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보니까 떠오르는 기억

죄송합니다. 군대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96년 입대해서 논산훈련소에서 6주교육 받고.. 다시 전라도 장성 상무대로 내려와 6주간 후반기 교육을 받을 때입니다. . . 상무대로 온게 96년 3월초 정도였는데 이맘때쯤이었을 겁니다. 상무대는 지리적으로 눈이나 비가 자주오던 곳이었습니다. 심지어는 4월에도 싸리눈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6주간의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1일 특별 외박을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부모님이 오신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 . 어머님께 편지를 통해서 외박을 나간다는 소식을 전하긴 했지만 직접 통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박가능성은 50:50 이었습니다. . . 외박 당일...오늘 처럼 싸리눈이 많이 왔더랬습니다. 우리동기들은 들뜬마음으로 본부 복도에 4열 종대로 대기하고 있다가 외박을 나가는 시각부터 이름을 호명하는 사람순으로 위병소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 . 하나둘씩 나가고 40여명 되는 동기들중 저 포함해서 5명정도 남아있었습니다. "못 오시나보다.." 전 어느정도 체념하고..집이 너무멀어 오시지 못하는 동기들과 초코파이나 실컷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죠 . . 그순간 절 부르는 구대장의 목소리가 들리고... 4명의 동기들의 부러운 눈초리를 뒤로하고 위병소로 향했습니다. 거기엔 더욱 마르고, 등이 굽어보이는 모습의 어머니가 계셨고 그런 어머님의 손을 잡고 집인 광주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 . 버스를 타고가다가 싸리눈이 오는 버스 창밖을 보고 무심코 지나가는 말을 했습니다. . . "좀 아팠어요.." "어디가? 어디가? 아팠어?" "풍진 걸려서 의무대에 일주일 누워있었어요...지금은 괜챦아요" . . . . . 그때 아버님 돌아가신후 두번째로 어머님의 눈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 . . 아차...철없는 마음에 괜한 말씀을 드렸구나.. . . . 버스창문에 힘없이 부딪혀 떨어지는 싸리눈이 애꿎게 야속하게 보였습니다. . . 집에 도착해서 호기를 부렸습니다. . . "엄마..내가 점심 사드릴께요" "군인이 돈이 어딨어?" "이등병 월급 무시하지 마세요.." . . 기억하건데...그때 처음으로 제가 번돈으로 어머님 점심을 사드렸습니다. 이등병 월급을 모아서 아마 3만원 정도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 어머님과 마주앉은 식당테이블엔 노릿하게 구운 생선이 있었고 구수한 청국장과, 쌈채소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먹어본 식당밥 중에 최고였던걸로 기억합니다. . . . 12년이 지난 오늘 똑같이 싸리눈이 오는 날씨를 보고 있습니다. 이 꽃샘추위 지나면 고향에 가서 어머님 모시고 온천이나 다녀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