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들어서는지
갑자기 갓김치가 먹고 싶다.
주책도 가지가지다.
ㅋ
배추김치, 호박김치, 고수김치. 건들김치, 게거리김치, 곤달비김치, 꿩김치,
속새김치, 민들레김치. 석박지, 사연지, 장자지, 게국지, 묵은지 등등
하고 많은 게 김치지만
내가 최애하는 김치는 갓김치다.
그것도 돌산 갓김치보다 향이 강렬한 토종 홍갓을 좋아한다.
소핑몰을 두루 살펴보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직접 키워서 먹어보기로 하고 종로5가 종묘상에 나갔다.
홍갓과 돌산갓 씨를 사왔다.
씨를 뿌리고 기다렸는데
홍갓은 발아율이 10%미만이고
돌산갓은 제법 싹이 텄다.
한알의 생명체.
한알의 씨앗에서 싹이트고 자라나는 모습니 경이롭다.
키보드 앞에서 고갈된 저수지에 영감을 불어넣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2~3cm 자라니까
갓 특유의 냄새가 코속을 파고든다.
싱그러운 내음이 벌써부터 식욕을 돋군다.
행복한 상상도 잠시.
인간보다 몇배 좋은 시각을 가진 나비가 찾아왔다. 배추흰나비다.
너울너울 춤추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뻐 보였다.
벌은 후각으로 꽃을 찾지만
나비는 시각으로 자신의 2세를 키워줄 풍만한 먹이터를 찾는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나비의 모습이 아름다워 그대로 두었다.
얼마 후, 벌레가 보인다. 배추흰나비 애벌레다.
적잖은 평수 텃밭을 가꾸면서 약치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소출을 목적으로 생산성을 따져야 하는 전업 농사꾼은 그렇게 할 수 없지만
굳이 생명사상이니, 유기농 농법이니, 무농약이니 이런 걸 따지기 앞서
내가 먹는 과일과 채소에 약치는 게 싫다.
그래서 감, 사과, 배나무, 대추나무, 매실나무,
포도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보리수나무, 등등
유실수가 있지만 수확량도 적고 크기도 작고 볼품이 없다.
벌레와의 전쟁이 붙었다.
수작업으로 잡아내는 전쟁이다.
잡아서 죽이지도 못하고 알바줌마에게도 죽이지 말라했다.
경동시장에서 붕어나 가물치를 사서 한강에 나가 방생하는 사람도 있는데
벌레를 잡아 다른 풀밭에 놓아준다.
먹이가 다르지만
생존력이 강한 녀석들은 고치로 변태하여
나비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헌데, 올해는 졌다.
녀석들이 갓잎을 다 먹어 버렸다.
처음엔 ‘너희들이 먹고 남은 것만 내가 먹지’ 했는데
야멸찬 이 녀석들이 내가 먹을 것 마저 남기지 않고 먹어 치워버렸다.
“그래, 너희들이나 잘 먹고 푸른 하늘을 날아라.”
첫댓글 아, 저거 갓 버무려 놓으면 임금님 수라상 젤 으뜸으로
입맛 돗구겠습니다
나도 덩달아 씨앗 가게에 가겠는데요...
나도 올해 주차장 공터에 처음 아주 쬐끄만 밭을 일궈
실파하고 깻씨를 뿌렸는데 ㅎㅎ ...
지금은 쑥갓 씨를 뿌릴 때가 아니겠지요..^*^
여름 막바지에 한번 도전 해 보겠습니다
약을안하면 나먹을것 없습니다 자연농법으로 해보세요
잘 키우셨네요 ㅎ
한랭사 씌우고 길러야 합니다.
주말농장에 5평짜리
밭을 빌려 이것저것
심어 봤지만 벌레가
전부 갉아 먹는데
오직 상추는 벌레가 적더군요
예쁘게 자란 갓 너무 아깝네요
ㅎㅎ이왕 주는 것 발가벗고 다 주자라는
대인의 풍모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나쁜 것들 그래도 먹을 수 있게
조금은 남겨두지 않고
제가 나무랐으니 다음엔 남겨 둔다카네예 ㅎㅎㅎㅎㅎㅎ
에공 지셨군요
마음이 참 너그러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