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Assassination)
최용현(수필가)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다음해인 1911년, 친일파 사업가 강인국(이경영 扮)은 이완용 백작의 주선으로 데라우치 총독을 경성 손탁호텔에서 만나 극진히 대접한다. 이때 젊은 독립투사 염석진(이정재 扮)이 폭탄을 터뜨려 총독 암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강인국은 부상당한 총독을 업고 현장을 빠져나가고, 그 공으로 출세가도에 오른다.
한편, 남편의 친일행각을 못마땅해 하던 강인국의 아내는 염석진을 숨겨주다가 들키게 되자, 친정에 가는 척 하며 어린 쌍둥이 두 딸을 데리고 도망친다. 그러다가 강인국의 밀명을 받고 쫓아온 집사에 의해 사살되는데, 그 와중에 딸 하나는 유모가 데려간다. 체포된 염석진은 종로경찰서에 구금되어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밀정이 된다. 그리고 탈옥을 가장하여 풀려난다.
1933년, 의열단장 김원봉(조승우 扮)이 상해임시정부로 찾아와 김구 주석에게 친일파 사업가 강인국과 간도 조선인 학살의 주범 카와구치 사령관 암살을 제의한다. 그러자 김구는 만주의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扮)과 신흥무관학교 출신의 속사포 추상옥(조진웅 扮), 그리고 폭발물 전문가 황덕삼을 암살단원으로 위촉한다.
이를 알게 된 상해임시정부의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조선 출신의 총잡이 하와이피스톨(하정우 扮)에게 3천불을 주겠다며 암살단원을 밀정이라고 속여 청부살인을 의뢰한다. 안옥윤은 상하이의 미라보에 들렀다가 검문을 당하는데, 마침 옆자리에 있던 하와이피스톨과 부부행세를 하면서 위기를 넘긴다. 김구는 염석진이 밀정임을 눈치 채고 사살조 두 명을 보내지만, 이들은 염석진에 의해 처치되고 만다.
한편, 일본군 해군 소위로 위장한 하와이피스톨과 그의 조수 영감(오달수 扮)은 경성으로 가는 기차에서 카와구치 사령관의 아들 슌스케 대위와 친해진다. 그는 만주에서 조선인 3백 명을 학살한 사이코인데 강인국의 딸과 결혼하러 경성에 가는 길이었다. 경성에 도착한 암살단은 강인국과 카와구치 사령관이 타는 차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습격하기로 하고 몰래 차에서 기름을 빼버린다.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암살단원 황덕삼은 강인국과 카와구치 사령관이 탄 차에 폭탄을 던져 넣으려다 사살되고 만다. 안옥윤은 팔에 총상을 입고 하와이피스톨과 함께 체포되지만 영감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하와이피스톨은 안옥윤이 독립투사임을 알게 되자,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고 풀어준다.
안경유리가 깨진 안옥윤은 백화점에서 새 안경을 주문하는데, 그 일로 쌍둥이자매인 미츠코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어머니로 알고 있던 사람이 유모였음도 알게 된다. 강인국은 자신을 죽이러 온 여자 암살단원이 행방불명되었던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듣고, 미츠코를 그 딸로 오인하여 사살한다. 미츠코의 옷을 입은 안옥윤은 미츠코의 차를 타고 강인국의 저택으로 가서 미츠코 행세를 한다.
결혼식 날, 하와이피스톨과 속사포, 염석진이 식장에 모여든다. 신부입장 때, 안옥윤은 ‘왜 어머니를 죽였느냐?’고 물어 아버지를 당황하게 만든다. 속사포가 일본헌병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하자, 안옥윤은 부케 안에 숨긴 권총으로 카와구치 사령관을 사살한다. 하와이피스톨은 강인국을 사살하지만, 암살단원 속사포는 염석진에게 피살되고 만다.
하와이피스톨은 신랑을 인질로 잡고 미치코로 위장한 안옥윤을 데리고 나와 영감이 몰고 온 차를 타고 와서 옛 아지트에 들어간 후 신랑 슌스케를 사살한다. 그리고 미츠코로 위장한 안옥윤을 밖으로 내보내고 영감과 함께 지하통로를 지나 맨홀 뚜껑을 열고 올라가다가 출구를 포위하고 있던 염석진과 헌병들에게 사살되고 만다.
광복이 되어 대한민국 경찰의 고위직이 된 염석진은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서 재판을 받는다. 그는 웃통을 벗고 몸에 난 상처들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독립투사라고 주장하여 무죄선고를 받아낸다. 재판정에서 나온 염석진이 시장거리를 걷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오래 전에 자신이 처치한 줄 알았던 사살조 명우를 만난다. 그 옆에 안옥윤이 서있다.
안옥윤이 ‘왜 동지를 팔았느냐?’고 묻는다. 염석진이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 하고 대답한다. 안옥윤은 “16년 전,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고 했던 임무를 지금 수행합니다.” 하면서 총상 후유증으로 벙어리가 된 명우와 함께 염석진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다. 염석진이 비틀거리다가 쓰러지면서 영화가 끝난다.
‘암살’(2015년)은 ‘도둑들’(2012년)에 이은 최동훈 감독의 두 번째 천만관객 돌파(1,270만) 영화이다. 등장인물이 많고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세트 디자인,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흥미진진하면서도 빠른 전개로 러닝 타임 140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슌스케 대위가 겨우 두 번째 만남에서 하와이피스톨에게 자신의 결혼식 경호를 부탁하는 장면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이 영화의 앞부분 일본군과의 전투 장면은 합천 황매산에서, 경성의 거리 장면은 합천 영상테마파크에서 찍었고, 중국 상하이에서도 촬영했다. 또 맨 앞에 나오는 친일파 강인국의 한옥저택 장면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백인제 가옥에서 촬영했는데, 이 가옥은 영화 개봉 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되었다.
전지현은 쌍둥이 1인 2역을 하는데, 안옥윤이란 이름은 안중근 김상옥 윤봉길 의사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고, ‘여자 안중근’으로 불리며 만주에서 활약한 경북 영양 출신의 독립운동가 남자현을 모델로 했다. 또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은 광복 후의 테러단체 ‘백의사’의 총사령관 염동진을, 이경영이 연기한 강인국은 당시 경성의 화신백화점 박흥식 사장을 모델로 한 것이다.
일제가 현상금 8만엔(김구는 6만엔)을 걸 정도로 거물이었으나, 월북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금기시되어오던 의열단장 김원봉의 활약을 ‘암살’에서 비중 있게 다룬 점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