출간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책들이 너무나 많다.
어제 산 책들을 다 읽으려면 한참이나 걸릴 것 같다.
일과 틈틈이 읽는다고는 하지만 아직 후임병이 별로 없기에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행정병이 되고 나서는 예전보다 여유가 많은 편이긴 하다.
오늘도 낮에 4월 진급,봉급,휴가 서류를 작성하고 피곤해서 책상에 엎드려서 내리 네 시간 정도를 잤으니까.
지난주 공용외출 때 카페 게시판에서 짓의 글을 읽고 답글을 남기다가 에러가 나서 쓰던 글이 다 날아가버렸다.
상당히 짜증이 났다.
같이 갔던 사람과 맥도날드에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맥너겟을 마음껏 먹고 짧은 머리가 뭐가 부끄러우랴 여고생들이 가득한 곳에서 전투모도 벗고..
내일 또 공용외출을 가야할 것 같다.
일요일에 나가는 공용외출이라니..
원래 일요일에는 휴무일이지만 지금 독수리 훈련기간이라 정상업무를 보기 떄문에 오늘 작업한 공문들을 가지고 가야한다.
지금도 난 탄띠를 착용하고 방독면을 휴대하고 있다.
아주 거추장스럽다.
내무실과 행정반 밖을 나다닐때는 철모에 소총까지 휴대해야한다.
아침에 화장실 앞에는 볼일을 보기 위해 벗어놓은 탄띠와 철모가 즐비하다.
요즘 참 지겹다.
뭔가 재미있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책에 파묻혀 살고 싶긴 한데 여건이 안 되고.
오늘은 귀찮아서 저녁도 안 먹었다.
px에서 스윙칩 하나와 데미소다, 새우탕 큰사발을 사서 행정반에서 이러고 있다.
지금 뒤에 놓여있는 커피포트의 물이 끓고 있다.
우선 배부터 채우고.
갑자기 자꾸 콧물이 흐른다.
추운데서 낮잠을 너무 많이 잤나?
감기걸리지는 않아야 할텐데.
편지를 안 쓴지가 꽤 되었다.
언젠가부터 편지 쓰는 게 어려워졌다.
여기서는 특별한 일이 없어서 매일매일이 똑같고 지겹고 지루하고 짜증나고.
어쩌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편지가 될 수도 있다.
사실 특정다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생각으로 쓰기도 한다.
'여기서 나 이렇게 살고 있어요'하는..
그러니까 나 편지 안 쓴다고 나무라지 말기를.
당신들도 나한테 편지 안 쓰잖아.
이 말을 듣고 가슴에 손을 얹으며 한숨을 쉬거나 섬뜩한 기분이 든 사람이 있다면 반성해.
응!!
2002.3.23
오늘 또 밖에 갔다왔다.
일요일이라서 길이 많이 막혔다.
여전히 나는 군복을 입고 있고.
별로 한 건 없다.
'몬스터'를 몇 권 보고 업무를 보고 다시 만화방에 들러 재미없는 만화책 몇 권 보고.
차비만 많이 쓴다.
내일 행정관님에게 차비를 받아야할텐데..
2002.3.24
요즘 예비군 동원훈련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사수가 거의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전역해버렸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니 넋 놓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우리 중대 행정관님이 동원행정관이었기 때문에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하면 되지만 이 동원훈련이라는 것이 준비하는 게 너무 빡세다.
오죽하면 내 사수는 동원훈련 뛰면서 눈물을 흘렸을까.
나도 눈물 한번 찍 흘리고 몸으로 부딪쳐 볼 생각이다.
그런 다음에 행정관님에게 이야기를 잘 해서 청원휴가를 한번 다녀올까 한다.
물론 모든 게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요즘 동원훈련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래서 이제부터 한동안 동원참치를 싫어하기로 했다.
사조 로하이만 생각할 것이다.
지금 막 청소를 끝내고 행정반에서 차 한잔 하면서 이렇게 일기 비슷한 걸 쓴다.
이제 손으로 직접 쓰는 게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피.곤.하.다.
'암리타'는 겉표지가 하나 더 있다.
양장본은 좋은데 겉표지가 하나 더 있는 건 싫다.
띠가 둘러져있는 건 그 띠를 버리면 되지만 겉표지가 이렇게 하나 더 있는 건 버리기도 그렇고 그러자니 그냥 놔두면 지저분해지고 너덜너덜해지니 또 그렇고.
마음에 안 든다.
언젠가 마음이 확 동해서 이 겉표지를 버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는 겉표지를 버린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2002.3.25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태클이 막 들어온다.
짜증나서 미치겠다.
씨발.
2002.3.26
오늘은 훈련이 끝난 후 전투휴무다.
공 차고 노는 체육마저 전투체육이니 쉬는 날도 전투휴무일이다.
아침부터 간만에 농구하는 사람들.
공중전화부스가 비어있지만 전화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몇 사람에게 전화를 했는데 대부분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업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수업 때문이라지만 난 서운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오후다.
아침에 중대장님과 부곡 로얄 호텔 사우나에 갔다왔다.
