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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강역(我邦疆域)
우리나라의 경계가 그어진 지역이라는 뜻이다.
我 : 나 아(戈/3)
邦 : 나라 방(阝/4)
疆 : 지경 강(田/14)
域 : 지경 역(土/8)
중국 북경 사범대학의 어떤 교수 집에 갔더니 벽에 큰 중국 지도를 붙여 놓고 있었다. 필자가 지도를 쳐다보자, 주인인 그 교수는 묻지도 않는데 북쪽 몽고 공화국을 가리키며, “몽고는 본래 중국 땅인데, 장개석(蔣介石) 정부 때 잘못하고, 러시아가 뒤에서 사주해서 중국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언젠가는 찾아와야 될 텐데!”라고 했다.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나면 한국을 두고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1994년 봄 호북성(湖北省) 어떤 시골 마을에서 점심을 먹는데,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마을 사람들이 빙 둘러서 구경을 했다.
그 가운데 유식한 체하는 사람이 “한국은 옛날에 우리나라에 속했다”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같이 갔던 교수가 불같이 화를 내며 “어디서 엉터리 소리를 하느냐?”고 하자, 쑥 들어갔다.
중국에서 나온 역사 지도책 가운데 어떤 것은 청나라 때 경계선을 표시하면서 조선을 청나라에 포함시켜 놓았다. 황제 나라인 청나라에 속하는 제후(諸侯) 나라라는 의미에서일 것이다.
북경의 중국 국가박물관에 가보면 당나라 유물 전시관 안에 고구려 유물을 전시해 두었다. ‘고구려는 중국 안의 조선족들이 세운 당나라에 속하는 지방정부다’라는 것이 자기들식 해석이다.
1882년 임오군란(壬午軍亂)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주둔한 청나라 군대는 조선을 자신들의 실질적인 속국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주둔 책임자 원세개(袁世凱)는 조선을 일일이 간섭했다.
그러다가 1894년 청일전쟁(淸日戰爭)에서 일본에게 패배한 이후 완전히 손을 뗐고, 청일전쟁 결과 맺어진 시모노세키조약에 ‘조선은 완전한 자주독립국이다’라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때부터는 조선과 청나라와의 관계를 끊어 일본이 우리나라를 속국화하려는 속셈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중국을 황제나라로 생각하고 주변국들이 중국에 조공(朝貢)을 바치며 국제관계를 유지해 왔다. 조공에 대한 답례를 통해 국가 간의 국제무역이 진행돼 왔던 것이지, 내정간섭 등 실질적 식민지 관계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한 번도 중국에 정복당한 적 없이 우리 영토를 그대로 지켜 왔다.
지난 6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옛날부터 중국 영토의 일부다”라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뒤 미국 백악관에서 해명을 했지만, 시진핑의 발언은 중국 사람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로서는 정말 기분 나쁜 일이다.
민중들은 시위를 잘 하면서도 시위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 언론도 일관성이 없다. 이럴 때 수백만 민중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시진핑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해야 하고, 언론에서도 연일 시진핑의 사과를 요구하고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데, 너무 조용하다. 미국 대통령이나 일본 수상이 이런 말을 했다면 가만 있겠는가?
▶️ 我(나 아)는 ❶회의문자로 手(수)와 창 과(戈; 창, 무기)部를 합(合)한 글자라고 생각하였으나 옛 모양은 톱니 모양의 날이 붙은 무기(武器)인 듯하다. 나중에 발음(發音)이 같으므로 나, 자기의 뜻으로 쓰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我자는 ‘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我자는 톱니 모양의 날이 달린 창을 그린 것이다. 이것은 서유기(西遊記)에서 저팔계가 가지고 다니던 삼지창과도 같다. 我자는 이렇게 삼지창을 그린 것이지만 일찍이 ‘나’를 뜻하는 1인칭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갑골문이 만들어졌던 은상(殷商) 시기에도 我자를 ‘나’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을 보면 본래의 의미는 일찌감치 쓰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我자가 왜 ‘나’를 뜻하게 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서로 같은 무기를 들고 싸웠다는 의미에서 ‘나’나 ‘우리’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는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한자에는 余(나 여)나 吾(나 오), 朕(나 짐)자처럼 본래는 ‘나’와는 관계없던 글자들이 시기에 따라 자신을 뜻하는 글자로 쓰였었기 때문에 我자도 그러한 예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我(아)는 ①나 ②우리 ③외고집(자기의 생각을 굽히지 아니하는 일) ④나의 ⑤아집을 부리다 ⑥굶주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 오(吾),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저 피(彼)이다. 