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맛어때 서·경 송년 다회가 홍대 '두레차' 문화원에서 지난 토요일에 있었다. 오랜 만에 이리 한데 모여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니, 지난 3년이 어디로 사라지고 바로 예전의 시간과 이어진 듯했다.
그렇다고 하여 다시 되돌아온 자리가 그 자리는 아닐 것이다. 시간 동안 숙성된 우리의 시간은 같은 원이라도 회오리 형태의 '원환'일 것이다.
분명 같은 시간대의 회복이고 '뜰 앞에 잣나무' 이지만, 그건 분명 다른 양상이다. 어느 덧 시간은 여기까지 왔다. 멀리 왔다.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대를 우리는 지나 왔다. 그래서 더 반가운 것인가 보다.
사람의 만남이 이 만큼만 늘 반가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회하는 동안 내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과 그 이전부터 갖고 있었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바로 써서 두서가 잘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양해를 바라면서 글을 올리게 된다. 후기에 글이 너무 길어져서 온글은 '칼럼 게시판'에 올리려고 한다.
글은 그 무엇이든 현재화시키는 힘이 있다. 자기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 글의 힘이다. 자기와 분리된 객체로써 하나의 대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만 그러한 것은 아니고 그림만 그런 것도 아니며 여기에는 사진도 포함된다. 사진 역시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도구이다. 영상도 그러하다.
우리가 다회 후 '다회일지' 겸 '다회 후기'를 쓰는 이유 역시 자기 객관화 하는 과정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다회 객관화' 이다. 더 풀어보면 '집단 객관화'이다. 주관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대상을 보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자기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효과도 있다. '복기'의 효과이기도 하다.
다회 객관화는 자기 객관화처럼 서로 한데 뭉쳐 있는 것을 풀어내 주는 작업이다. 어떤 일을 하다 보면 그 자신은 그것과 한데 뭉쳐 있게 된다. 분리를 하지 않으면 엉켜서 정리가 안 된다.
다회 객관화 작업은 발산된 것을 수렴하는 행위로써 느슨한 것을 조여주는 행위이다. 정신 활동은 이 방식을 통해서 정돈된다. 정신은 정돈될 때 맑은 의식상태가 된다. 무의식으로 넘어갈 것을 붙잡아서 현재화 시켜놓는 것이 바로 이러한 자기객관화이다. 우리는 다회라는 모임을 통해서 한데 뭉쳐서 얽힌 정신적 에너지를 풀어서 정돈하는 것이므로 '다회 객관화'라고 명칭 지었다.
다회 후기도 글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철학은 '리뷰'형태다. 자기 이전의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비판과 고찰한 내용을 쓰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자신의 사상을 뽑아내어 쓰는 것, 어떤 작품을 보고 철학적 비평과 함께 그 자신의 철학을 새롭게 입히는 것 등의 시도들은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리뷰'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회 후기 역시 '리뷰'이다. 차와 사람과 행다와 더불어 진행된 일련의 모든 과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에너지의 장' 대해 쓰여진 글들은 모두 리뷰적이다. 이러한 '후기'는 어떤 '대상'과 관계 있기 때문이며, 나는 그 대상을 '다회' 그 자체가 가진 형식과 에너지를 대상으로 리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우리가 익히 느끼는 바이지만, 쉽게 포착되지는 않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 안전망이 형성되어 있을 때 편하게 놀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이 부모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 편히 놀듯이. 리뷰도 그런 안전망이 확보될 때 쓸 수 있다. 자기 감정이 불안하고 관계의 안전망이 부실하거나 어떤 공동체가 흔적이 없을 때는 리뷰를 쓸 수는 없는 것이다.
후기를 쓰며 자기 객관화 하는 일은 집단과 나 사이의 관계적 얽힘을 표현하는 것임으로 자기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감정은 늘 불규칙하고 흔들린다. 그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가지고 우리는 매순간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똑같이 반복되는 다회일지라도 그때마다 사람의 컨디션이나 에너지는 다르다. 모이는 사람도 그러하다.
다회는 그러한 에너지와 감정의 발산들이 파장으로 부딪히는 '장소'적 특성을 갖는다. 그리고 즐겁고 유쾌하고 많은 말들로 소통의 시간 동안 우리의 머릿속은 업되어 있다. 머릿속이 붕붕거리는 것이다.
