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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암유록 분해(分解)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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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암유록'을 쓴 격암 남사고(南師古)는 조선조 명종과 선조 때에 천문학 교수직을 지낸 당대의 지식인이었고 기사이적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가 소시쩍에 공부를 위해 불영사라는 절로 가던 도중 한 도사를 만났는데,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땅 속에서 고개만 내밀고 나타나 어린 남사고의 담력을 시험했는가 하면, 풍악산에 놀러갔을 때는 한 神人을 만나 어떤 석실(石室)로 인도되었는데 거기서 도서 세 권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그 세 권의 도서가 격암유록의 탄생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격암유록을 허망한 예언서요 위서라고 비웃어 넘기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격암유록은 이 시대, 즉 21세기를 위해 쓰여졌으며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로서 쓰여졌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21세기를 위한 안내서를 왜 16세기에 전해 주었단 말인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격암유록을 그리고 서양에서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두 예언서가 모두 같은 16세기에 주어졌고, 같은 시대에 동양과 서양에 같은 내용의 예언서를 만들어 준 것이다. 16세기는 또한 서양에서 르네쌍스가 꽃피던 시대이기도 하다.
먼저 격암유록의 제1 테마인 쌍궁(弓弓), 쌍을(乙乙)에 대해 무어라 말했는지 알아보자.
'궁을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弓弓不和向面東西, 背弓之間出於十勝--弓자가 서로 얼굴을 동서로 돌리고(亞) 등을 마주대면 그 가운데에 十자가 나온다
또 쌍을(乙乙)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右乙雙爭一勝一敗, 縱橫之間出於十字--두 乙이 서로 싸워 하나는 눕고 하나는 서니 두 乙이 종횡으로 만나면 만(卍)자 형태의 十자가 나온다
또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四弓之間神工夫--네 궁자 속에 들어있는 신(神)에 대해서 공부하소
격암유록의 쌍궁, 쌍을에 대해서 가지각색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위의 문구들을 통해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쌍궁과 쌍을이 十자와 卍자를 뜻한다는 것이다.
격암유록은 요한계시록의 수십배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내용인데다 한문은 물론 동양역학과 21세기적 시대감각까지 가져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총 6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만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은유적 표현법을 쓰고 있어 잘못 해석되어질 여지가 많은 문서다. 본인이 사용한 번역본은 '동반인'에서 출판한 강덕영씨의 해설서다. 본문과 해설문을 뒤섞어서 오해될 소지가 있는 문구도 있으나 시중에 나와있는 번역서들 중에서는 가장 원문에 가까운 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 소개할 수는 없고 각 장마다 대표적인 문구들만 추려서 소개할까 한다.
첫장 '남사고 비결서'에 나오는 문구들이다.
世人不知雙弓理--사람들이 弓弓이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하네.
天下萬民解寃世--천하 만민이 원통함을 푸는 세상이네.
渡海移山海印理--바다를 건너고 산을 옮길 수 있는 것이 해인(海印)의 이치네.
天下人民神判機--천하만민이 신의 심판을 받는 때이네.
乾牛坤馬牛性理--하늘의 소와 땅의 말이 우성(牛性)의 이치네
和氣東豊眞人出--동풍이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인이 출현하네
時好時好不在來--다시 오지 못할 좋고 좋은 때이네.
九宮加一十勝理--9궁(별자리)에 하나를 더하는 것이 십승(十勝)의 이치이네.
십승을 기독교의 승리라고 해석하기 쉬우나 위에 그 분명한 뜻이 나타나 있다. 宮은 별자리를 의미하는 글자다. 따라서 九宮은 9차원의 우주를 가리킨다. 거기에 하나(지구)를 더하는 것이 곧 십승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는 9차원에서 벗어난 소외된 행성이었다. 대우주 중앙정부의 정책으로부터 독립하기를 원했던 반란자들의 행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加一의 행성이 됨으로써 고차원 우주에 합류하게 되는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그것이 곧 십승이라는 것이다. '십승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彌勒佛之十勝, 鄭道令之十勝, 上帝在臨十勝, 末福合理十勝--미륵불도 십승이고 정도령도 십승이고 상제의 재림도 십승이고 마지막 때의 통합적 복이 십승이네.
위에서 해석하기가 어려운 또 하나의 문구는 해인(海印)에 관한 문구다. 문자대로 풀이하면 바다의 도장이라는 뜻이다. 바다를 건너고 산을 옮길 수 있는 조화를 부리는 해인이란 무엇일까? 증산선생도 일심을 잘 닦는 사람에게 해인을 전해준다고 했다. 뒤에 해인에 대한 풀이가 나오기 때문에 궁금한 채로 넘어가자.
