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역시 2002년 3월 경에 부대 안에서 쓴 글이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앨범이므로 좋아하는 마음을 한 껏 담아서 정성들여서 썼다. 그러나 역부족이긴 마찬가지이고. 그나마 아래에 쓴 리뷰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생각으로 자위했다. 글은 Track By Tradck으로 이루어졌다.
낯선 사람들 - ‘낯선 사람들’
- 무채색 불투명했던 내 일상에서 발견한 무지개 빛 가득 실은 리어카.
어릴 때의 나는 잘은 몰라도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아버지가 즐겨들으시던 배호나, 잉글버트 험퍼딩크나,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패티 페이지 등등...... 가사도 모르면서 그냥 따라 부르곤 했던 기억이 난다. ‘하 머 때뚜 윈도~~(How much Is That Doggy In the Window)ㅡ,.ㅡ;;;'라는 식으로 그냥 부르면서 신나했었다. 아마도 그때가 국민학교 입학 전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피아노를 배우고(중간에 그만두었다.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누이들이 듣던 테잎들을 듣게 되었다. 가요부터 메탈까지 그냥 누나한테 “누나, 이거 좋아?” “응. 좋아(귀찮아...니가 뭘 알겠냐...?그냥 아무거나 들어라.)”라는 식이다. 그 테잎 중엔 아이언 메이든도 있었고, 본조비도 있었고, 유리스믹스도 있었고, 왬도 있었고.....김현철, 어떤날, 조동익, 들국화 등등 많은 테잎이 있었다.
나의 리스닝 라이프는 일단 그렇게 시작되었다. 누이들을 통해서 알게 된 뮤지션들과 음악들이 지금의 나의 음악적 토대의 기초가 되었다. 중학교 때, 정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파악한 작은 누이가 어느 날 내게 던져준 테잎이 바로 낯선사람들 1집이다.
마구잡이로 쌓아 온 음악적 스키마, 그 와중에서도 퓨전재즈의 맥락은 유지되어서인가. 지금 보면 그렇게 어려운 코드들의 음악이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부드럽게 내 귀에 와서 감겼던 것인지.
알게 모르게 하나기획이나 동아기획의 음악에 익숙해져버린 내 귀와 취향은 마치 악마의 손과 같이 음 하나하나를, 박자 하나하나를 잡아당겼었다. 인덱스를 보니 작곡자가 대부분 ‘고찬용’ 이라는 인물이라. 아..누구일까..? 이렇게 멋진 노래를 만들고 어쿠스틱 기타로 이렇게 잘 치고 또 노래로 이렇게 흥겹고도 구슬프면서 간드러지게 부르는 사람은...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재하 음악제 출신의 떠꺼머리 청년이었다. 이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진 차분하고 얌전한 듯 하지만, 때로는 아주 성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허은영이고, 지금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난 행복해'의 이소라도 있다. 연주파트는 여러분들이 맡았다. 드럼에 김민기, 김영석, 베이스에 조동익, 기타에 함춘호, 최이철, 고찬용, 피아노에 김광민, 김현철 등...쟁쟁하신 분들이 고찬용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하고 따라주고 있다. 비록 세션맨들이지만 녹음이나 연주 중에 그들도 함께 행복해하며 녹음을 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말 ‘한덩어리’인 사운드라고 생각한다.(이건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다. 난 꽉 찬 사운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소박하고도 유머러스한 사운드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첫 번째 곡 낯선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아주 재미있는 표현으로 그리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핑거 스냅이 주를 이루면서 한 명씩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만남을 너무나 갈구하고 있었고 지금 함께 있기에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노래하고 있다.
두 번째 곡인 동그라미, 네모, 세모는 사람들이 각각 모두 여러 가지 모양,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재미있다라는 내용의 곡인 것 같다. 16비트 엇박의 브레이크가 주는 약간의 긴장감과 코러스들의 타악기와도 같은 스캣이 아주 재미있게 어우러져 리듬을 타고 미끄러진다. Al Jarreau의 Loof Garden이라는 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곡 비닐우산은 이 앨범의 백미. 이곡은 우리나라 아카펠라의 신기원이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미국의 Manhattan Transfer가 부럽지 않다. 비 오는 날에 그대를 만나고 싶다는, 그대가 쓰던 비닐우산이 그립다는 내용인데 이들의 화음이란 정말 놀랍다.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의 단순한 구성이다. 주 리듬은 스윙인데 이 스윙리듬을 하트비트(바비 맥퍼린이 했던 주법으로 마이크의 위치를 잘 선정하여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때리면 베이스 드럼에 가까운 소리가 발생)와 핑거 스냅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 곡을 라이브로 보지 못한 것이 나의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어쩌면 풀 수 없는ㅜ,.ㅜ) 한(恨)이다. 과연 내가 이들의 화음을 직접 볼 수 있을까...(아직도 앨범 소식이 없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네 번째 곡은 이소라의 독창인 ‘왜 늘...’이다. 이소라는 선천적인지 후천적인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참 매력적인 비음을 가지고 있다.(일부러 축농증을 고치지 않고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난 행복해’라는 너무나 유명한 곡으로 솔로 데뷔하여 지금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나도 지금까지 응원하고 있는 가수이다.) 소라언니의 멋진 비음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이 곡에서 마음껏 들을 수 있다. 또, 이 곡의 특징은 영어의 스캣과 비슷한 한글 발음의 단어들을 찾아내서 그 맛을 -많이는 아니지만- 충분히 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무슨 단어들인지는 여러분들이 찾아보시는 것이 더욱 재미있겠다. 또,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의 어쿠스틱 기타솔로로 일품이다. 최이철씨는 정말 스타일이 있는 기타리스트 같다. 어느 앨범에서라도(그렇게 많이 참가하지도 않았지만...)그 만의 색깔을 찾아낼 수 있다.
