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23. 11. 26.(일) ♣ 날 씨 : 맑음, 4℃ / 최고 13℃ , 바람 3km/h
♣ 장 소 :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남구 일원
♣ 공지대장/참석회원(존칭생략) : 염동춘 총괄대장 / 김기봉 대장, 박연욱 왕총무, 희망새, 이준태 고문님, 김종호 고문님, 짱가,
조은실, 주지나, 김미경, 김미경1, 불이, 커피누나, 이애자, 오성배, 삼달순, 권혁준, 유백현, 심은선, 우주첫별, 정진영, 정유선,
김건호, 켈린, 홍청자, 고분, 김향림, 시루, 녹슨칼 【총 30명】
♣ 일정 & 코스 : 미포항→해운대해수욕장→동백섬→수영만요트경기장→민락수변공원→광안리해수욕장→남천항→용호만→
이기대공원→오륙도해맞이공원→스카이워크 【약 16km / 약 6시간 소요 / 2.9만보】
지금은 나보고 바보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유교의 도덕적 가치가 희미해지고 질서가 무너졌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삼강오륜*의 오륜 중 하나인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서 더러는 복잡한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자리를 양보 받기도 한다. 내가 바보 같지 않아서 바보라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뻔한 바보로 보여도 감히 나이
많은 사람에게 드러내고 말하지 못할 뿐인 것이다.
[*주(註) ‘삼강’ :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 - 임금과 신하 사이, 어버이와 자식 사이, 부부 사이에 지켜야할 도리를 말하며
약자가 강자에게 희생할 의무를 진다. ‘오륜’: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 부자 간에는 친함이, 군신
간에는 의가, 부부 사이엔 구별이 있다.(이 3가지는 삼강과 중복됨)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순서가, 벗과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유교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
내가 한 바보 같은 언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잘못한 일이 잘한 일의 몇 배를 덮고도 남는다! 가장 최근에 저지른 가장 큰
바보 같은 짓 하나를 예로 들어본다! 내가 백두대간 3기에 참여하겠다고 마음을 정한 후 훈련산행 중 대간 2기 졸업산행에도
동행을 했었다. 힘겨운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에서 간단한 졸업식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졸업식-졸업식 이라는 말보다는 ‘수료식’이 더 맞는 말이 아닐까?-은 학교의 졸업식에 준하는 성대한 것이어야
하는데 여러 여건상 뒤풀이 후 너무 간단히 끝난다).
의례적으로 순서에 의하여 진행을 하지만 몇몇 분들이 눈물 짓는 것을 보았다. 나는 이것을 지켜보면서 나도 눈물이 자꾸만
나왔다. 내가 참여해 본 이번 한번의 산행도 힘겨웠는데 이런 산행을 34번이나 참고 해왔다니, 그것도 보통 산행 때처럼 날
좋은 날로 골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날이면 눈보라도 비바람도 무릅쓰며 2년 가까이 해왔다니 어찌 감격의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는 어려서부터 몸집도 작고 힘이 없는데다가 정신력도 나약하기 그지없었다. 무엇이든지 조금만 힘들어도
참지 못했고, 건듯하면 눈물을 쏟곤 해서 부모님께 야단도 많이 맞았다. 나약한 건 지금도 비슷해서 나도 만약 대간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식을 맞이한다면 아마도 눈물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여러 사람이 모인 가운데 연장자로서 수치스럽게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나의 대간길도 어느 사이 지리산 천왕봉을 밟아 졸업산행을 마치고 졸업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졸업식장에 가는 버스 안에서부터 자꾸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주머니 속에 휴지를 잔뜩 끊어 넣었다.
식이 시작되었다. 단단한 각오로 차분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차분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밴장님의 축사가 시작되자 자꾸만
목울대로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흐르는 눈물은 준비된 휴지로 찍어내면 되었는데 소리내어 통곡을 하는 것만은 기를 쓰고
참아 내었다. 또 하나 문제가 눈물과 함께 콧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것은 찍어낼 수 없어서 풀어야 하는데 마침 나는 평상 시도
고질인 비염이 있어서 수시로 코를 풀었으므로 나를 잘 아는 대원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드디어 백두대간 졸업장에 해당하는 ‘완주증서’를 내가 받게 되는 차례가 되어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어금니를 단단히 악 물었다. 나 이상가게 대간길에서 고통을 받았을 이흥재 총괄대장님 앞으로 나갔다. 서로 눈이 마주
치면 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장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그 대신
두 눈이 마주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다. 나의 굳은 결심대로 남이 보는 앞에서는 전혀 눈물을 흘리지 않고 마칠 수 있었다.
이번 해파랑길 졸업식에서 염동춘 총괄대장님께서도 눈물을 보이셨다. 남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으셨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나와 같이 참으려 애썼지만 참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춥고 어둡고 좁은 긴 터널, 장님이나 마찬가지로 더듬다
시피 걸어온 그 긴 시간, 몸이 어려운 것은 그래도 참을 만 한 것이다. 그 동안의 여정이 순조롭기만 해도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의 인솔자가 되어 갈등을 겪기도 하고, 터무니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대원의 까칠한 비난, 늘어나는 중탈자에
반비례하여 자꾸만 줄어드는 경비 조달에 애를 태우게 되는 형편, 누구도 하소연을 들어 주지 않는 무관심, 남들 다 자는 밤중에도
길을 걸으며 수없이 많은 갈래길로 잘못 들어섰을 때 대원들에 대한 미안함 등등 나도 알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이 다 끝나가는
자리에 서서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 볼 때 어찌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랴? 염대장님의 눈물이 아름다운 것으로 다가온다!
내가 최근에 한 가장 바보 같은 짓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나의 백두대간 졸업식장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극기심을 발휘하여
눈물을 참아낼 것이 아니라 소리내어 펑펑 울며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 내도 되는 거였다. 바로 그것이 나의 진심이며 아무도
이런 나의 행동을 바보라고 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눈물을 흘려도 좋을 때와 흘리지 말아야 할 때도 구별 못하는 나! 평생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나이만 많이 처먹은 바보, 시절이!!!
<해파랑길 남진 마지막 코스인 '미포항-오륙도' 까지의 트레킹 내용은 사진과 설명으로 대신함>
https://www.youtube.com/watch?v=ziVTQ1-wcq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