용례로는 소아에 집착함을 아집(我執), 나의 뜻을 아의(我意), 우리 나라를 아국(我國), 우리 여러 사람이나 우리들을 아등(我等), 우리 나라를 아방(我邦), 자기 의견에만 집착하는 잘못된 견해를 아견(我見), 우리 편 군대나 운동 경기 등에서 우리 편을 아군(我軍), 자기를 자랑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번뇌를 아만(我慢), 나에게 애착하는 번뇌를 아애(我愛), 자기의 이익을 아리(我利), 참 나가 있는 것으로 아는 잘못된 생각을 아상(我想), 자기 혼자만의 욕심을 아욕(我慾),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자아(自我), 육체적인 나를 소아(小我), 남과 구별된 개인로서의 자아를 개아(個我), 저편과 우리편 또는 남과 자기를 피아(彼我), 스스로를 잊고 있음을 몰아(沒我), 어떤 사물에 마음을 빼앗겨 자기 자신을 잊음을 망아(忘我), 바깥 사물과 나를 물아(物我), 나 밖의 모든 것을 비아(非我), 자기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아를 실아(實我),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행동함을 위아(爲我), 오직 내가 제일이라는 유아(唯我), 남이 자기를 따름을 응아(應我), 다른 사람과 자기를 인아(人我),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 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함을 아전인수(我田引水),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책망을 들을 사람이 도리어 큰소리를 침을 이르는 말을 아가사창(我歌査唱),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뜻으로 후손이나 남을 걱정할 여력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아궁불열(我躬不閱), 이 세상에 나보다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유아독존(唯我獨尊),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흠뻑 취함을 무아도취(無我陶醉),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상을 자아주의(自我主義), 남 잡이가 제 잡이로 남을 해하려 하다가 도리어 자기가 해를 입는 다는 뜻의 속담을 착타착아(捉他捉我), 상대방인 저쪽은 그르고 나는 올바름을 피곡아직(彼曲我直), 자기의 생각이나 행위에 대하여 스스로 하는 비판을 자아비판(自我批判) 등에 쓰인다.
▶️ 邦(나라 방)은 ❶형성문자로 邫(방)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우부방(阝=邑; 마을)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경계(境界)를 뜻하는 글자 丯(봉, 방)으로 이루어졌다. 경계를 나타내는 우거진 수목(樹木)으로 이루어졌다. 경계 내(內)의 부족(部族)의 뜻이, 전(轉)하여 나라의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邦자는 ‘나라’나 ‘수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邦자는 丰(예쁠 봉)자와 邑(고을 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丰자는 초목이 무성하게 올라온 모습을 그린 것으로 ‘우거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邦자를 보면 田(밭 전)자 위로 풀이 올라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밭에 농작물이 무성히 자라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람들이 ‘터전을 잡은 곳’이라는 뜻이다. 금문에서는 田자 대신 邑자가 쓰이게 되었는데, 의미 역시 확대되어 ‘나라’나 ‘수도’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전에는 邦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하지만 한(漢)나라 때는 태조 유방(劉邦)의 이름과 겹치는 것을 피하고자 같은 뜻을 가진 國(나라 국)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邦(방)은 성(姓)의 하나 ①나라 ②서울, 수도(首都) ③제후(諸侯)의 봉토(封土) ④천하(天下) ⑤형(兄), 윗누이 ⑥제후를 봉하다 ⑦여지(輿地)를 주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라 국(國)이다. 용례로는 나라의 정치를 방치(邦治), 영토와 국민과 주권을 갖춘 사회를 방가(邦家), 영토와 국민과 주권을 갖춘 사회나 나라를 방국(邦國), 서울에 가까운 땅으로 서울 근교를 방기(邦機), 나라와 나라가 사귀는 관계를 방교(邦交), 나라의 근본을 방본(邦本), 나랏말을 방어(邦語), 자기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를 방화(邦畫),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방금(邦禁), 나라의 풍속을 방속(邦俗), 나라의 형률을 방형(邦刑), 나라의 경계를 방경(邦境), 나라의 경사를 방경(邦慶), 나라의 길흉의 의식을 방례(邦禮), 나라의 사업을 방업(邦業), 자기 나라 사람을 방인(邦人), 다른 나라를 수방(殊邦), 동맹을 맺은 나라를 맹방(盟邦), 가까이 사귀는 나라를 우방(友邦), 나라를 합침을 합방(合邦), 모든 나라를 만방(萬邦), 우리 나라를 아방(我邦), 동쪽에 있는 나라를 동방(東邦), 각 나라 또는 여러 나라를 각방(各邦), 힘이 강한 나라를 강방(强邦), 내가 태어난 나라를 부모지방(父母之邦), 예의를 숭상하며 잘 지키는 나라를 예의지방(禮儀之邦), 위험한 곳에 들어가지 않음을 위방불입(危邦不入), 많은 어려운 일을 겪고서야 나라를 일으킨다는 뜻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러모로 노력해야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다난흥방(多難興邦) 등에 쓰인다.
