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김 도 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예수의 죽음과 사람의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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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미국의 기업가가 쓴 책 한 권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하며 어디로 가기로 원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책이다. 관심을 끈 점은 도입부에 나온 사람의 몸값 항목이다. 책에서 주장하는 바, 인간은 60%의 수분과 6~7개의 비누를 제조할 수 있을 정도의 지방 외 여러 가지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화학 성분은 큰 분필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칼슘, 작은 성냥갑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인, 마이크로웨이브로 뻥 튀긴 팝콘 한 봉지를 맛나게 할 정도의 나트륨, 섬광 전구 하나를 켤 수 있는 마그네슘, 그 외 30그램의 구리, 상처 부위에 바르면 효과가 있는 요드, 2.5cm 못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철, 한 수저 정도의 유황 등인데 이 모두를 합하면 약 1.78달러 값어치라고 한다. 고작 그 정도의 몸값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아웅다웅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나 싶은 감회다.
반대로 사람의 몸값을 제대로 매긴 위인도 있다. 예일대학교의 생화학 교수인 헤럴드 모르위츠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건강한 인체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생성하는 불가사의한 생화학 물질들을 시가로 환산하면 몸값이 적어도 6백만불은 된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생성물의 그램당 가격(($/gr)을 다음과 같이 표시하고 있다.
헤모글로빈 $285, 인슐린 $47, 효소 트립신 $36, DNA $76, 콜라겐 $15, 알부민 $3 등은 익숙하다. 그러나 다음부터가 어렵다.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아세테이트 키니아제는 $8860, 브래드키닌 아미노산은 $1만2000, 젖샘의 젖 생산을 돕는 로르몬 프리크랙틴은 무려 175만불이라 하니 새삼 우리 인체가 고맙고 귀한 보고 같지 않는가? 이 가격표를 기준하여 사람의 몸값을 평균해 보면 그램당 248불이 되고 168파운드인 모르위츠 자신의 몸값은 68%인 수분을 뺀 2만4436그램이므로 여기에 평균 몸값(그램당 248불)을 곱하면 못해도 6백만불 정도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78불 대 6백만불! 1.78불이 인체의 종말적 시각에서의 가치라면, 6백만불은 인간의 창조적 관점에서 본 신비지수 가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이 자신의 몸을 종말적 폐기물로 보느냐 아니면 하나님의 신비한 창조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어떻게 자신을 대할지 답이 나온다는 의미 있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요즘 정치인에서 작가로 변신한 유시민씨가 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인기라고 한다. 왕조시대를 거쳐 일본 식민시대와 6.25전쟁, 그 후 산업화시대를 경험한 한국 국민은 대체로 국가에 대해 내재적 저항성이 많았다. 쉽게 말해 국가는 항상 국민을 압제하면서 땀과 눈물만 강요하는 통치적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되면서 국가와 국민은 상호 의무와 권리를 옹호하며 건강한 긴장 속에 더불어 지켜야 할 자유계약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에 대한 믿음이 좌절되었다. 멀쩡한 배가 기울고 수백 명의 어린 생명이 무참히 죽어가는데 믿었던 국가와 당국은 변죽만 울리다 무력하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미수습 시신 9구는 3년째 차가운 물속에서 갇혀 지냈다. 지금 보수 진영에서 세월호의 인양을 두고 경제적인 가치를 들어 반대하는 인사들이 많다. 미수습 시신 9구를 건지기 위해 1천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하며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은 기독교력으로 고난주간이고 오늘은 그 정점인 성금요일이다. 인류 역사상 사람을 가장 귀히 여기고 그 귀한 생명을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친히 나무에 달려 돌아가신 날이다. 살아생전 그는 약하고 천한 약자의 친구가 되어 섬김의 모범
을 보이셨고, 상한 갈대조차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조차 끄지 않으셨던 참사랑과 평강의 주님이셨다.
지금 세계는 4월 위기설에 휘말린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평화가 가고 전쟁의 참화가 한반도를 덮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니 불안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정치권은 여전히 반목하고 죽기 살기로 싸움질만 계속하고 있어 민망하고 안타깝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5.16광장의 부활절 새벽은 나라를 위한 기도 소리가 천지를 덮었는데 말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발표된 이상화의 시구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기도가 사라진 한국에 진정한 평화가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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