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50)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를 마치며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53일 간의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를 무사히 마치고 24일 귀국길에 올랐다. 오전 7시 반에 숙소를 나서며 함께 묵은 일본 회원들과 아쉬운 작별, 엔도 대표와 시마 씨가 우에노 역까지 배웅길에 나선다. 8시 16분 발 나리타공항 행 신간선에 탑승, 공항에 도착하니 오전 9시가 지난다. 오전에 제주항공 편으로 떠나는 이들과 열차 내에서 작별, 13시 55분 발 대한항공 편까지는 시간이 넉넉하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탑승구 주변에서 휴식, 오후 2시 넘어 출발한 비행기는 잠시 후 하얀 눈 덮인 후지산을 먼발치로 지나 정상에 눈이 쌓인 두 산맥을 아래로 굽어보며 빠른 속도로 일본 영토를 벗어난다. 두 시간여 만에 인천공항에 접근, 50일 넘게 힘들게 걸었던 2,000km 거리를 단숨에 날아온다. 정상에 눈이 남아 있는 일본의 산악지대를 지나며
오후 4시 반에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 간단한 출국수속을 마치고 서울 행 전철을 이용하는 선상규 회장 등 일행과 작별한 후 5시 반 청주행 리무진에 탑승하였다. 그간의 피로가 겹친 듯 단잠에 빠져 눈을 뜨니 어느새 청주터미널이 코앞이다. 택시로 그리던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지난 시간, 현관에 들어서니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완보! 축하합니다.’라고 써 붙인 포스터가 먼 길 다녀온 가장을 반긴다. 집 떠난 지 두 달여, 여러 어려움 이겨내고 드디어 그리던 집으로 돌아왔구나! 아내가 현관에 붙인 포스터
하루 동안 푹 쉬고 나서 청주에 사는 인척들과 점심식사, 오랜만에 상당산성 안의 식당가를 찾았다. 며칠 전 일본걷기 막바지에 만난 당일참가자는 한국에도 여러 차례 다녀온 이, 청주의 산성에도 들렸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연휴 기간에는 아들이 손녀와 함께 청주를 찾아 점심을 함께 들며 긴 여정 무사히 마친 것을 감사하기도. 인척들과 식사후 상당산성을 돌아보며
이틀 간 푹 쉬고 나니 53일간 걸으며 적은 기행록의 정리가 급선무다. 연휴기간 이에 매달려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며 오탈자를 수정하노라니 사흘이 훌쩍 지난다. 정신을 가다듬어 글의 매무새를 다듬느라 분주하기도. ‘세계에 평화를, 한일 간에 우정을’ 내세운 캐치 프레이즈는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까. 귀국 다음날, 신문을 펼치니 원폭관련 기사가 눈길을 끈다. 히비야 공원 도착 때 원폭피해할머니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용을 살폈다. 그 요지, ‘히바쿠샤(hibakusha·被爆者). 영어로도 일본어 발음 그대로 쓰는 이 단어는 원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 생존자들을 뜻했다. 히로시마의 비극은 지난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막일에 G7 정상들이 이곳 평화기념공원 내 원폭자료관을 방문하면서 다시 환기됐다. 지금까지 약 7600만 명이 다녀갔다는 자료관에 G7 정상들이 방문한 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정상으로는 두 번째 찾으면서 이번엔 85세의 원폭 피해 당사자도 만났다. 이들 생존자와 되살아난 도시 히로시마는 강인한 생명력과 평화의 울림을 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G7을 개최하고 거듭 태어난 일본을 세계에 강조한 배경일 게다.’ (중앙일보 2023. 5.25 강혜란 기자의 글, '히로시마와 후쿠시마, 일본이 짊어진 양면의 유산'에서) 아, 우리가 내건 ‘세계에 평화’가 세계적 화두가 된 것을 되새기누나. 힘겨운 전황을 해 넘겨 견디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로운 날이 하루 빨리 도래하기를 기도하면서. 연휴 마지막 날, 아침 방송을 시청하며 살핀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가 한국에 거주하다가 일본의 쓰시마로 이주하여 정겹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KBS 1, '한인부부, 우리는 쓰시마에 산다') 아내가 뜻밖의 질환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이 불편한 것을 감안하여 이들이 내린 결정은 한국과 일본의 본거지에 손쉽게 다가설 수 있는 지역적 이점을 살려 쓰시마 거주를 선택, 자연과 이웃을 벗 삼아 단조롭게 살아가는 일상을 이웃들이 친절과 우애로 돕는 내용이 한일 간의 돈독한 우정을 확인하는 좋은 예로 다가온다. 한국구간 걷는 동안 여러 곳에서 보여준 친절과 우정에 못지 않은 일본에서의 여러 사례와 함께. 그 중 두 가지, 가께가와에 들렀을 때 뜻깊은 간친회와 시장의 환영인사 때 및 높은 고갯길의 차밭을 지날 때 까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현장을 찾아 따뜻한 정을 베푼 원로정치인 토츠카 씨의 진심어린 친절, 후지에다에서 성대한 만찬을 베풀고 시즈오카와 도쿄의 행사에도 참가하여 큰 관심과 우정을 몸으로 보여준 하라다 전 중의원 의원의 행보가 인상 깊다. 우리도 그 대열에 앞장서리라. 글을 마무리하려니 어려운 행사를 차질 없이 이끈 한일 양국 집행부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진다. 특히 엔도 일본 대표와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의 헌신적인 열정과 어려운 과정을 슬기롭게 해쳐낸 지도력에 박수를 보낸다. 고령과 체력적 한계를 이겨내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한 두 분께 경의를 표하며 함께 한 모든 대원들의 진심어린 협조와 원활한 임무수행에 찬사를 보낸다. 더불어 성원과 격려를 보낸 동호인과 지인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일행과 관계자 여러분 만세! * 걷기에서 돌아온 후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임마누엘 칸트의 저서, ‘영원한 평화’를 빌려왔다. 그 책의 핵심 내용, ‘권력의지에 싸여 갖가지 방식으로 자기 통제 아래의 국가를 확장하고자 하는 지배세력과 자국의 당장의 이득에 경도되어 그에 휩쓸리는 다수 국민들의 국가팽창주의가 국제평화를 깨뜨리는 화근이다. 인간은 행위에서 좋음을 추구하거니와 좋음이란 누구인가에게 좋음이다. 나에게 좋음과 우리 가족에게 좋음이 상충할 경우, 우리 가족에게 좋음과 우리나라에 좋음이 상충할 경우, 우리나라에게 좋음과 인류사회 전체에게 좋음이 상충할 경우 인간은 마땅히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음을, 궁극적으로는 인류에게 좋음을 추구해야 한다. 자기 모국에게 좋은 것, 조국의 팽창이 아니라 세계에 곧 인류에게 좋은 것이 세계의 영원한 평화다.’ 우리가 내건 ‘세계에 평화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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