▶️ 疆(지경 강)은 형성문자로 壃, 畺, 疅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彊(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疆(강)은 ①지경(地境: 땅의 가장자리, 경계) ②끝, 한계(限界) ③나라, 국토(國土) ④강토(疆土: 나라의 경계 안에 있는 땅), 강역(疆域: 영토의 구역) ⑤지경(地境: 땅의 가장자리, 경계) 정하다(定--) ⑥굳은 땅 ⑦두둑(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만든 두두룩한 바닥) ⑧벼슬의 이름 ⑨구획하다(區劃--: 토지 따위를 경계를 지어 가르다) ⑩굳세다, 강성하다(強盛--)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世(인간 세/대 세), 代(대신할 대), 垠(지경 은), 垓(지경 해), 域(지경 역), 堺(지경 계), 境(지경 경), 界(지경 계) 등이다. 용례로는 한 나라의 통치권이 미치는 지역을 강역(疆域), 국경 안에 있는 한 나라의 땅을 강토(疆土), 강토의 경계를 강계(疆界), 왕명을 받아 사신으로 외국에 감을 출강(出疆), 얼마 또는 어디까지라고 정함이 없음으로 한이 없음이나 끝이 없음을 무강(無疆), 자기 나라의 강토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폐강(弊疆), 다른 나라와의 국경에 전쟁이 나서 바쁨을 이르는 말을 강역다사(疆埸多事), 강토를 개척하여 넓힘을 이르는 말을 탁토개강(托土開疆), 한없이 목숨이 긺 또는 장수하기를 비는 것을 일컫는 말을 만수무강(萬壽無疆), 오랜 세월에 걸쳐 끝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만세무강(萬世無疆), 임금이 오랜 삶을 누리기를 비는 것을 일컫는 말을 성수무강(聖壽無疆) 등에 쓰인다.
▶️ 域(지경 역)은 ❶형성문자로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見解)도 있다. 㵄(한수 한/한나라 한, 지경 역)은 통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나라의 뜻을 가지는 或(혹→역)으로 이루어졌다. 토지(土地)의 넓이, 지경(地境)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域자는 '구역'이나 '지경', '나라'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域자는 土(흙 토)자와 或(혹시 혹)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或자는 창을 들고 성(城)을 지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본래 '지역'이나 '나라'라는 뜻은 或자가 먼저 쓰였었다. 하지만 후에 或자가 '혹시'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囗(에울 위)자를 더한 國(나라 국)자는 '나라'를 뜻하게 되었고 土(흙 토)자가 더한 域자는 '영역'이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域(역)은 ①지경(地境: 땅의 가장자리, 경계) ②구역(區域), 한정(限定)된 일정(一定)한 곳이나 땅 ③나라, 국토(國土) ④국가(國家) ⑤땅 가장자리 ⑥묘지(墓地), 무덤 자리 ⑦경계(境界)를 짓다 ⑧보전하다(保全--) ⑨차지하다 ⑩살다, 거처하다(居處--)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世(인간 세/대 세), 代(대신할 대), 區(구분할 구/지경 구, 열여섯 되들이 우), 垠(지경 은), 垓(지경 해), 堺(지경 계), 境(지경 경), 界(지경 계), 畺(지경 강), 疆(지경 강) 등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구역이나 범위의 밖을 역외(域外), 어떤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 또는 학문이나 연구 따위에서 전문으로 하는 범위를 영역(領域), 일정한 땅의 구역을 지역(地域),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갈라놓은 지역이나 범위를 구역(區域), 어떤 특정한 범위 안의 지역이나 영역을 권역(圈域), 넓은 구역이나 넓은 지역을 광역(廣域), 외국의 땅 또는 본고장이나 고향이 아닌 딴 곳을 이역(異域), 멀리 떨어진 지방을 수역(殊域), 무궁화가 많은 땅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달리 이르는 말을 근역(槿域), 우임금이 치수한 지역이라는 뜻으로 중국 영토를 이르는 말을 우역(禹域), 가자미 형국과 같다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일컽는 말을 접역(鰈域), 외국에서 죽어 그곳에 묻힌 사람을 이르는 말을 이역지귀(異域之鬼), 잊어버리고 별로 생각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치지망역(置之忘域), 하늘 끝의 이역異域이라는 뜻으로 매우 먼 남의 나라를 이르는 말을 천애이역(天涯異域) 등에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