다음은 '세론시(世論視)'라는 장이다.
弓弓 사이를 떠나지 마소. 하늘의 향기를 헤아려 얻을 수 있는 곳은 삼신산 아래 소울음소리 들리는 곳이네. 처음으로 하늘나라 백성이 나오는 곳이요....弓弓(亞)의 이치를 알면 극락에 들어가고 乙乙(卍)의 이치를 알면 글 없이도 도를 통할 수 있네.
진사(辰巳) 성인은 이 시대의 의로운 병사(兵士)이네. 괴로움이 다하면 기쁨이 오듯이 하늘에서 구세주가 강림하네. 말의 머리와 소의 뿔로 상징된 주인이 감나무이네.
진사성인이란 용띠 해와 뱀띠 해에 태어나는 성인이란 말이다. 사람이 두 번에 걸쳐서 태어날 수는 없기 때문에 진사성인은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요한계시록의 '어린양'이요 증산경전의 '천자'를 의미할 것이다. 소울음소리, 즉 우명성(牛鳴聲)이란 단어도 격암유록의 단골메뉴다. 말의 머리와 소의 뿔도 우명성을 만들어내는 엄마소 아빠소 같은 존재다.
영웅이라도 이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죽네...덕을 쌓은 사람은 속세를 떠난 그곳을 떠나지 마소. 속리산, 계룡산, 지리산을 말함이 아니네. 산에 들어가면 반듯이 죽게 되는 이치를 깨달으소...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비산비야가 십승도령이 거하는 곳이요, 소 울음소리 들리는 궁궁인의 거처이네...처음으로 하늘나라 백성이 나오는 곳이네...생명을 보존하는 곳이 어디인가? 동쪽도 서쪽도 아니니 남조선을 떠나지 마소(不離南鮮) 남과 북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가련하고 한심하네(南北相望 可憐寒心)...
십승처를 찾지 말고 목인(枾木人)의 새로운 장막을 찾아보소. 목인이 날아가고 뒤이어 산조(山鳥)가 날아오네...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니니 적당한 구릉지가 있는 곳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니라는 것은 어떤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엄택곡부(奄宅曲阜)라는 뜻일 것이다. 엄택곡부란 문득 생겨난 집(奄宅), 곧 21세기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뜻하는 것 같다. 曲은 거미줄의 net를 닮았고 阜는 크게 통한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글자다.
십승처를 찾지 말라는 것은 십승이 열군데의 피난처가 아니라는 뜻이다. 십자를 가지고 승리한다는 뜻이 십승(十勝)인 것이다. 목인이란 감나무를 뜻한다고 했다. 목인이 날아가고 산조가 날아온다는 것은 목인(朴)의 역할을 하던 인물이 죽고 그 뒤를 산조(山鳥)가 잊는다는 뜻인데, 산은 증산(甑山)의 산이고 鳥는 새를 가리킨다. 증산은 장닭이 울어야 날이 샌다고 했다. 장닭은 새벽에 울고 새날이 밝을 것을 알리는 새다. 목인이 죽은 후 곧 새시대의 문이 열린다는 뜻일 것이다.
다음은 3편 '계룡론'의 내용이다.
세계의 좋은 운수가 무궁화(槿花) 꽃이 피는 조선땅의 계룡으로 돌아오네...단일민족의 피로 형성된 조선이 사해(四海)로 통하네. 후예가 없는 정씨가 어떻게 오는가? 정씨는 본래 천상의 왕중왕이나 금일 다시 정씨로 출현하여 지상의 왕이 되네. 정도령이 어떤 성씨로 지상에 오는지 알지 못하네. 신인(神人) 만이 아네...정도령이 인간으로 존재하다 신으로 화하여 찬란한 빛을 발하는 때를 알아야 하네...밭전(田) 자의 십승도령이 마귀를 멸하는 채찍을 휘두루니 사해(四海)가 평탄하고 기쁨이 넘치네."
세계의 좋은 운수가 조선으로 온다, 단일민족의 조선이 사해(四海), 즉 세계로 통한다, 는 말들은 조선이 중화국, 즉 세계의 중심국이 된다는 증산의 말과 같다.