목욕탕 옥상 물탱크 주위에 쥐가 죽어있었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목욕탕을 안 간지가 거의 8년째다.
항상 집에서 샤워를 하고 뜨거운 물을 받아 때를 밀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쓰는 목욕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예전에는 빈약한 몸을 드러내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나른한 게 낮잠을 자면 딱 좋겠지만 지금 낮잠을 자버리면 나중에 저녁먹을 때 되어서 일어날 때가 정말 싫어서 낮잠을 안 자기로 마음억었다.
아 졸리다.
책상에 엎드려서 잠깐만 잘까.
군대에서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자는 경우가 생길 줄 상상도 못했다.
2002. 3. 29
어제, 오늘은 영창서류를 꾸몄다.
세 명이 도박을 하다가 간부에게 적발되었다.
그 중 한 명은 카드에 미세한 표시를 해서 스포츠조선 '타짜'라는 만화처럼 속임수로 다른 병사의 돈을 딴 것이다.
한마디로 꾼이란 얘기지.
특히 그 사람은 평소에 내가 아주 싫어하던 사람인데 역시나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나름대로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잘 파악하는 내가 단번에 '아 이 사람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니 영창을 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나머지 두 사람에 대해서도 역시나 별다른 느낌은 없다.
나머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그다지 나쁜 느낌은 없는데 다른 한 사람은 위에 언급한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싫어한다.
어딜가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유독 군대라는 곳은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뭐 요즘의 일요일이 항상 그렇듯 쉬는 듯 마는 듯 그렇게 보냈다.
오전에는 문서작성작업을 좀 하다가 점심먹고 동기들과 당구 한 게임 치고 P.X가서 한 턱 쏘고 전화 좀 하고 행정반에서 낮잠을 잤다.
내무실에 가서 자도 되는데 아직 눈치도 보이고 내일 병기본과제 측정이 있는데 준비는 안 하고 자면 안 될 것 같아서 행정반에서 작업 좀 하다가 낮잠을 자게 되었다.
요며칠 행정반에서 낮잠을 많이 잔다. 특히나 휴일에..
말하자면 '짱'박히는 거다.
일과가 끝나는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행정반에서 책을 읽거나 주로 낮잠을 잔다.
요즘 자주 욕을 한다.
내가 '씨발'이라고 하면 그건 '정말' 씨발인거다.
오늘도 저녁을 안 먹었다.
아까 낮잠을 자다가 깼는데 마침 저녁시간이었지만 다시 잤다.
요즘 취사병이 신경을 안 쓰다보니 밥이 너무 맛없다.
예전에는 우리 부대 밥이 맛있다고 다른 부대에도 소문이 났었는데.
컵라면을 먹으려다가 뜨거운 물이 없어서 그냥 음료수만 샀다.
180mL짜리 초록매실, 오 후레쉬 오렌지와 선키스트 훼미리 포도쥬스 250mL짜리 팩.
난 마시는 걸 참 좋아한다.
특히나 포도주스를.
음료수 세 병으로 무슨 저녁이 되겠냐만은 조금전에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 고참에게 돈이 없다고 했는데 P.X에서 먹을 걸 사다가 만나버리면 곤란해질까봐 음료수만 얼른 사들고 나왔다.
P.X문 앞에서 맞닥뜨리긴 했지만 그냥 쌩까고 왔다.
사실 먹을 게 없어서 아무것도 안 사긴 했다.
그리고 아까 한 턱 쏜 게 타격이 크기도 했고..
외박 갔다와서 제법 돈이 있었는데 며칠전에 공용외출 나가서 책 사고 나니 금새 돈이 줄어들어버렸다.
여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돈을 부쳐달라고 해서 용돈으로 쓰기도 하는데 난 아직 그런 적은 없다.
물론 외박나가서 고모에게서 돈을 받은 적도 있고 집에서 용돈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돈을 부쳐달라고 해서 쓰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다.
한번 받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렇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아직 통장도 만들지 않았다.
월급 받을때까지 열흘 정도 남았으니 그때까지라도 돈을 쓰지 않고 아껴야겠다.
월급이라고 해봤자 19700원밖에 안 되지만.
지금 여덟시 사십오분이다.
청소할 때가 되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지만 안 그래도 청소할 인원이 없으니 들어가봐야겠다.
평소에는 청소를 여덟시 반에 하는데 우리 소대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청소를 십오분 정도 늦게 시작한다.
왜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여우와 솜사탕'이 방송된다.
여덟시 사십오분까지.
내일이면 상병 2호봉이다.
2002. 3. 31
어느샌가 슬그머니 나는 TTL generation에서 UTO generation이 되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다.
휴일인데 비가 오니 다들 내무실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나도 잘까 하다가 그냥 이러고 있다.
낮잠을 잘 때는 좋은데 자다가 일어나서 밥 먹으로 가는 건 정말 귀찮다.
밥이 맛있기라도 하면 모를까 요즈음의 밥맛으로는 영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자꾸 미루고 있다.
16일부터 시작될 예비군동원훈련 준비는 언제 다 할런지..
20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