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오렌지’…“하루 한개 먹으면 발병위험 20% 감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우울할 땐 오렌지.
오렌지와 같은 감귤류 과일을 하루에 한 개씩 먹으면 우울증 위험을 20% 낮출 수 있다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 대학 연구진이 밝혔다.
이들이 의과학 분야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감귤류 과일은 장내 미생물인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Faecalibacterium prausnitzi)의 성장을 자극한다. 이 미생물들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두 가지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로 인해 우울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제안한다.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 의대 강사이자 하버드 의대 계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의사인 라지 메타(Raaj Mehta·위장병학·내과)는 “하루에 중간 크기의 오렌지 하나를 정기적으로 먹으면 우울증 발병 위험이 약 20%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 효과는 감귤류 과일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점”이라고 하버드 가제트(교내 신문)에 밝혔다.
하버드 가제트에 따르면, 연구진은 감귤류의 우울증 위험 감소 가능성을 제시한 2016년 발표 논문에 흥미를 느껴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10만 명 이상의 미국 여성 간호사들이 2년 마다 생활방식, 식단, 약물 사용 및 건강 상태에 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한 미국 간호사 건강 연구 2(Nurses‘ Health Study II)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감귤류를 많이 섭취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우울증 발병률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전체 과일이나 채소 섭취량 또는 사과나 바나나와 같은 다른 개별 과일 섭취와 우울증 감소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아냈다.
감귤류 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낮추는 이유는 뭘까?
연구진은 간호사 건강 연구 참여자들이 제공한 대변 샘플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사람의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인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가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며, 감귤류 섭취량이 많을수록 이 미생물의 수가 많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감귤류 섭취 →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 번성 → 정신 건강 개선’이라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남성 의료인 5만 명 이상이 참여한 남성 생활방식 검증연구(Men’s Lifestyle Validation Study)의 데이터도 들여다봤다.
예상대로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의 비중이 높을수록 우울증 위험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가 ‘S-아데노실-L-메티오닌 사이클 I’(S-adenosyl-L-methionine cycle I)이라는 대사 경로를 사용하여 세로토닌과 도파민 두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주로 장에서 생성되는 이 신경전달 물질들은 음식이 소화관을 통과하는 방식을 조절하지만, 뇌로 이동하여 기분을 고양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이 뇌와 연결돼 있다는 증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얻기 전까지 감귤류와 뇌의 연관성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생선을 종종 ‘두뇌 음식’이라고 부르지만 아무도 오렌지를 두뇌 음식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가 염증성 장 질환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과 같은 여러 건강상 이점이 있지만 정신 건강과의 연관성은 알지 못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감귤류 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보다 명확히 입증하기 위해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