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23. 11. 06.(월) ♣ 날 씨 : 비 후 구름, 10℃ / 최고 17℃, 바람 29km/h
♣ 장 소 : 대전 동구 상소동산림욕장, 서구 장태산 자연휴양림 일원
♣ 일정 & 코스 : 천안→대전 산내동 하나로마트→이동민의 광양불고기(중식)→상소동 산림욕장→장태산자연휴양림 휴양관 2층
도라지실(10인실 숙박)→스카이타워→누룽지탕(석식)→취침
나는 성격이 나사가 몇개 풀린 듯 비교적 느슨하면서 느긋하여 일이 닥치면 즉각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뒤로 미루고 본다.
그러나 어느 면에선 소심, 세심, 예민한 편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큰일 맡기는 싫어하고 작은 일을 맡아서 깔끔하고 아름답게
마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생기면 그때로 부터 일단 여기저기 자료를 뽑아놓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끝나기 전날까지는 계속 다른 자료를 검색해 보고 수정을 하며 소속 구성원들에게 고지를 한다. 이런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구성원들은 처음에 보낸 안내문은 자세히 보고 잘 기억을 하지만 연속 보내면 양치기 소년 얘기가
시사하듯 나중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나중에 보낸 것은 아예 안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현재 내가 소속된 친목회 성격의 모임 몇개에선 해를 거듭할 수록 걷기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 날이 갈수록 내 기준으로
즐거운 여행이 어려워 진다. 이번에 내가 회장이 된 친목 모임 '울타리'도 마찬가지다. 서로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소인수 모임의
회장은 선출이 아니고 순번제가 좋다. 내가 다음 번에 회장이 될때는 아마 식사모임 밖에는 추진이 안 될 것이다!
전에는 보통 남자회원들 끼리 모여서 간단한 운동이나 산책 후 식사를 하고, 부부동반은 일년에 한두 번 정도 여행을 하거나
식사를 하고 끝냈었다. 그러나 내가 일방적으로 올해는 3번의 부부동반 여행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3박 4일 이상을 선호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모두 1박 2일로 잡았다. 첫째 꽃 피는 봄철은 군산 선유도 여행,
두번째 더운 여름엔 계곡을 낀 가평 칼봉산자연휴양림, 세번째 단풍 좋은 가을엔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과 옥천 부소담악으로
잡았다.
세번째의 이번은 두곳 모두가 나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자료는 많이 찾아 보았지만, 현지에 도착하여 보면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아 당황하게 되는 수가 있어서 이번에도 약간의 두근 거림이 있었다. 사실 나는 막산을 탈때와 같은 이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근 거림, 요즘 말로 심장의 떨림을 좋아하기는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 혼자일 경우이지 동행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자칫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다!
휴대폰에 장기예보가 뜨는 2주전 부터는 날마다 몇번씩 일기예보를 살핀다. 환절기 일기예보는 몇 시간 간격으로 예보가 수시로
바뀌어 별 의미있는 행위가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하여 틈틈이 본다. 그 길지 않은 기간에도 일기예보를 살피며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한다. 하루만 비 예보, 이틀 모두 맑음, 모두 흐림 등등 보여줄 수 있는 예보는 눈 예보 빼고 수시로 다 바뀌며 나온다.
최종적으로 발표된 예보는 첫날 오전 오후 종일 비, 둘쨋날 오전 비, 오후 맑음이었다. 그래서 애초의 계획을 바꾸어 비를
맞으면서도 산책이 가능한 장태산 휴양림을 첫째날 가는 것으로 내정하고 회원님들에게 알렸다. 하필 건조하여 푸른하늘을
많이 볼 수 있는 가을에 비맞는 여행이라니...! 아예 며칠 뒤로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갑자기 맘에 드는 숙소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강행을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처음 계획대로면 내가 경기광주에서 아침 7시 경에는 출발해야 한다. 비맞고 걷는 것은 길게 할 수는 없다. 회원님들에게 우의,
우산을 챙기라고 연락하고 한시간 늦춰 8시경으로 변경하여 출발을 했다. 하늘은 구름에 덮여있고 바람은 준폭풍 수준으로
강하며 비는 꽤 쏟아진다. 그러나 우리 동네는 그리 검은 구름이 아니어서 잘하면 비가 그칠 것도 같다. 이런 기대는 용인을
지나면서 멀리 물 건너 갔다. 용인의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어둡고 바람은 강하며 비는 세차게 쏟아진다. 길가 하천에는
범람에 가까운 흙탕물이 넘친다. '이번 여행은 죽 쑤었구나!' 머릿 속이 아득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천안에 가까워질 수록 구름이 엷어진다. 천안에서 친구부부의 차로 바꿔 타고 대전을 향해 가는데 구름
사이로 푸릇 푸릇한 기운이 돌더니 세종시 근처에서 어느 순간 하늘이 활짝 열린다. 일기예보가 잘 안 맞는 것이 불만으로
구라청이니 사기청이니 뭐니 욕을 한 적이 많았는데, 이번엔 안 맞는 일기예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후에는 예상보다
약간 선선한 것 외에는 대체적으로 고마운 날씨였다.
<상소동산림욕장>
<장태산 자연휴양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