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에 뜨는 별자리/이상인
초저녁 월산 밤하늘에 하나 둘 낯익은 별들이 얼굴을 내민다.
금슬 좋기로 소문난 밤실 내외, 가뭄 든 해 자기 논에 도랑물을 다 대려고 고집 부리다 간 선평양반, 머슴살이만 하다가 장가도 못가고 죽은 솔봉이 아재, 대를 쪼개 바구니를 잘 짓던 기준양반과 큰물에 떠내려가 영영 소식 없던 옆집 막둥이까지 한꺼번에 몰려나와 소곤소곤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날마다 고향 소식이 하도나 궁금한지 해맑은 얼굴을 빠끔히 내밀고 밤새도록 반짝반짝 눈을 빛낸다.
일찌감치 저녁을 나누어 먹고 연속극이 끝나 마을회관을 나온 할머니 몇 분,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 굽은 허리를 펴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먼저 간 바깥양반의 안부가 궁금하다는 듯이, 이다음 가야할 자신의 별자리가 어디쯤인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별들로 반짝이고 나중에는 그 별자리가 하늘에도 그대로 늘어선다고 믿고 늘 선禪하며 살아가고 있는 월산 사람들.
『푸른사상』 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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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죽으면 하늘에 별이 되어 항상 지켜 본단다
-거짓말!
-진짜랑께.
할머니께서 겨울밤 김 발장 당구를 넘기다가 이야기 좋아하는 손주에게 늘 풀어 놓던 말이다. 어제 명옥헌을 가고싶어 새벽일을 마무리하고 창평에를 갔다. 글을낳는집 촌장님을 모시고 가려 했는데 노회찬 의원의 비보를 접하며 일정은 깨지고 난 금남로의 어느 국밥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그것도 모자라 광주천에 들려 흐르는 물살을 보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하모니커 소리가 들리질 않는가.
이상인 시인의 시는 참 따뜻하고 맑다. 늘 시를 다듬는 모습을 난 배운다. 늘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않고 시에 늘 따스하며 지향하는 모습,
별이 되어버린 노 의원의 영전에 삼가 술 한 잔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