다섯 번째 곡은 허은영의 독창인 ‘색칠을 할까’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의 곡이다. 피아노와 보컬뿐이다. 재즈 스탠더드는 아니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차분하게 읊조리다가 클라이맥스로 부드럽게 올라가서 다시 차분하게(다소 격앙된 어조로)마무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내용의 곡이다.
여섯 번째 곡은 재미있고 신나는 재즈스윙넘버인 ‘해의 고민’이다. 기타와 베이스의 앙상블 인트로 다음에 바로 나오는 그 절묘한 코러스들...(아아...이건 도무지 그냥 ‘코러스’라고만 하기에는 나의 표현력이 너무 원망스럽다.)곡의 중간 중간에 보면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소리를 흉내 내는 듯한 익살스러운 스캣도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해’는 아마도 하루일과에 지쳐서 집에 돌아온 한 가장을 나타내는 듯하다. 집에 와서도 부인과 아이들에게 치이는 그런 가엾은 우리의 ‘아저씨’가 생각난다. 익살맞고 신나는 곡이다.
일곱 번째 곡은 ‘무대 위에’이다. 이들의 아티스트로서의 서러움과 애로사항(?)등이 잔잔한 톤의 이소라의 목소리에 녹아있다.
다음 곡은 ‘무대 위에‘ Reprise 버전인데 멜로디 라인을 비브라폰으로 연주한다.(진짜 비브라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키보드인 듯하다.) 스킵의 이미지가 강한 트랙이고.
아홉 번째 곡은 ‘동물원’이다(동명의 그룹이 있지만 그들과는 무관하다.ㅡ,.ㅡ;;). 익살맞은 색소폰 인트로에 이어 이들의 재미있는 퍼커션 코러스(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된다.-_-;;)를 들어볼 수 있는 곡이다. 동물원의 동물들도 쉬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곡이고, 동물원에 있는 사람들의 군상을 그린 곡이다. ‘동물이 사람인지, 사람이 동물인지. 누가 누굴 구경하는지 몰라~~’라는 식의 재미있는 가사가 돋보인다.
마지막 트랙은 ‘버드나무가 있는 공원’이다. 왈츠풍의 곡으로 멜로디혼이 이끌어나가는 멜로디라인에서는 사이키함까지 느껴진다. 나른하고 몽롱하다. 그런데도 입은 계속 따라 부르기를 원한다. 어떤날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다음으로 좋아하는 개인적인 몽롱 best넘버이다. 특히나 엔딩 부분에서의 소박한 드럼 필인 페이드아웃은 아쉬움을 가지고 도망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솔직히 사이키한 곡들에 대한 느낌을 글로는 잘 표현 못하겠다. 이거 어렵다.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
부탁할 것들이 있다면,
1. 혼자서 들을 것.(다른 사람은 몰라도 애인하고 같이 듣기에는 별로인 듯해요.)
2. 워크맨에 담아서 길거리를 다니면서 사람들 구경하면서 들으면 효과적임.
3. 나중에 알 자로나 인코그니토 같은 밴드들을 들어보면서 비교, 분석해 보면 재미있을 것임.
4. 자매품인 조동익 솔로앨범 ‘憧憬’과 영화음악 옴니버스인 'movie', 김광민의 모든 솔로앨범을 들어보셔요.
5. 지금은 구하기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구해서 들어보세요.
역시 리뷰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 그 밴드나 뮤지션의 태생부터 어린시절, 학교생활, 친구들까지도 자세하게 조사하면서 쓰던데...그런 글들하고 비교해보면 지금 내 글은 완전히 초등학생 독후감 수준이다. 그러나 열심히 썼다는 것만 여러분들이 알아주신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어쨌든 낯선사람들의 앨범은 좋다는 이야기.(2집은 시간이 꽤 흐른 뒤에 나왔다. 2집도 좋아하지만 아쉬운 점들이 많이 있었다...-_-;;)
아까 잠깐 언급했는데, 이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지금 나는 궁금해 죽겠다. 언제쯤 다시 나타나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줄지...이소라는 솔로데뷔를 해버렸고, 고찬용씨도 가끔 프로젝트에 등장할 뿐...통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어디선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을거라는 바램을 가지고 언젠가 다시 우리 앞에서 신나는 스캣을 보여줄 그 날만을 기다린다.
21. march. 03
-anti-
첫댓글 "안티"라는 분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담아온 글입니다.
"안티" 팬인가요? ^^;;;
바부... - -;
아..운영자...-_-;
안녕하세요! 부끄럽네요...보잘 것 없는 글이 여기까지 오다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활동하고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 -anti-
보잘것 없다뇨!! 낯선사람들이란 그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쓸 수 없는 그런 글입니다... 너무 좋기만 한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