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가이드] 준비않는 30~50대, '노인 거지' 십상
과도한 교육비 등으로 노후 준비는 뒷전… 노년에도 부의 양극화 현상 그대로 이어질듯
최근 우리 사회는 실직, 조기 은퇴 등으로 인해 50대 중반∼60대 초반의
장년층까지 실제 노인과 다름없는 위치에 처함으로써 사회ㆍ경제적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그러면 지금의 30~50대가 노인이 되는
10~30년 뒤 이들의 노후(老後)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노인들보다 나아질
것인가, 더 나빠질 것인가.
인구학적으로 보면 미래 한국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고령화된 사회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노인사회로의 빠른 진입으로 엄청난 노인(만
65세 이상)인구가 존재하게 된다. 이미 작년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의
7.1%를 넘어섰으며 2022년에는 14.3%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30년에는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출산율 감소, 평균수명 연장 등의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출산율은 1984년 인구대체(代替) 수준인 2.1명에 도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저하하여 2000년에는 1.47명에 머물렀다. 반면 평균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70∼80년을 사는 것은 보편화되어 있다. 또 의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평균수명 100세를 넘보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감소, 노인 부양비(扶養費)를 증대시켜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노인부양비는 1990년의 7.4%에서 2000년
10.0%, 2022년 20.8%, 2030년 29.8%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증대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0~30년 뒤 미래의 노인복지 환경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예측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미래의 생산성 향상과 과학기술
발달을 염두에 두더라도 개인과 국가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미래 노인들이 처할 현실은 밝아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밝아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는 현재 우리 노인들이 처한
모습을 떠올려 보면 각자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장래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부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같은 연금제도의 도입으로 지금의 30~50대는 어느 정도 노후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조기 은퇴, 실직 등으로 인하여
연금보험료 납부가 중단되고, 재취업이 되지 않는 등 우리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연금이 노후생활의 실질적 보장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연금, 노후생활 실질적 보장책 안돼
그런데도 지금의 30~50대 중 일부는 자신의 노후문제를 아직
안중(眼中)에도 두지 않고 있다. 노후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현상들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과도한 교육비, 자녀 양육비 지출이다. 자식의 교육과 출세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게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마음가짐이다.
비교적 잘 사는 사람이 산다는 서울 강남의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중·고등학생 자녀의 과외비 마련을 위하여 파출부까지 하는 주부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산층 가정뿐 아니라 저소득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집은 없어도 자식 과외는 시켜야 하고, 자식 기 죽이지 않기 위해 좋은
자가용은 있어야 한다. 자녀에게 10만원 이상하는 신발, 수십만원 하는
셔츠를 사주고 있다. 또한 자식 결혼에 엄청난 혼수감을 제공하고
있으며, 신혼여행은 외국으로 가는 것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한 마디로
‘자식을 위한 과소비는 미덕’이라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결국 돈 벌어서 자신의 노후 준비는 아예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자식을
위하여 교육시키고,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좋은 데
결혼시키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 계층에서는 널리 횡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이들 세대가 노인이 된 후 예상되는 것은 자식에
대한 허전함, 배신감, 외로움, 경제적 곤란 등의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래의 노부모와 기혼 자녀와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소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가구는 자식 등 동거 가족원이나 비(非)동거 가족원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부동산, 집세, 저축이자
등이나 연금 및 퇴직금에 의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이는 노인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기보다는 가족원, 국가 등의 도움에 의한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미래 노인들의 경우 자식 등 동거 가족원에 의한 부양이 얼마나
가능할까. 지금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일반인도 대체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자식은 그렇지 않겠지’ 하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실망도 없을 것이다.
현재 노인생활의 어려움은 그들의 주관적 생활 수준 평가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전체 노인의 약 60%가 자신을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며 낮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미래의 보편적 노인가구 형태인
노인부부(夫婦) 가구와 노인독신(獨身)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은
심각하다. 따라서 향후 우리 사회에서 노인독신 및 부부가구의 증대와
함께 노인가구의 심각한 경제난을 예상케 한다.
물론 장차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 교직원연금 외에도
개인연금을 지급받는 노인들이 많을 것이다. 반면 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가입기간이 짧거나 개인연금을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정부 지원에 의해 기초생활보장은 되겠으나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한
사회보장비의 지출증대로 정부는 이를 부담하기에도 어려워져 결국 최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공적연금 외에도 개인연금을 받고 부동산, 저축으로부터의
수입도 있어 여유생활을 즐기며 사는 노인계층도 상당히 존재할 것이다.
이렇게 향후 우리나라 노인의 생활 수준은 양극화될 가능성이 많다. 즉
부(富)의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지금의 30∼50대가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좌우될 것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IMF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중산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80%의 하류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부의 편재(偏在)현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빈부의 20 대 80 구도는 10~30년 뒤 노인생활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래 노인의 동거형태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과 기혼 자녀와의 동거는 현저히 감소하고 노인끼리 사는
가구가 증가할 것이다.
■'자녀에 의한 부양'은 극히 예외적 일로
취업 여성은 직장과 가사 외에도 시부모와의 관계에서 표출되는 갈등으로
분가(分家)하여 살기를 원할 것이다. 노인들도 손주 돌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고, 직장 나간 자식부부를 위한 가사(家事)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따로 살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노인이 자녀와 같이 산다는 것은 농촌지역, 도시 부유층에
국한될 것이며 결코 보편적 현상은 아닐 것이다. 노인부부 가구,
노인독신 가구, 노인친구 가구 등이 보편적 노인가구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동거 형태하에서 병이 들 경우 노인복지시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그 비용 부담은 노인 자신에게로
돌아가며 노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서비스의 질에서 확연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자녀와 같이 산다고 할지라도 자녀는 그들 부부 중심의 가족생활을
영위하게 되며, 노부모에 대한 정서적 부양은 현재보다 더욱 약화될
것이다. 결국 미래노인들은 기혼 자녀와 같이 살든, 살지 않든
가족생활의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인(周邊人)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노인에게 있어서 경제적 능력은 더 큰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만 자녀, 손주와 같이 살거나 그들의
정기적 방문, 안부전화 등에 의한 지속적 접촉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병들거나 몸이 불편할 경우 적절한 노인복지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서구의 노인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많이 하는 경향이다. 심지어
연금을 받아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노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녀와의
접촉을 조금 더 갖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서구의 현실은
우리의 미래노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인들에게 있어서 생활비 10만~20만원의 유무는 삶의 질에서 큰 차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30~50대는 재산 없고, 건강하지 못하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전통적 효(孝)
가치관을 굳게 믿고 준비하지 않거나 정부의 노인복지 대책만 믿고
있으면 분명히 발등 찍힐 일이 생길 것이다. ‘노인 거지’가 되기
십상인 것이다. 30∼5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의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kimsk@kihasa.re.kr">kimsk@kihas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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