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광화문광장을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봤다. 지난 11월 9일부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사이트 통해 예약을 받은 '광화문광장 미션 게임'과 '빛모락 가을 산책' 프로그램이다. ☞ [관련 기사] 흥미진진~ '광화문광장 미션게임' 예약하세요! 탐방투어도 운영
두 가지 프로그램 중 광화문광장 서포터즈들이 설명하며 광장을 둘러보는 빛모락 가을 산책 탐방 투어를 신청했다. 무척 추운 토요일 오전, 잔뜩 몸을 웅크리며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다. 광장숲 푸른 나무들 사이로 예약을 확인하고 있었다.
‘광화문광장 미션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이선미
빛모락 가을 산책 탐방은 회차당 15명 정원이고 두 명까지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대략 10여 명 정도로 두 팀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번 '빛모락 가을 산책'은 광장숲에서 시작해 명량분수, 세종대왕동상, 사계정원과 사헌부 문터 유구재현시설을 지나 지난달 새롭게 복원해 시민들에게 공개된 광화문 월대까지 걸으며 역사와 식재, 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60분 가량 걸으며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광화문광장 초입의 명량분수부터 광화문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설명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또 다른 체험 프로그램인 ‘광화문광장 미션 게임’을 수행 중인 시민들도 보였다. 엄마와 아이가 바닥에 자료를 펼쳐 놓고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있었다.
동절기에 접어들어 가동을 멈춘 ‘한글분수’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선미
“잠시 서보실래요? 우리가 만난 곳이 ‘광화문광장 광장숲’인데요. 그곳부터 쭉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요. 지금 이곳에도 느릅나무, 은행나무, 팽나무 등 13그루의 정자목이 식재돼 있는데요, 드라마 <이상한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진 팽나무 기억하시죠?”
원래 팽나무는 남쪽 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다.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여러 지방에서 나무를 옮겨와 심었는데 경남 함안에서 온 나무도 한 그루 있었다. 당시 담당자가 팽나무를 가져오기 위해 테이프로 나무를 묶다가 옹이 안에 들어 있는 청개구리 세 마리를 발견했다고. “개구리도 광화문광장으로 데려가죠.”라고 농담하니 나무 주인이 “개구리들 생각을 먼저 물어보세요”라고 답해 함께 웃었다고 한다.
지금 광화문광장에 있는 여러 그루의 팽나무 가운데는 그때 청개구리들이 놀고 있던 팽나무가 있다. 키 큰 나무 아래로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시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하는 공간에서 몰랐던 정겨운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다.
팽나무와 은행나무 등 정자목들이 심어진 열린마당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선미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걷다가 다시 발길을 멈췄다.
“바닥을 한 번 보세요. 돌들이 깔려 있는데 모양이 조금씩 다 다릅니다. 이 돌들은 전국 각지에서 왔는데요. 저마다 다른 서울시민들의 다양한 모습 같습니다.”
광화문광장 바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돌들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선미
‘문화쉼터’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춰 섰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도토리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예요.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를 여기 심었거든요.” 참나무를 도심에 심는 일은 약간의 모험이었다고 한다. 과연 잘 뿌리 내릴 수 있을까 우려가 컸는데 어디에서나 잘 자랄 수 있도록 적응 기간을 거친 훈련목들을 찾게 돼서 광화문광장의 숲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에는 한글 자모음이 곳곳에 숨어 있다. 문화쉼터에 있는 ‘모두의 식탁’에도 두 개의 모음 ‘ㅕ’와 ‘ㅑ’가 새겨져 있다. ‘여당과 야당이 한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듯 화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문화쉼터의 ‘모두의 식탁’에는 화합의 의미를 담은 한글 모음이 새겨져 있다. ⓒ이선미
역시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종대왕과 한글 이야기가 주인공이다. 탐방에 참여한 시민들은 설명을 들으며 동상 앞에 세워진 여섯 개의 기둥 사이를 살폈다. 측우기와 혼천의, 앙부일구 앞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세종 당시 발명품들과 육진개척, 대마도 정벌 등 중요한 일을 새긴 여섯 개의 기둥 ⓒ이선미
해시계 앙부일구에 해그림자가 선명하게 비치고 있다. ⓒ이선미
사시사철 화초를 볼 수 있도록 조성한 ‘사계정원’에는 가을을 담은 국화류가 피고 지는 중이었다. 오솔길을 따라 들어갔다.
“이 나무 이름을 아세요?”
줄기가 백골 같은 배롱나무였다. 나무에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다들 금방 알아보았다.
“맞아요. 배롱나무죠. 그런데 보통 배롱나무꽃은 분홍이나 붉은색이거든요. 사실 저도 광화문 서포터즈를 하면서 하얀색 꽃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배롱나무 흰 꽃은 정말 보기 드문데, 내년 여름에 사계정원을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사계정원’ 한복판에는 하얀 꽃이 피는 배롱나무가 있다. ⓒ이선미
바로 이어지는 ‘시간의 정원’은 우리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사헌부 터와 배수로, 우물 등의 유구가 이곳이 조선 500년을 이끌어온 육조거리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시민들이 사헌부 터 유구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선미
지금은 물이 멈췄지만 유구 너머 검은 벽에서 흘러내리는 ‘시간의 벽천’도 의미를 담고 있다. 벽천은 광화문광장보다 2.5미터 아래서 발견된 사헌부 유구와 광화문광장의 단차를 이용해 만들어 놓았다. 몇 개의 계단을 올라서면 광화문과 잘 어울리는 소나무들이 보인다.
“소나무 사이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통제를 했네요. 혹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표지에 있는 큐알코드로 들어가보세요.”
벽천 위로는 저만큼 보이는 광화문과도 잘 어울리는 소나무들이 심어졌다. ⓒ이선미
광화문광장의 크고 작은 분수들과 여러 숲의 나무 이야기들을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육조거리 끝에 이르렀다. 눈에 보이는 커다란 조형물이나 시설 말고도 시간이 켜켜이 쌓여가는 광장의 세세한 이야기들이 정겨웠다. 더욱이 광장 서포터즈들이 저마다 알고 있는 광장의 이야기를 모아 들려주어서 더 풍성해졌다.
어느새 탐방의 끝자락에서 참여자들이 ‘역사물길’을 따라 걷고 있다. ⓒ이선미
해치도 제자리를 찾은 광화문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이선미
지난달 공개된 광화문 월대 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광화문광장의 나무들도, 광화문 앞 월대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다란 숲을 이루고 더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것 같다. 광화문광장 서포터즈들과 함께한 ‘빛모락 가을 산책’. ‘역사 위를 걷다, 문화 곁에 쉬다’라는 표어로 우리 곁에 펼쳐진 광화문광장이 더 다양하게 아름다워지고 있다.
한편, 11월 16일~19일 광화문광장에서는 게임 팬들의 최고의 축제 '2023 롤월드 챔피언십'을 응원하는 축제가 펼쳐진다고 한다. 게임과 이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광화문광장을 찾아 대형 콘서트, 한국문화체험, 게임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겨봐도 좋겠다.
광화문광장
○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