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륜 선생님의 가야금 연주회를 보러가기 하루 전날, 이 분에 대해서 알고 공연을 보면 이번 공연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김일륜 선생님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가야금 연주로 유명하신 분이셨고, 가야금 연주 외에도 가야금 연주곡에 맞춰 부른 노래를 앨범으로 내시기도 하였다. 어떤 곡을 부르셨는지 궁금해서 앨범에 수록된 곡 중 한곡을 들어보았다. 가시버시 사랑이라는 곡이었는데 이 곡을 들으니 수업시간에 접했던 메나리조의 느낌과 같이 여성적이면서도 억세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가야금 연주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국악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일을 하고 계신 분이었다. 이런 분의 공연을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어 많은 기대를 안고 공연장으로 향하였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표를 끊고 있었다. 결국 바로 앞에서 공연좌석이 매진되어 입석표를 끊는 바람에 다도 공연 중 ‘잎 물 빛’ 공연은 관람하지 못했다. 결국 공연장 밖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연장에서도 얇은 방석을 깔고 의자가 아닌 계단에 앉아서 공연을 보게 된 데다 첫 번째 공연을 놓쳤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이어지는 공연을 관람하였다.
첫 번째로 본 공연은 25현 가야금 독주곡 ‘별과 시’였다. 다도시연과 가야금 연주가 함께하는 공연이었는데, 공연이 시작되면서 배경으로 멋진 붓글씨가 비추어 져서 무대 분위기를 한층 더 운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김일륜 선생님의 가야금 연주가 시작되고 정적이면서도 아름답고 깊이 있는 연주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선생님의 연주에 관객들이 빠져들 때쯤 오른편에 다도시연 모습이 비춰 졌다. 일본의 다도는 텔레비전이나 일본 드라마를 통해서 많이 접했던 것에 반해 한국의 다도는 한 번도 어느 매체에서도 접해본 적이 없어서 우리나라에도 다도가 있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의 다도를 접하고 보니 멋스럽고 정적이지만, 한편 정적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아름다웠다. 예절을 중시했던 우리 과거 조상님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우리나라의 다도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이 공연에서 좋았고 다도만 보았으면 밋밋했을 텐데 거기에 가야금 연주와 함께 공연되어서 재미있었던 공연이었다. 가야금과 다도. 어울리지만 무대 위에서는 함께 올라온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시도가 더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다음 공연은 사계를 위한 저녁노래Ⅳ 였다. 가야금 네 대를 함께 연주하는 공연이었는데 4명의 연주자가 한 곡을 함께 연주하는 공연되었다. 이 곡을 한명이 연주 했었다면 결코 이렇게 아름답게 이러한 음색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네 명의 연주자가 동시에 연주함으로써 음의 아름다움이 살아났으며 앞의 다도와 함께 연주되던 음악과는 다르게 경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을 통해서 네 명의 연주자가 서로 호흡하며 하나 되어 연주하는 모습이 이 곡의 맛을, 가야금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 같았다.
비록 서양악기의 연주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곡 연주에서 우리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미가 느껴졌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가야금 공연을 보고 싶다.
가야금 중주곡이 끝나고 다음에 연주된 공연은 사계를 위한 저녁노래Ⅴ. 가야금과 비올라가 함께한 퓨전음악 공연이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틀어주신 CD로도 접하고 인터넷, 방송으로 접했지만 실제 퓨전음악 공연을 보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가야금과 비올라가 줄을 튕기고 활로 줄을 문지르는 것만 차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생김새가 다른 만큼 두 악기의 음색 역시 많은 차이를 보였다.
가야금은 강약조절, 완급조절이 잘 되었고 국악기의 아름다운 멋을 잘 살려냈던 것 같다. 비올라의 경우에서는 비올라의 음색을 가야금과 잘 어울리도록 맞추려고 노력한 점이 좋았다. 가야금과 함께 연주되려는 시도 자체가 공연을 보는 내내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만남이라는 의미와 내용이 좋았지만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첫째로 가야금이 비올라를 반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국악기 보다는 서양악기인 비올라의 음색에 귀가 더 익숙해진 탓인 듯싶었다. 둘째로 비올라의 연주 중에서 곡이 느려서 줄을 천천히 활로 긁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활로 줄을 너무 천천히 긁다보니 ‘끽끽’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이 부분이 국악기에서 표현되었다면 여운이 있고 아름답다고 생각되었을 텐데 비올라라는 악기 특성상 그러한 소리가 난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주법이 잘 사용되지 않는데 무리하게 이런 주법을 사용하여 이러한 소리가 난 것인지 비올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알 수는 없었지만 소리가 불쾌하게 들렸다. 이 두 가지 부분이 감상하는데 아쉬웠던 점이었다. 그러나 우리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만남, 시도 자체가 의미 있었다.
네 번째 공연은 이 공연에서 마지막 공연인 가야금 병창 공연이었다.
하종오님의 시 그렇지요, 문익환님의 시 사랑, 고정희님의 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가 가야금 연주와 함께 김일륜 선생님의 목소리로 연주되었다.
다섯 대의 가야금과 함께 노래가 불려졌는데 김일륜 선생님의 가야금 현은 열 두 현 이었고, 나머지 네 연주자의 가야금은 스물다섯 현이었다. 개량전 악기와 개량 후 악기가 함께 연주 되었지만 잘 어울렸다. 아니, 오히려 스물다섯 현 가야금을 사용하여 곡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도움을 준 것 같았다. 멋진 가야금 연주와 더불어 애달프지만 멋진 가사가 함께한 곡을 통해서 우리 음악의 참 멋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가 우선 애달프다는 느낌을 받았다. 창자의 목소리가 걸쭉한 판소리 음색도 아니었고 성악적인 음색도 아니었지만 슬프고 애달팠다. 꺾임과 흐름이 곡속에서 자연히 스며들어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었다.
세 편의 시 모두 임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공연 전에 김일륜 선생님의 곡을 한번 접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익숙한 느낌으로 곡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국악적 선율과 멋진 시가 어울려 좋았던 공연이었다.
국악. 너무 멀게, 지루하게만 생각해 왔던 음악이었다. 하지만 이번 수업시간과, 가야금 공연을 통해서 우리 음악이 얼마나 아름답고 격이 높은 음악인지 다시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수업시간 외에도 시간에도 우리 음악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많이 듣는 것을 통해서 우리 음악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방학 때 우리 전통악기 중 한 가지를 택해서 연습해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