그러면 밭전(田) 자의 십승도령(道令)이 되어 마귀를 멸하는 채찍을 휘두루니...는 무엇인가? 증산이 수부(首婦)로 내세운 여인은 거미처럼 줄을 다 짠 후에는 거미집에 숨는다고 했는데, 그녀를 따르는 제자들이 전씨 성을 가졌었다. 거미와 전(田)씨는 인터넷(ent=거미줄)을 연상시킨다. 증산의 증언자가 될 호연이란 아이(십승도령)는 21세기의 통신수단인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사명을 수행할 것이다.
다음은 4편 '내패예언육십재(來貝豫言六十才)'라는 글이다.
열방 가운데 조선이 가장 높은 위치에 놓이게 되네....옛 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호시절이네. 구름과 비 속에서 학이 날아오네. 모든 나라와 섬의 왕들이 조선의 정도령에게 굴복하네. 성산과 성지를 바라보며 먼 곳에서 찾아오네...죄가 없는 사람은 금석(金石)으로 된 담장과 진주문이 영롱한 궁전(요한계시록의 새예루살렘 도시와 똑 같은 묘사다.) 에 영원히 살 수 있으나 죄가 많은 사람은 그 아름답고 거룩한 성에 들어가지 못하네. 상제를 배반하는 나라는 영원히 파멸되네. 부귀와 빈천이 뒤바뀌는 날이네...감나무 사람(枾木人)을 도모하는 자는 살지만 세상의 부귀를 도모하는 자는 죽네. 하나가 마땅히 천을 이겨야 하고, 천은 마땅히 만을 이겨야 하네. 사람은 약하나 마땅히 한결같이 강건해야 하네...신천촌(信天村: 박태선 신앙촌은 여기서 따온 것 같다.)에 들어가는 자는 살고 그곳을 떠나는 자는 죽게 되네...
감나무의 枾 자는 木 옆에 市를 붙인 글자이기 때문에 신시(神市)를 연상시키는 글자다. 환웅 시대의 신시는 박달나무 아래서 국가의 대사가 이루어지던 장소였다. 그런 신시를 연상시키는 枾木人은 단군신화의 예언적(朴) 내용을 중요시하는 인물일 것이다.
위의 글들은 선천세계에서 후천세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 때에 조선이 가장 높은 위치에 놓인다는 것이다. 조선의 정도령에게 굴복하네.는 조선이 천자국(天子國)이 되리라 한 증산의 말과 같다.
선입자는 음십자(陰十字)의 도를 따르는 사람이나 중입자는 양십자(陽十字)의 도를 따르는 사람이요, 지금이 중입의 시기인데, 새로운 도를 펼칠 때가 복된 운수임을 모르는 선입자는 그 도를 배신하고 나가 결국 죽게 되나, 인내하고 참는 자와 중입시기에 들어간 자는 영원한 복을 받네. 말입자는 망설이다 때를 놓치는 사람이네.
선입자는 먼저 들어간 사람, 즉 기존의 기독교인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음십자 혹은 양십자란 기독교적 가르침을 제대로 아는 사람과 혹은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중입자는 새로운 도가 펼쳐지는 시대를 맞아 그 도에 들어가야 함을 아는 자요, 너무 망설이다가 때를 놓치는 사람이 말입자라는 것이다.
격암유록이 그처럼 기독교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독교인에 의해 조작된 위서임을 증명할 뿐이요 박태선 장로나 문선명 목사의 추종자들이 만들어 붙인 문구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을 보자. 마지막 문서인 '甲乙歌'의 마지막에 나오는 문구다.
누가 강남(江南)의 제1인자인가? 동방의 산머리에 숨어 세상을 진동시키네.(誰知江南第一人 潛伏山頭震世間) 그대로 그대로 가는 그대로, 앞길이 앞길이 솔솔 열리네. 61세 때 사해(四海)에 이름을 떨치네. 몸을 세워 이름을 떨치다가....
三五의 운수가 아니면 하늘나라에 높은 집도 없고 61세의 앞길도 없게 되네. 61세가 가련하고 가련하네. 木人을 반목(反目)하며 가소롭다 웃고 있네. 61세에 성공하면 천 개의 문이 달린 큰 궁전을 세우게 되네. 자축년으로부터 술해년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일들이 완성되면 원자(原子)가 변화되어 음식물이 되는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지네.
필사자 이도은이나 박태선 장로나 문선명 목사가 살았던 시대에는 강남이란 지명이 생기지도 않았을 때다. 원자 세계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개념도 그 시대에는 일반적인 과학상식이 아니었다.
격암유록은 16세기의 사람들에게 주어졌지만 격암유록이 겨냥한 시대는 바로 21세기였던 것이다.
(한문 해석은 '동반인'간 강덕용 해역 '격암유록'의 것을 인용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