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달 14일 ‘비스타케이 4차’ ‘코업시티호텔 성산’ ‘데이즈호텔 제주시티’ 등 분양형 호텔의 홍보관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양재전화국 사거리.
방문을 예약한 A 모델하우스에 도착하자 ‘제주수익특별시, 수익 14%를 누려라’라고 적힌 대형 광고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선 이미 상담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VIP상담실로 안내한 그는 "이 호텔은 서귀포 혁신도시 옆에 들어서고, 맞으편엔 제주도 월드컵 경기장이 있다"며 "호텔이 들어설 인근의 주택 가격은 1년 새 3.3m²당 200만~300만원이 올랐다"고 말했다.
분양 견적서도 보여줬다. 그는 "분양가는 1억6990만원이지만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60%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약 5700만원(부가세 제외)만 있으면 연간 14%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2. "분양가의 10%인 최저 1523만원만 계약금으로 내면 호텔 객실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상담 신청만 해도 사은품을 드립니다."
이달 29일 한 홈쇼핑 채널에서는 약 50분간 천안 라마다 앙코르 호텔을 소개했다. 쇼호스트는 방송에서 "최근 천안이 외국인 투자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꼽혔다"며 "이곳엔 현대자동차·삼성코닝 등 760개 기업이 몰려 있기 때문에 호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자에겐 연간 14일간 무료 숙박권이 제공되고, 호텔 내 부대시설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과 입지적인 장점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으는 분양형 호텔이 늘고 있다. 분양형 호텔은 시행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객실을 쪼개 팔고, 이 돈으로 지은 호텔을 위탁 운영사가 운영해 수익이 나면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호텔이란 명칭을 쓰지만 롯데·신라호텔 같은 관광호텔과는 차이가 있다. 관광호텔은 관광진흥법으로 관리를 받고 개별 객실을 분양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분양호텔은 공중위생관리법 적용을 받는 여관·민박 같은 일반숙박시설에 포함된다. 따라서 일정 요건을 갖추면 구분 등기가 가능해 객실을 분양해 팔 수 있다.
본격적으로 분양형 호텔이 인기를 끈 것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가 늘어난 2012년부터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서울 명동, 강원도 속초 등 관광지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난 라마다 호텔 등 대부분의 비즈니스 호텔이 분양형 호텔이다.
특히 제주지역 내 분양형 호텔은 지난해 4월 말 기준 32개에 달한다. 객실로 따지면 전체 8322실로 전국 분양형 호텔의 35%를 차지한다. 오피스텔 수익률 하락에 따른 수익형 부동산 대체제로 부각된 부분도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김민수 과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분양형 호텔이 오피스텔보다 2배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내세우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형 호텔은 오피스텔처럼 1억~2억원대의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데다 위탁 운영을 하기 때문에 임차인을 구하거나 시설 관리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3년 후 평균 가동율 63% 그칠 것"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형 호텔은 투자 위험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분양 업체가 제시하는 연 10% 이상의 수익률은 객실 가동률이 적어도 80% 이상일 때나 가능하다"며 "앞으로 관광호텔 공급이 수요보다 늘면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분양형 호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경기도 화성시의 ‘라마다 동탄호텔’도 수익률이 흔들
리고 있다. 이곳 객실(60m²기준)은 2006년 약 2억원에 분양했다. 호텔은 2008년 준공해 2년 동안 연 수익률 8.5%를 확정 보장했다.
인근에 삼성전자의 나노시티·화성캠퍼스·종합기술원 등이 있어 평균 객실 가동률은 80% 이상이었다. 특히 수익률 확정 보장기간이 끝난 후에도 9% 이상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8%대로 떨어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곳에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 동탄이 문을 여는 등 호텔 공급이 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투자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투자 수익률에 가장 영향을 주는 건 객실 가동률이다. 지난해 5월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350실 규모의 분양형 호텔의 객실 가동률에 따른 수익률을 추정했다. 이때 분양가 1억6000만원 중 실투자액 8000만원, 대출 금리 4% 등 분양 업체들이 제시하는 평균적인 조건으로 가정했다.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객실가동률이 80%에 이르면 수익률은 10%를 넘었다. 반면 50% 이하로 떨어지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즉 분양형 호텔이 제시하는 10% 이상의 확정 수익률을 보장 받으려면 객실 가동률은 적어도 80% 이상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수 과장은 "지난해 이후 관광객 증가율이 둔화되는데다 숙박 공급이 늘어나 3년 후엔 평균 가동률이 63%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이때 수익률은 5% 내외로 현재 분양형 호텔이 제시하는 수익률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과장된 수익률 꼼꼼하게 따져야분양 업체가 제시한 투자 수익률이 과대포장돼 있다고 지적한 전문가도 많다.
예를 들어 한 분양형 호텔이 내건 투자 수익률 12%는 따져보면 대출을 뺀 실제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다. 쉽게 설명하면 투자자가 분양면적 46.89m²(14평)짜리 객실을 약 1억6530만원(부가세 제외)에 분양받는다.
이때 중도금 대출을 50%까지 받으면 실투자금은 8265만원이다. 분양 견적서를 보니 운영 수익금은 분양가의 8%를 보장한다고 적혀있다.
따라서 연간 운영 수익금 1320만2400원에서 대출이자 330만6000원(금리 연 4% 가정)을 뺀 금액을 실투자금으로 나누면 투자수익률은 연 12%가 나온다. 하지만 대출 비중을 줄일수록 투자 수익은 줄어든다. 만약 대출없이 분양 받으면 투자수익률은 연간 8%다.
수익률 보장 기간도 문제다. 계약 당시 시행사가 약속한 확정 수익률을 지급하는 기간은 준공 후 평균 5년 미만이다. 이후엔 실제 객실 가동률에 따라 수익률을 조정한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수익률 보장 기간이 지난 뒤에는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개인 투자자는 호텔 객실 용도로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 등 다른 부동산에 비해 매매 수요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사의 장담만 믿지 말고 실제 호텔이 들어설 곳을 직접 답사해 주위의 경쟁 호텔과 향후 가동률 전망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호텔 들어설 곳 직접 답사해 확인해야
분양형 호텔은 투자자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도 느슨하다. 주택법상 아파트는 분양보증이 의무화돼 업체가 부도날 경우 분양 계약자의 분양대금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분양형 호텔은 의무대상이 아니다. 분양형 호텔은 분양 후에도 준공까지 적어도 1년이 걸린다.
이때 시행사가 경영 위기에 빠지거나 부도가 나면 계약금 등을 돌려받을 수 없다. 분양 이후엔 위탁 운영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익률을 보장받기 어렵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손꼽는 호텔 운영업체인 폴앤파트너스가 수익 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폴앤파트너스가 위탁 운영하는 곳 중 분양형 호텔인 ‘라마다 호텔 앤 스위트 남대문’이 있다. 폴앤파트너스는 이 호텔 개인투자자 330명에게 두 달 가량 수익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임부혁 변호사는 "계약 당시 수익을 보장한다는 지급 보증서나 확약서를 발급 받았더라도 위탁 운영사가 부도가 나면 약속을 이행하기 어렵다"며 "결국 투자자는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도 투자자에 대한 보호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수익형 부동산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가 타인 간의 공동 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공동 수행한 사업의 결과에 따라 손익을 분배받는 권리가 표시된 유가증권이다.
자료원:중앙일보 2016.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