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51) - 호국보훈의 달에 찾은 현충원
들녘에는 풍년을 기약하는 벼들이 쑥쑥 자라고 온갖 화초와 수목이 정염을 불태우는 6월에 접어들었다. 6월의 첫 주말, 코로나 여파로 4년간 갖지 못한 성묘행사에 50명 넘는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고 가문의 전통인 화목과 우애를 다짐하는 발걸음이 가벼워라. 모두들 활력과 열정 넘치는 날들로 나아가시라.
4년 만의 성묘행사에 모인 가족들
어제(6월 8일, 목)는 50년 넘게 매월 만나는 고시동기의 정례모임 날, 4~5월의 한일우정걷기 행사참가로 두 달여 출석하지 못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서울나들이에 나섰다. 오랜 벗들과의 만남은 우여곡절의 삶을 돌아보는 노장들의 휴식처, 반백년의 세월 지나니 12명의 멤버 중 세 분이 먼저 우리 곁을 떠났고 더러는 건강이 여의치 않아 통상 참석자는 5명 내외. 평생을 나라와 사회 위해 공헌한 이들이여, 남은 때 평안하시라.
나라와 사회에 공헌한 노장들
오늘(6월 9일, 금) 새벽,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U-20 월드컵 준결승전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다. 대회 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국민들에게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한 청소년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 결과는 애석하게도 2:1의 아쉬운 패배. 그러나 우리는 실망하지 않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스스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수많은 일꾼들이 오늘의 선진대한민국을 이룩한 공로자들 아닌가.
U-20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겨룬 대한민국과 이탈리아
6월은 호국보훈의 달, 결혼 때 기념식수 후 해마다 이맘때 동작동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는다. 금년에는 6월 10일(토)에 이곳에서 호국런 걷기 및 돗자리영화제가 예정되어 있어서 그 행사에 참가하는 것으로 가름하려하였는데 이날 우천예보가 발령되어 24일로 잠정 연기되었다. 24일의 행사는 또 어떻게 될는지 몰라 동기들과의 모임이 끝나자 동작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들어서니 오후 3시, 현충일이 지났는데도 묘역을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제복을 입은 군인들의 행차가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고. 현충탑의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나라와 겨레 위해 바친 희생, 하늘의 평화와 안식을 누리소서!’
현충문에 도열한 군인과 일반 참배객들
현충문 입구에 새긴 현충탑의 설명, ‘이 탑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으로서 민족의 성역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셔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충의와 위훈을 상징하는 탑이다. 탑의 내부에는 6‧25 전쟁 당시 전사자 중 유해를 찾지 못한 10만 4천여 위의 호국용사를 위패로 모시고 있고, 탑 내부 중앙에 위치한 영현승천상 아래 지하 봉안실에는 유해는 찾았으나 개인별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약 7천여 용사들의 영현을 봉안하고 있다. 현충탑의 높이는 31m이며 좌우석벽은 제사를 지낼 때 제상 뒤편에 병풍을 상징한다. 1966년 9월 7일에 착공하여 1967년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제막한 이탑은 홍익대학고 최기원 교수의 설계와 조각으로 제작되었다.’
현충원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안내소에 들러 자료들을 챙겼다. 설명서를 살피니 56개의 장병묘역에 5만 4천여 위가 모셔진 것을 비롯하여 국가원수묘역, 독립유공자묘역, 임시정부요인묘역, 국가유공자묘역, 장군묘역, 경찰관묘역 등이 중앙에 자리하고 충혼문과 충혼탑 등의 참배 및 추모시설, 봉안식장과 충혼당 등 안장시설, 현충관과 호국전시관 등 선양단지가 짜임새 있게 갖춰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온몸으로 부닥친 격렬한 삶의 뒤안길에 누리는 평화와 안식의 터전, 잘 가꾸고 보살피는 일에 더욱 힘쓸지어다.
현충원 곳곳에 나부끼는 6월 10일로 계획한 돗자리 영화제와 토크콘서트를 알리는 표지
* 지난 6일은 제68회 현충일, 때에 맞춰 ‘현충일의 뜻과 유래’를 소개하는 메시지가 단톡방에 올랐다. 이를 살펴보자.
‘6월 6일, 오늘은 제68회 현충일(顯忠日)이다.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충의를 기리기 위한 날이며 국가 공휴일이다. 1950년 6월25일 발발한 6·25전쟁으로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고 백만 명에 달하는 일반 시민이 죽거나 피해를 봤다. 1953년 휴전이 성립되고 3년 후 나라가 안정을 찾아가자 정부는 1956년 4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6월 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하고 공휴일로 정했다.
우리 민족은 24절기 중 청명과 한식에는 벌초하고 망종에는 제사를 지냈는데 1956년 당시 망종이 6월 6일이어서 이날을 현충기념일로 정한 것이다(올해는 6월 7일이 망종). 1975년 1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현충일’로 명칭이 변경됐고 1982년 5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법정기념일에 포함됐다. 현충일은 다른 국경일과 달리 조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태극기를 일반적인 게양법과 다르게 조기로 게양해야 한다. 현충일에는 태극기의 깃면 길이만큼 깃봉에 간격을 두고 게양하는 것이 올바르다. 이번 현충일은 새로 승격한 국가보훈부에서 주관을 하니 더욱 뜻이 깊다. 한 나라의 품격은 순국선열을 모시는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일상을 잠깐 멈추고 순국선열을 기리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