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왔다. 수니가 순천에서 상경하는 날...
그런데 방해물이 나타났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온 나라를 쑥대밭 만들고 다니는 집중호우, 장마...
일기예보가 틀릴수도 있다며 우리는 막판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결국 수남이 “땅,땅” 의사봉을 때리며,“날씨가 안받쳐줘서리 오늘 청계산 산행은 없던 걸로 하겠스무니..”
하는 걸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머나먼 동쪽 땅 하남에서 캄캄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을 조이다가
이 소식을 듣고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그 시각 우리의 모범생 혹은 초월생? 방장은 우리들의 운명을 거스르고 홀로 독야청청 청계산을 올랐다지 않은가?
하이고, 산이란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좋은 곳이라 하긴 하였지만...
강남역 5번 출구, 연타발이라는 곳이 우리의 접선장소였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간판이 보이니
만남의 장소치고는 특 에이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은 종상, 동원, 수남, 동희 정희, 찬규, 영애, 나 그렇게 8명이었다.
맥주와 소주, 혹은 쏘맥으로 몸과 마음을 워밍웝한 연후에
우리는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묻고 얘기 꽃을 피웠다.
그동안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사람은 찬규,
잠실 석촌호수 근처에 시작했던 “바다 해장국”을 접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동안 체인을 12개로 늘리는 등 성업하였으나 가장 큰 난관은 주방장 문제라 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싸모님의 건강상 문제....
"So, are you a one hundrd percent 백수 right now?" 라고 물은 사람은 수남이었다.
그랬더니 아니란다. 벌써 어딘가에 뭔가를 시작해 놓고 있다 한다.
더불어서 싸모님과 함께 경매에 관련된 일도 같이 하고 있다고....
아이구머니나 빠르다 빨라..
산에서 신출귀몰하는 찬규의 몸동작을 떠올리며 나는 감탄하였다.
요즘 반포의 고대광실로 이사해 들어가 살고 있다는 종상에게 누군가
“집들이는 어떻게 되는 거냐?”라고 물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종상의 대답인즉,
“우리 마누라가 그러는데 요즘은 집들이 풍속도가 없어졌다고 하드라고!”였다.
“오호 통제라, 너희집도 권력 이양이 학실히 이루어져 부렀다이잉!” 방장이 한탄했다.
옛날 옛적에는 요러저러 야들야들 고분고분했었던 마누라가!
지금은 모두 신참 훈련병 기합 주는 연대장님이 되어버렸더라는 야그...
아이고 옛날이여, 메뚜기도 한철인데 그 때 원 없이 폴딱폴딱 뛸것을...
방장이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살살 흔들며 말하기를...
우리 주변에 권력 이양이 아직 과도기에 혹은 영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는
마지막 장소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 워디?”
“천사네...”
뭇사나이들의 부러움이 뒷동수씨의 뒷통수에 쏠리는 순간이었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우리가 먹어치운 고기랑 음료수 값이 찰칵찰칵 돈으로 계산되어 나오는 순간...
일인당 거의 3만원 되겠스무니다!
아이고 폼내고 자리잡을 때는 좋았더니 와이리 비싸냐,
즉석에서 걷은 2만원 회비와 쌓아놓은 회비로 돈 계산을 끝냈다.
에이, 이번에는 너무나도 오랜만에 너무나도 예쁜 친구 수니를 맞이한다고
너무 럭셔리한 장소를 골랐지만 다음번 평범한 모임에는 허리띠를 조금씩 졸라야 한다!
라고 나는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강남역 근처는 낮이나 밤이나 젊음이 넘치는 거리다.
이곳에 입성하여 길을 걷고 있노라면
내 자신이 그 누구에게 폭탄이 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고
급기야는 자격지심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쭉쭉빵빵 아가씨들이 맨 다리를 자랑스럽게 여기저기서 드러내놓고 걸어 다니는 바람에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움찔거리며 우리는 2차 장소를 찾기에 바빴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여러 곳을 기웃거리다 결국 근처 노래방으로 낙착을 보았다.
그런데 그곳은 한 시간에 4만원, 플러스 약간의 찌린내가 있는 곳(화장실이 옆에 위치한 탓에)
그러나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더라.
원효대사는 해골 바가지 물도 달디 달게 먹었다지 않는가?
식당에서 못다한 얘기도 하고 치매 예방용으로 약간의 노래도 하면서
우리는 주어진 마지막 1분까지 시간을 채우면서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첫댓글 그날 비가오지않아 산행도 할수 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너무나 좋은자리 좋은곳이어서 그날따라 자주보지못한 기러기들얼굴이 새삼 어른거렸다. 이렇게 멀리서라도 가끔 소식주고 얼굴보여주는 순희기러기처럼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40년전으로 돌아가면 좋을것인디...우리 지금 돌아가고 있는중 아닌강ㅁ??/강작님, 좋은정리 감사하무이다.
ㅋㅋㅋ 그 날 그 찌린내 향수땜시 집에와 남수가 준 바디샴푸라는것을 많이 많이 써부렀다. 이 나이먹도록 고렇코롬 좋은 노래방은 처음이었다. 웜메~ 지금도 냄새가 나는것 같아... ㅋㅋㅋㅋ// 아, 글고 뭐땜시 본인도 없는 사이에 우리 뒷동수님을 그렇고롬 부러워 한디야? 즈그들도 능력을 키워볼일이제...
간다는 친구 못가게 잡으며 딱 ! 한 잔만 더하자고 잡던 옛날이 그립고나. 진즉에 권력이동이 완료된 울집은 빨리 들어가 충성할 일은 없지만 차 떨어지면 골치아프고 피곤하니까 자꾸 시계를 보게 되어 좋은 분위기 깨질까 눈치보인다. 모두모두 반가웠어용.
모임 보고서 작성한 영희에게 감사. 혹시 3호선 7호선 9호선 반포 버스터미날역이나, 9호선 신반포역 근처에 올 때 연락주라. 그냥 어영부영 나의 집으로 처들어 가는 거다. 경비가 출입을 심하게 통제하니까, 주민과 같이 들어가야 한다. 주민인 나도 심한 출입 통제에 매우 불편하다. 래미안퍼스티지 114-503 이고. 집앞에 천년된 느티나무 한그루가 심어져 있다. 처들어 가는 것을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