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뮤지션이 왜 나치와 그들의 선전물을 연상케 해 논란을 자초하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오는 25일 발매하는 3집 정규 앨범과 다음달에 시작하는 월드 투어의 타이틀을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초인(또는 초월자)을 뜻하는 '위베르멘슈(Übermensch)'로 정했다고 지난 4일 발표한 것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그의 앨범은 마지막 미니 앨범 '권지용' 이후 8년 만이며, '쿠데타(COUP D'ETAT)' 이후 거의 12년 만의 일이라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 뜻밖에도 음악 외적인 일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니체의 '초인' 사상은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일이라고 거칠게 옮길 수 있는데, 이를 나치가 왜곡해 인종 청소의 사상적 기반으로 삼았다. '초인'이나 니체가 즉각 나치를 연상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나치 지도자들이 니체를 즐겨 인용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니체의 누이 엘리자베트 푀르스터니체(1848~1935)는 반유대 견해로 유명했는데 아돌프 히틀러를 1934년 바이마르에 있는 오빠의 묘로 초대했고, 히틀러가 추모사를 통해 오빠의 철학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지드래곤의 월드 투어 포스터를 보자. 거친 입자로 이뤄진 흑백 사진과 붉은 글씨의 조합이 언뜻 섬뜩함마저 안기는데 이 서체를 프락투어(Fraktur)라 한다. 이 서체는 '독일인 다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독일에서 널리 쓰이다가 전후에 사용하는 일이 금지됐다. 그럼에도 어둡고 강렬해 보이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이들이 매료됐고, 특히 예술 작품 등에서 나치 시대를 재현하고 싶을 때 자주 채택된다. 물론 암울한 중세를 표현할 때도 쓴다. 그러니 이 서체가 직접 나치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다만 나치를 연상케 해 네오 나치들에게 사랑받는 서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처럼 움라우트나 어미 '–sch'를 붙여 독일어임을 분명히 드러내면 더욱더 입길에 오르기 마련이다.
논란을 키우는 것이 지드래곤이 오래 전부터 자신을 상징하는 숫자로 써 온 '88'이다. 서구의 극우 세력이 '88'을 '하일 히틀러'(Heil Hitler, 히틀러 만세)의 은어로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8이 동아시아에서 상서로운 숫자로 여겨지고, 지드래곤이 1988년에 태어나 이 숫자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아무튼 인물의 목에 '88'이 새겨져 있다.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한반도, 동아시아에 기반을 둔 뮤지션이 굳이 월드 투어를 한다면서 세계인, 특히 유럽인들의 상처를 건드릴 수 있는 소재로 논란을 자초하거나 적어도 감수하려 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살라 닷컴은 지난 6일 몇몇 누리꾼들의 댓글을 소개했다.
“누구도 이 'Übermensch'가 나치 당이 '아리안 인종'(유대 혈통이 섞이지 않은 카프카시안)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했으며 오늘날 네오 나치들이 쓴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서체와 색감도 아주 나치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GD가 나치와 결탁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월드 투어를 위해서도 아주 가련한 취향이다. 난 독일인들이 이 일에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나치 서체에 가깝다는 점이 날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 니체 언급, 그의 출생 연도와 그가 솔로 경력 거의 전체에 사용해 온 고딕 폰트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결합하면?? 적어도 의문스럽다.”
“지금껏 사람들은 그저 해선 안되는 특정한 일들이 있으며 뭘 프로모션하더라도 사용해선 안되는 상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몇몇 사람이나 대다수가 당신이 해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별 상관이 없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몇몇 사소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모두가 평생을 니체에 빠져 살아온 것처럼 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