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2024년 10월 15일(화) 오랜만에 고교 동기 모임이 있었다.
양재시민의 숲 윤봉길 의사 기념관 앞에서 모여 가을 냄새를 맡으며
공원길을 산책하고 부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런저런 모임이 참 많지만 제일 좋은 게 고교 시절 친구들과의 만남
이다. 아마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당일 식당에 백여 명 이상이 참석하였으니 그래도 대단하다 할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다가 그 동기라는 게 뭔지 샘물이 흘러 필연처럼
고이듯 모여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은 축복이다.
건강으로 함께할 수 없는 친구들이 있으니 말이다.
집에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니 수락산을 어루만지며 소리 없이 흘러가는
구름들, 새삼 신비로워 보이고, 악수를 나눈 후 각자 자기의 길로 돌아가
는 친구들 모습만 같더라.
친구여
먼 어느날
한 점 구름꽃 피어 비를 뿌리니
무한허공에 물방울 하나 생겼더라
그 불멸의 방울 속 신비로운 세상
그렇게 깊고 멀고
오묘할 수 없었더라
오늘은
문득 갈꽃 피는 소리
열매 익어가는 소리 지극하여
그 소리 보며 샘물 흐르듯 걸으니
단풍잎 물들고
오색 무지개 뜨는구나
친구
친구
친구여!
글, 사진 / 최운향 2024. 10. 15
202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