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 뚜벅~
호화스러운 양탄자 위를 걷는 이가 있었다. 갈색머리칼에 흰 새치가 있고, 눈가에
주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40대 중반인 남자였다. 그가 걷는 좌 우측 벽엔 중장병기
들과 개국공신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어 여기가 궁성안 임을 암시해주었다.
뚜벅~ 뚜벅~
그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져있다.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며 적당한 속도로
양탄자위를 걷고 있었고, 곧 어느 문 앞까지 오게 되었다. 그 는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은 이미 여러사람들이 와 있어 분주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폐하, 신 하멜 드 리폰 왔사옵니다.]
그를 본 사람들의 얼굴은 제각각이였다. 미소를 띄우는 자가 있는가하면.. 얼굴을
찡그리는 자도 있었다. 그 만큼 그는 이 궁성안에서 특별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어서오게. 하멜단장! 자네 덕분에 늦어졌어. 자~ 베나 총리! 시작하도록하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경우에만 열리는 어전회의! 이 어전회의는 각 분야의 모든
장관들과 총리, 각 부대장급 인물들이 참석하여 타개책을 찾는 회의이다. 지금
그라나다 제국은 고인물은 썩듯이.. 안에서 부패하기 시작하였고, 봉건사회말기
왕권이 약화된 시기이기 때문에 각 지방 영주들은 서로 눈치만 볼뿐.. 왕명에
따르지를 않았다. 그들은 영지에서 축적된 자본으로 병력을 늘리며 다른 영지를
넘보는 실정이였으니 통솔이 되질 않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더욱더 심해져
나라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으니 지금 어전회의를 하는것은 늦은감이 있었다.
[예, 폐하! 지금부터 그라나다 제국 제 3회 어전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커험.. 주제는 다들 알다시피 지방 영주들의 통제력 약화에 따른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먼저 연 각료회의에서의 만장일치로......]
베나 총리는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중대한 사안을 말하려는듯이...
[왕권 교체에 대한 건을 주로 다룰것입니다.]
뿌드득~ 기사도정신이 골수까지 박힌 하멜 단장과 그의 친우 지피로스 수도방위단장
에게서 난 소리였다. 원래 베나 총리는 저런 사람이 아니였다. 단지 왕의 대한
충성심보다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앞섰을뿐.. 그 누구보다 베나 총리를 잘아는
하멜 단장과 지피로스 단장으로선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탕~~!!
[무엄하도다~! 폐하께서 참석하신 자리에서 그게 무슨 망발인가! 허~참 도대체가
그게 말이되는 소린가?]
하멜단장의 외침에 베나 총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자신의 소신껏 말하였다.
[근위기사 단장께서도 아시겠지만, 지금 지방영주들도 문제지만 아예 민심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간다면 농민봉기까지 일어나지말란 법도 없습니다.
그렇게되면 그라나다는 대혼란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 틈을 이용해 다른 국가나
지방영주들이 움직이면 어쩌시겠습니까. 이 대 제국이 조각나 버린단말입니다~!]
자기가 필요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다는걸 느낀 베나 총리는 하멜 단장의 표정을
찬찬히 살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에흠...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전처럼 새롭게 뭉쳐 민심을 수숩하는게 순리일것 같습니다만...]
베나 총리의 발언 이후로 전에 말이라도 맞춘듯 보급 장관, 교육부 장관,
제 1-2-3 사령관 등 핵심 인물들이 지지의 뜻을 표명하였다. 이에 리어 국왕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하멜단장의 얼굴은 굳어져버렸다. 드디어 단장이 우려했던
일이 터진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각 사령관급 장군들이 제 힘을 발휘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동원할수 있는 병력이래봤자 사령부 직속 1개사단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에 비해 하멜 단장은 그라나다의 상징 1개 사단급의 정예 근위기사들을
지휘하고 있었고, 친우인 지피로스 단장도 10여개의 여단으로 구성된 방위단이
있었다. 병력에서는 저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지방 영주들을 견제하려면 각료들이
필요하였기에 저들을 내칠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멜은 생각하였다.
총리를 비롯한 모든 각료들은 그 를 쳐다보았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자가 하멜이기에
어전은 순간 긴장감과 침묵이 맴돌았고, 한참을 고뇌하던 그가 입을 열었을땐
여기저기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끄응... 그 사실에 대해선 나도 잘 알고 있소이다. 하지만!! 일국의 기사는 단
한분에게 충성하는 것이외다. 정상적인 관례로 왕위를 물려 받는 분은 몰라도 이런식의
모반은 있을수 없는일이오..]
[단장, 하지만 이건 국가의 존망까지..]
베나 총리는 다음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하멜단장의 살기어린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잘 들으시오~! 펜을쓰나 검을쓰나 나라의 녹을 먹은 이상 같은
의미가 되오이다. 허면, 다들 폐하의 기사가 아니오.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기사란,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존재들로 알고있소. 역시 나도 그렇게 살아왔고! 여러분들도
잘 아실거라 생각하오. 험... 지금은 전시보다 더 어려운상황! 이럴때 여러분들은
무얼 하려고 했던것 이오? 신중히 생각해 보시오. 어떤게 옳은가를 힘든 때일수록
우린 뭉쳐야살아남을수 있을거요.]
모든 각료들은 이 말 뜻을 한참후에나 알수 있었고, 그들은 불안한 행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하멜은 지금 여기서 죽던지 아니면, 폐하께 충성하여 살던지
선택하라는 암묵적인 협박을 넣어 말했던 것이다. 그 만큼 지금 상황이 절박하다는걸
의미하였다.
