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국 수필] 계절과 조류의 모습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부르고 있긴 하다. 이는 T.S. 엘리엇 시 <황무지>에서 기인됐다.
우리나라의 4월과 전혀 무관하다. 사실 4월은 연두색 천지로 생명을 느끼게 하는 달이다.
만우절이 있어서 각박한 세상에 웃음도 피어난다. 잔인하기보다는 포근한 달이다.
이어지는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메이 퀸을 뽑는 대학도 있다. 푸른 5월은 매력이 넘치
는 달이다. 시월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로 인하여 "시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하는 달로 각
인됐다.음력 7월은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를 생각하면서 까마귀와 까치(烏鵲)가 연상된다.
백의민족인 우리나라는 까치의 배가 흰색이어서 친근하게 여겼으나, 까마귀는 검다 하여
흉조로 취급했다. 까마귀는 잡식 조류로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벌레를 잡아먹는 익조
(益鳥)로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까치는 집단 공격성이 강한 조류로 전깃줄에 집을 짓기도 하고 처마에 거처하면 변(便)을
치우는데 골칫거리다.그러나 까치 우는 소리는 반갑다. 까마귀의 까옥은 '옥(獄) 살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기피하고 있다고 본다.
검은색은 신장에 좋다고 하여 한때 까마귀의 숫자가 줄어든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 남자
들은 몸에 좋다고 하면 혐오 식품도 밝히는 편이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고 읊었지만,까마귀는 까치와 은하수에 함께 올라가
서 오작교를 만들어 견우와 직녀를 만나도록 봉사하는 조류다.
조류의 이름은 인간의 편리에 따라 지어진 것이 많다. 참새는 작지만 초가 지붕의 추녀가
집이다. 참자(字)는 귀한 글자다. 참은 진(眞)이다.참새, 참나무, 참기름, 참깨, 참나물, 참꽃,
참치, 참빗 등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이다.'참이슬'을 주당이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조두(鳥頭)라 하여 까마귀의 기억력에 대하여 폄하하고 있는데 사실 까마귀는 두뇌
가 아주 좋은 새다.호두나 깨기 힘든 것을 차가 다니는 길 위에 두었다가 깨어지면 먹는
조류다. 까치는 집 가까이에 사는데 비하여 까마귀는 좀 떨어진 곳에 산다.
까마귀 집은 잘 모른다. 언제 교미 하여 번식하는지 궁금하다. 동경 하늘의 수많은 까마귀
를 보면 일본의 국조(國鳥)가 까마귀라는 착각이 들기까지 한다.
사실 일본의 국조는 꿩이다. 조류 가운데 야생(野生)이 가장 강한 것이 꿩이다.
장끼와 까투리란 자웅(雌雄)의 이름은 아름답기 짝이 없다. 수년 간 모이를 주면서 키워도
틈만 나면 날아가 버리는데 이유가 있다.
암꿩과 수꿩은 야산에서 함께 지낼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조류다. 수컷인 장끼는 꼬리가 길
며 여간 아름답지 않다. 화려하여 독수리나 매의 먹이로 쉽게 노출 되기 때문이다.
반면 암컷인 까투리는 몸이 왜소하고 보호색을 띠고 있어서 혼자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장끼와 까투리는 다정히 붙어서 살 수가 없으며 교미를 하고는 멀리 떨어져서 사는
데 장끼는 자주 울면서 신호를 보낸다. 꿩 먹고 알 먹고 꿩 꼬리까지 팔고 있으니 일거삼득
의 기쁨을 주는 조류다.
필자는 소싯적에 꿩 알을 몇 개 주어 본 적이 있었다.지금 같았으면 그냥 두었을 텐데 그때
만 하여도 철이 들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난생(卵生)은 태생 다음으로 귀하다. 인간도 알
에서 탄생한 자가 있는데 이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만 할까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그리고 개체 수를 조정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먹이 사슬 구조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약한 것은 강한 것의 먹이로 희생을 당하여 무리를 지켜 주는 역할을 한다.
계절과 자연의 이치에 순행 하는 동물 세계의 모습은 아름답기 짝이 없다.
생존을 위하여 거북은 수많은 알을 낳는다. 쌍둥이도 이상하게 여겼는데 세상이 바뀌어 인
간도 한꺼번에 다산(多産)을 하는 시대다.
(이경국)
첫댓글 회사 시절 인도 뭄바이 합작사 영업이사로 근무한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호텔에
있으면서 숙식을 해결 했는데... 식당이 야외에도 연결되어있어 바깥에서 식사할 때는
까마귀 접근을 신경써야 했습니다. 잠시 한눈 팔면 어디 숨었다 나타나는지 음식 한덩이를
물고 달아나던 까마귀가 생각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