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김영옥
모두들 큰 비에 피해는
없으신지 걱정입니다
나흘 전
여기도 큰 비가 내렸다오
집을 나설 땐 또닥또닥 내리던 비가 몇 발짝도 못 가서 앞이 안 보일 만큼 내리 퍼붓고
샤워장에 들어설 땐 이미
쫄딱맞은 비로 일차 샤워를 했다오
그 땐 큰 검정우산도
무용지물이었지만
한방 날린 무더위라
얼마나 신바람이 나던지
하지만
오후 두 시 무렵부터 내린 비는
샤워장을 나서는 네시까지
그칠 기미가 없었으니
큰 비바람이 어쩜
그리도 무섭던지
집을 나서자 마자
폭포수처럼 내리쏟아지는
장대비에 흠뻑젖은
옷가지들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걸치고
곧 떠내려갈 듯한 빗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무사히 귀가 했다오
집에 당도하니 숨이 턱에 찼지만
그래도 무탈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빗물이 차고 넘치는 차도에서
거북이처럼 기어가는 차량도
인도에서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도
크게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으리라
이렇게 세찬 비바람을
만난 것은 이십여년 만이라
정말이지
이번에도 그 날 처럼
사십여분 동안이나 얼마나
혼쭐이 난지
그 무서운 비바람 속에서
사력을 다해 뛰었으니
인간이란 대자연의
재앙 앞에선
참으로 연약하고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존재더이다
우리 모두 대자연 앞에선
보다 겸손하게 살면서
이 여름
장마랑 무더위에
모두들 부디 무탈하소서
-끝-
2023년 7월 14일
2023년 7월 14일
첫댓글 소중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명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