업 되어서 붕붕 거리는 상태는, 그 시간들이 이미 머릿속에서는 벌써 조각조각으로 쪼개지며 파편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생각은 에너지가 업된 상태라서 뒤죽박죽 섞여 있다.
그것을 정돈해줘야만 한다. 그 시간의 파편화를 다시 재구성하여 연결시키고 하나의 맥락으로 가다듬어줄 때, 그 다음의 방향이 열린다. 그럴 때 머릿속은 편안해진다. 이것은 주최자나 참여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다회가 집단 축제 형식이라면(원시 발라드 댄스적 에너지) '다회후기'는 집단 애도이자 명상이기도 하다. 그 자신이 다회를 정돈하는 시간을 갖거나 표현하는 글쓰기 또는 타인이 써 놓은 그 시간 기록을 보며 그 자신을 통찰하는 시간 역시 모두 똑같이 정화의 시간이 된다.
어떤 행사나 어떤 글쓰기는 이렇게 '다회와 후기'에도 그대로도 적용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행위가 삶을 만든다. '삶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차생활 하는 주요한 키워드다.
이러한 과정 역시 지나온 시간 동안에 쌓인 미세한 균열을 메우는 것이며 그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어떤 아픔들을 애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시간이 지났다' , '어떠한 시점에서 멀어져 왔다는 것'만으로도 상실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는다. 다만 표현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을 뿐.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얼마나 무수한 일들로 상처가 싸였겠는가. 바로 그것에 대한 '애도'이기도 하다. '다회 후기'는 묵묵한 오늘의 기록이며 내일을 여는 행위이다.
어떤 일이라는 것은 사실 멀리서 듣기에는 재미없는 말 또는 자신과 상관없는 말로 들려서 피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얼핏 듣기에 재미없는 난상 토론처럼 보이는 말들로 인해 일은 제 방향을 찾아나간다.
차맛어때는 집단이고 공동체여서 회원 개개인의 니즈와는 상관없이 차맛어때 집단 자체가 해나갈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틀을 만들어서 지속화 시키는 시간과 에너지 투여가 연결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프로젝트에는 사람과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 가는 그 과정에서 삶이 만들어 진다. 또한 그렇지 않은 일도 세상에는 없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의 방식, 수렴되는 삶의 방식이 만들어진다. 건조하게 뼈대만 보면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 같지만, 직접 뛰어들어보면 여기에 세상이 있고 희노애락이 다 들어 있다. 일이란 것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과 인간이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쉽지 않기에 거기서 의미가 생성되는 것이고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치 있기에 하는 것이지 가치가 없으면 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그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 가치가 다시 인간에게 의미를 준다.
차와 다회와 차도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치이며 그 가치가 인간에게 의미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 낸 가상세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대설산大雪山은 임창지구에 속한다. 임창지구에 속하는 대설산/봉경/빙도. 봉경에서는 전홍이, 대설산은 백차와 홍차 그리고 보이차, 빙도는 빙도오체로..., 대설산과 봉경은 왜 홍차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예전에 전홍을 처음 맛보았을 때, 전홍의 단맛과 향이 좋았었다. 그후로 즐겨 마셨다. 대설산 고수 홍차도 향이 풍부하다. 홍차는 여러 방면에서 블랜딩에 용이한 차이다. 아침에 홍차 한 잔~
연말 잘 보내시고,
해피 크리스마스 되세요! ^^
첫댓글 다회후기는 묵묵한 오늘의 기록이며 내일을 여는 행위여서 매번 후기를 남기려고 했는가봅니다.ㅎ 공감되는 후기 잘읽었고 멋진 서경다회모습에서 건강한 다우님들을 뵈오니 기쁘네요.올해 마무리 잘하시고 멋진 내년 맞이하시길 ~~^^
지나온 시간 동안에서 보면, 다회후기는 그 자체로 차맛어때의 콘텐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은 몇백 년의 역사만 전통이 아니고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시간도 전통이니까요. 심곡님의 정성이 깃든 다회 후기로 인하여 '팔공산 가는 길'의 흔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요! 물론 다른 지역차회도 그러하구요~^^
다회후기를 통하여 시간을 우리가 가늠하게 되잖아요. 지난 시간들의 흔적을 보면 그 아름다운 감정이 형언할 수 없도록 피어나잖아요... 앞으로도 아름다운 후기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다우님들이 모두 건강하셔서 즐거웠답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 연말 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새해 열어가시길 기원할께요~ ^^
풍요^^
새해에도 다복하세요~~^^
@아란도 네 아란도 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