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일째 날>
북유럽의 융성했던 섬나라 덴마크는 한때 6개국을 거느릴 정도의 융성한 왕국이었으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차례 차례 떨어져 나가면서 현재는 그린랜드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15세기에 세워져 지금까지 존속되는 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왕가는 실권은 없는 상징적인 존재이긴 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얼마전에 덴마크 왕세자와 호주의 평범한 아가씨와의 결혼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기사거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사회민주주의가 사회의 토대가 된 이곳에서도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이 입헌군주제가 존재한다는 점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왕조 역사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실제 힘이 아닌 하나의 기호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보수중인 코펜하겐 시청>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우선 코펜하겐 시내 관광을 먼저 하기로 했다. 덴마크어로는 ‘쾨벤하운(København ; ‘상인의 도시’란 뜻)’이라고 불리는 코펜하겐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관문(關門) 도시이다.
<코펜하겐 거리>
코펜하겐은 오늘날에도 르네상스식 건축미를 간직하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시청 탑(106m)보다 높은 건물을 세울 수 없다는 시 조례(條例)에 따라, 이 도시에서는 고층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펜하겐 시내에서는 좀처럼 건축물을 철거할 수가 없고 아주 낡아 수리가 필요할 경우에도 내부 수리는 임의로 할 수 있으나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부득이 새 건물을 지을 때는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며 보니 시내의 가로등이 우리와는 달리 길거리 한복판 공중의 줄에 매달려 있는 점이 특이했다. 자전거를 이용해 등교하는 학생들이나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유난히 많았다.
횡단보도에는 자전거 횡단도 있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
맨먼저 ‘시청 앞 광장(Radhus Plassen)’에 들렀다 .
높이 106m의 시계탑을 지닌 시청사(市廳舍)는 1905년에 완성된 붉은 벽돌 건물로 중세 덴마크 양식에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을 혼합한 건축물이다. 정문 바로 위에는 12세기 코펜하겐 도시의 창설자인 압살론 대주교(大主敎)의 동상이 있다.
<안데르센 동상>
광장 한쪽 도로변에는 「인어 공주」, 「미운 오리새끼」등의 동화로 유명한 안데르센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은 그 시선이 도로 건너편의 티볼리 공원을 향해 있다. 그의 동화 속에 나오는 집들을 그대로 재현하여 티볼리 공원에 많이 지어 놓았기 때문이다.
안데르센 도로 사거리에서 안데르센 동상과 대각선 위치에 있는 코너 건물에는 큰 온도계가 설치되어 있는데, 수치가 30 이하로 되어 있다. 코펜하겐은 최고 온도가 30도를 넘지 않기 때문이란다.
또 이 탑 꼭대기 앞 모서리의 양쪽에 쑥 들어간 부분에는 큰 원반 위에 「자전거를 타는 여인」 조각상과 「우산을 쓴 여인」조각상이 있다.
처음 이 건물을 지었을 당시 건물의 관리인이 아침에 출근하여 날씨가 쾌청하면 「자전거를 타는 여인」을,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쓴 여인」상을 앞으로 나오도록 조절하였다 한다. 얼마나 낭만적인 발상인가! 다시 버스에 승차하여 현재 국회 의사당·최고 재판소·각료의 접견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크리스티안스보르 성으로 향했다.
이 성은 압살론(Absalon) 주교(主敎)가 세운 것으로 코펜하겐의 발상지로 일컬어진다. 국회 의사당 뜰에는 ‘자전거 보관소’가 설치되어 있는데, 일반용과 국회 의원용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나라의 국회 의원은 매우 검소하고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딸린 개인 비서도 없다고 한다. 이들은 국회 의원을 큰 명예직으로 생각하며 청렴결백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키에르케고르 동상>
아름다운 연못이 있는 왕립 도서관 정원에는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동상이 서 있다. 이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옛 증권 거래소 건물이 보인다. 이 탑의 녹청색은 붉은 벽돌색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1619년 공사가 시작되어 1640년 완성된 이 건물은 코펜하겐 시내의 현존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힌다. 애초에는 우체국으로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이 건물의 외관상 특징은 건물의 청동 첨탑)으로, 네 마리의 용(龍)이 꼬리를 꼬아 올린 형태이다. 용 4마리는 동서남북을 상징하며 우편물을 사방으로 배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다.
<인어공주 동상>
다음 목적지는 ‘인어 공주’ 동상이다. 인어 공주 동상은 몇 차례에 걸쳐 훼손되는 수난을 겪었으나 계속 복원되었다. 1964년엔 인어 공주 동상의 머리가 누군가에 의해 잘려져 나갔고, 1984년에는 팔이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가 있었단다
이 인어 공주 동상은 전체 길이가 80cm에 불과하지만, 그 사랑스러운 모습은 코펜하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며, 코펜하겐의 상징이 되었다. 왕자에게 사랑을 얻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몸을 던져 죽게된 동화의 내용에 따라 인어 공주는 수심에 가득 찬 모습을 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인어 공주 동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아말리엔보르 궁전 근처에 ‘게피온 분수대’가 있다. 이 분수대는 1908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사망한 선원(船員)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덴마크의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게피온(Gefion) 여신이 황소 4 마리를 몰고 가는 역동적인 모습의 이 분수대는 코펜하겐이 있는 셀란 섬의 유래를 상징하는 웅장한 분수대이다. 그러나 수리 공사중이라 기대했던 것을 못 보게 되어 여간 섭섭하지 않다.
<축구장>
점심 식사를 한 후 프레데릭보르 성으로 가기 위해 버스는 코펜하겐 교외를 달리는데 목가적인 풍경이 계속된다. 가는 길에 자주 보이는 넓은 잔디밭은 축구장이라고 한다. 한 장소에서 몇십팀이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라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궁전에 도착하였으나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아 궁전내부는 관람할 수 없었고 정원만 돌아보았다. 녹색의 대지를 밟으면서 아름다운 정원을 음미하다 보면 심신이 상쾌해진다. 피로에 지친 나그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에 있으랴?
작고 아담한 창문들을 가진 하얀 색 건물은 청록색의 둥근 지붕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과 꽃밭, 그리고 녹음을 짙게 드리운 나무들. 그 사이로 간간이 놓여 있는 조각상들, 그리고 연못 속의 작은 정원. 특히 우리가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아치형 입구를 통해 보이는 빨간 장미로 가득한 정원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낙원의 동산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차안에서 본 궁전>
다음은 예정된 코펜하겐 룸비구청 복지국을 방문하였다. 복지국장의 부리핑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사회복지분야 재정부담이 높아진다고 논란이 예전부터 있어, 보완 방안으로, 준 연금제도철폐,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고, 세금 1%높이는 방법, 노동시간을 늘려 세금을 늘리는 방법 등을 강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유럽의 다른나라의 복지에 비하여 월등하다고 자부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복지국가의 면모를 볼 수있었다
또한, 덴마크에서는 정년이 넘어 본인이 원하면 양로원에 들어가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며, 스스로 건강을 지키면서 혼자 살기를 원하거나, 아픈 몸인데도 양로원에 있기를 원하지 않으면 간병인을 둘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양로원은 우리와는 달리 무척이나 깨끗하게 관리되는 아파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우리나라도 갈수록 노년을 자녀에 의존하기 보다 독립적인 생활형태를 유지하거나 원하는 노인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핵가족 시대 노년의 생활형태가 의존형에서 독립형으로 변해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가족과 생활형태에 발맞추어 노인복지시스템과 제도도 실질적인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보며 우리 일행들이 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