그렇다! 현 브리스톤 대륙의 70%나 차지하는 대 그라나다 제국은 지방영주들이 등을
돌림으로써 붕괴 직전까지 온 것이다. 그라나다의 개국공신 에밀레 로지스킨이 만든
봉건제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고, 색다른 통치체제가 필요하였지만 이미 기반을 잃은
리어왕권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회의가 끝나자 리어국왕과 하멜 단장 단둘이 남은 어전은 알수없는 어색한 적막감이
흘렀다. 그 속에서 어딘가 불편해 보이듯 리어 국왕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하멜 단장은 의외로 표정 변화없이 차분한듯 보였다. 그것이 자신의 굳건한 의지이듯이..
[폐하, 시간이 꽤 지났사옵니다.]
이 정도면 일어설만도 하건만 국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자기가 참석한 자리에서
왕권을 교체하라는 말을 들었으니 충격이 가시지는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미동도 않고 있던 국왕이 입을 열자 단장은 적이 당황하였지만, 곧 냉정을 되 찾았다.
어쨋든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송구스럽습니다 폐하. 저는 단지 폐하께 충성을 하자는 다짐을 확고히 갖자는 의미에서
연 어전회의 였는데 일이 이렇게 될줄은 몰랐사옵니다.]
[아니야. 베나 총리의 말도 일리는 있었지. 난 자네 생각이 궁금하네. 이건 주종관계가
아닌 오랜 전우로서.. 남자대 남자로서의 얘기를 듣고 싶은게야.]
[폐하, 오랜 세월 폐하 곁을 지켜왔사옵니다. 소신이 폐하의 생각을 모를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말씀을 거두십시요. 몇 몇 간신들이 낸 얘기 갖고 심려치 마소서. 누가
뭐라해도 근위기사단은 폐하만을 모실것이옵니다.]
그제서야 리어 국왕은 굳었던 얼굴을 폈다. 아무리 의지력이 강한 자라도 이런 처지가
되고나면 자신이 의지할 곳을 찾기 마련일 것이다. 그 의지 하려는 자가 자신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으니 안성맞춤이 아닌가! 리어 국왕은 머릿속을 정리했는지 곧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내 평생 자네같은 사람을 밑에 둘수 있어서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아. 저 수많은 명장과
군사를 휘하로 두었던 건국왕 라킨조차 말일세.]
이 한마디를 남긴채 리어 국왕은 내관들과 어전을 나섰다.
-한 달후-
푸르름으로 무장한 산이 있었다. 인간의 손길이라고는 받지 않은 듯 오래된 고목들과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날아드는 새들과 자기들끼리 장난치는 야생동물들은
보기만 해도 평화로워 보였다.
푸드득~~
하지만, 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는 사람들이 있었다.
[핫!] [얍!]
이 아름다운 산 중턱에 다른 고목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엄청 큰 고목이 있었다.
그 밑으로 작은 오두막 한채가 있었는데, 기합소리는 거기서 들린듯 했다. 2명의 소년,
(이제 갓 12~15세정도로 보이는) 한창 또래들끼리 어울릴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그 두 소년은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앙증맞은 손과 발을 열심히 움직여 댔다. 그것도 살기를 퍼트리며...
[오랜만이군요, 스승님...]
이번엔 그 오두막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거기엔 3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한 명은
스승이라 불린 70대로 보이는 노인이었고, 한 명은 스승이라 부른 40대의 중년인, 나머지
한 명은 20대 초반인듯한 청년이었다.
[그래. 거참 오랜만에 보는구나, 하멜.... 5년만인가??]
[하하, 자주 못 찾아뵈서 죄송합니다. 나라 일 때문에 요새도 너무 정신엇ㅂ이 지내고
있거든요. 참! 제 아들은 잘 있습니까?]
[그게 에헴... 정말 놀라워. 내가 아무리 가르치는 실력이 좋더라도.. 이건 순전히
저 아이의 재능이지. 저 나이에 벌써 라이프 오브 베슬을 자체 생성해서 기를 축적하고
있다면 자넨 믿겠나?]
[설마요. 저도 20세 정도때 겨우 만들어서 천재소리 들었잖아요??]
[끌끌~ 녀석 크게 될 녀석이야. 근데, 옆에 서 있는 애는 누군고??]
[아, 스승님도 잘 아실겁니다. 그라나다의 개국 공신 로안 모리셔스의 후예입니다.]
[음~ 내가 전에도 말했지? 뒤가 캥기는 일은 하지 말라고! 후~~ 난 니가 나쁜길로
빠지는건 보기 싫구나.]
[스승님! 그런게 아닙니다. 이 아이는 제국이 무너진뒤의 일을 생각해서 겨우 찾아낸
최후의 보루입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죠. 후후..]
백발이 무성한 노인은 앞의 청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청년의 그 어두운 눈빛은 노인에게
섬뜻한 느낌을 받게 하였고, 노인에게 하여금 저 청년에 대한 알수없는 책임감을 느끼게
하였다.
[얘야.. 니 이름이 뭔고?]
[라빈.... 라빈 모리셔스.]
[그래.. 아가야 이제부터 너는 내가 가르친다.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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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을 올려봅니다. 아쉽게도 아이디어를 적어넣었던 수첩을 잊어먹었습니다..
위 글은 제가 앞으로 써나갈려고 만든 일종의 뒷 배경입니다. 적당히 아셨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수첩잊어먹어서.. ㅜ.ㅜ 어떡한댜
카페 게시글
로맨스판타지소설
[판타지]
[무제] - 과거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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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
05.12.16 19:4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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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참.. 이거 쓴후 수정할수있나요?? 아시는분 댓글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