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을 하지’ 면장의 원뜻은?
아무리 선망하는 벼슬자리라도 무식하면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꼬집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인구의 70%가 농민이었다. 따라서 그 지역의 면장은 월수입으로 보거나 지위로 보거나 그 면의 최고 책임자임은 물론 말단 행정 기관장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자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 말마디깨나 하거나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자리에 앉고 싶어 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선망하는 자리에도 무식한 사람이 앉으면 일만 저지를 뿐, 면의 행정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알아야 면장을 해먹지.’라는 용어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말이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로 그 말 속의 면장面長이라는 말은 그러나 옛 고전의 면면장免面牆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논어 제17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인다.
공자께서 백어에게 이르셨다. “너는 주남과 소남을 배웠느냐? 사람으로서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 있는面牆 것(面牆·면장)과 같은 것이다.”
면장面牆은 담장을 마주하고 서 있다는 뜻이니 곧 앞이 안 보이는, 즉 견식이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무식함을 면하려면 면면장免面牆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면면장을 할 때 비로소 앞이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이 면면장이 뒤에 변하여 면장免牆이 되어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면장面長과 음이 같아진 것이다.
이처럼 심오한 내용이 담긴 글에서 면장面長이란 음을 유추하여 무식하면 면장도 못해먹는다는 말로 변해버린 것이다. 따라서 본래의 뜻은 알아야 면장免牆하는 것인데 이것도 모르고 요즈음 사람들은 “면장을 누가 시켜줘야 하지, 공짜로 되냐?”하고 스스로 무식을 뽐내고 있다.
식견이 없고 눈치가 없어 마침내 자리마저 날아간 면장에 대한 이야기가 ‘면장 모가지’라는 말로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다.
일제 강점기에 눈치가 없고 아둔한 면장이 자기 나름대로는 군수에게 잘 보여 승진을 좀 해보려고 어느 날 군수를 자기 면으로 초대하여 씨암탉을 잡고 귀한 술을 구해서 대접을 하게 되었다.
군수는 술자리에 씨암탉이 올라오고 귀한 술로 대접을 해 주니 그 정성에 감복하여 매우 흡족한 기분이었다.
당시는 닭이 귀하여 보통 사람들은 평소에 닭고기를 구경할 수 없고, 장가를 든 신랑이 모처럼 처가에 가면 장인 장모가 반가운 사위가 왔다고 기르던 씨암탉을 잡아주어 그것을 먹고 와서 자랑을 하던 때였다. 이러한 시절에 면장이 씨암탉을 잡아 올리니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그런데 술자리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갑자기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군수가 닭고기의 꽁지 부분에 뾰족하게 나온 기름기가 많은 부분을 먹고 싶어서 군침을 다시며 시중드는 여인이 자기 입에 넣어줄 것을 기대했는데, 그 사정을 모르는 면장이 그것을 널름 자기 입에다 넣어버렸다.
지금은 그 부분이 기름기가 많다고 많은 사람들이 먹기를 꺼리지만, 그 때만 해도 그것은 매우 귀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먹고 싶어 군침을 다시던 군수는 눈치 없는 행동을 하는 면장의 행위에 화가 잔뜩 나서 자리를 박차고 돌아가 결국 면장의 목을 잘랐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닭의 그 부분을 ‘면장 모가지’라고 부르고 있다.
이처럼 면장이라는 자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그 면장에 따르는 일화도 많이 생겼던 것이다.
글=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출처: 중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