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노씨가 부대 배치 후 첫 사격훈련에 나갔을 때 다른 동료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사격훈련을 피하기 위해 미리 상관들에게 뇌물을 준 결과라는 점은 나중에 알았다. 상관들이 부대에 보급된 쌀을 근처 시장에 내다 팔면서 병사들은 값싼 옥수수죽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상관은 부대 음식을 훔쳤다.
굶주림을 해결할 수 없었던 노씨는 DMZ 부대에서 야생 버섯까지 채취해 먹었다고 한다. 수개월 만에 체중이 약 40㎏까지 빠졌다.
귀순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쌀과자를 훔쳤다’는 누명을 쓴 점이었다. 그 때문에 상사에게 구타를 당하고 ‘나는 나쁜 X입니다’ 하고 자아비판을 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2017년 12월 어느 날 그는 DMZ 초소로 가는 척하다가 슬쩍 방향을 바꿨다. 소총 개머리판으로 DMZ 내 북측 철조망을 걷어 올리고 그 밑을 기어 나와 남쪽으로 내달렸다. 가슴까지 차는 물을 건너기도 했다. 내내 ‘지뢰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가시질 않았다.
DMZ 내 남측 철조망 부근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한국군 병사. 연합뉴스
노씨는 “귀순 당시 소총과 실탄 90발, 수류탄 2개를 지니고 있었다”며 “남쪽으로 넘어온 후 한국군 병사는 ‘귀순자냐’고 물었는데, 귀순자라는 말 자체가 처음 듣는 단어였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