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교차로신문 2022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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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옛날이야기다. 한 농부가 당나귀를 끌고 길을 지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고 안개가 짙게 끼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농부 옆에 있던 당나귀가 발을 헛딛어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농부가 우물 안을 보니, 생각보다 깊었다. 농부는 수차례 당나귀를 구하려고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마침 이 우물은 샘물이 말라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고 있던 터였다. 결국 이런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우물도 쓰지 않는 것이고, 저 당나귀도 늙어서 일도 하지 못해 죽을 때가 됐으니, 차라리 우물에 흙을 던져 우물을 메꿔야겠다.’ 농부는 도와달라며 주변에 소리치자, 많은 사람들이 이참에 우물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해선지, 저마다 삽을 들고 나왔다. 사람들이 순식간에 삽에 흙을 떠서 우물에 던졌다. 그런데 당나귀의 반응이 이상했다. 자기 등 위로 떨어진 흙을 고스란히 받는 것이 아니라 흙이 떨어질 때마다 순식간에 몸을 털었다. 그런 뒤에 그 흙을 차곡 차곡 발판 삼아 서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흙을 다졌다. 점점 흙은 던져졌고 한참이 지나 흙이 높아지자, 당나귀는 저절로 우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잔인한 동화다. 저번 주 원고에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힘든 역경을 겪고 있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필자도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제 그 반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필자에게는 근자의 몇 년을 새롭게 맞이했다. 예전에 밖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다가 집에서만 있으니 새로운 삶의 패턴을 갖게 되었다. 불경 독송하는 시간이 늘면서 경전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예전보다 경전 관련된 주제의 논문을 쓸 수 있었다. 학문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며, 세상사와 불교에 대해 입체적인 시각을 키웠다. 이런 와중에 논문상을 수상했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논문이 채택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홀로 있는 시간의 묘미가 쏠쏠하다.
이 글을 쓰게 된 원점으로 돌아가자. 필자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당나귀가 자신에게 힘든 일이 닥쳤지만 이를 발판으로 홀로 일어섰다는 점이다. 힘들수록 자신 스스로를 구제해야 한다. 이 세상은 어느 누구도 그대를 도와주지 않는다. 소설가 박완서씨도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은 견디며 사는 것’이라고…. 살다보면 다 살아진다.
배우자가 있고, 가족과 함께 살아도 자신의 인생길은 홀로 가는 법이다. 불교에서도 “자식도 믿을 것이 못되고, 부모ㆍ형제도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하였다.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의지하거나 의존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힘을 비축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고 하는 것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생에 짊어진 짐은 똑같다. 형태가 다르고 모양이 다를 뿐이지, 인생에서 힘들고 고통스런 일들은 저마다 다 겪게 되어 있다. 찾아오는 시기가 다를 뿐이다. 자신만 힘들게 살지 않는다. 흙이 떨어져도 이를 발판으로 삼으면, 밝은 태양은 그대의 몫이 될 것이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_()_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사두사두사두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