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한 달을 남겨둔 27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김병현의 성적은 6승2패32세이브 방어율 2.18. 세이브만으로는 내셔널리그 공동 6위의 성적이지만 실력면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수준의 마무리다. 인터넷 CBS스포츠라인의 부문별 선수랭킹을 보면 벌써 몇 주째 2위에 올라 있다.
이 정도의 성적이라면 올시즌이 끝나고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을 김병현이 300만∼400만달러(약 36억∼48억원)를 불러도 좋다. 메이저리그 최고수준의 마무리라는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시애틀의 사사키 가즈히로,샌프란시스코의 롭 넨,샌디에이고의 트레버 호프먼 등은 모두 500만 달러가 넘는다. 김병현이 그들에 비해 메이저리그 경력이 짧은 것을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300만달러는 지난 2년간 활약에 비하면 오히려 적다.
김병현의 올시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보고된 연봉이 76만2,500달러.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이 230만 달러인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다. 김병현의 연봉이 이렇게 낮은 것은 지난 99년 입단 당시 4년 계약금 225만달러를 4년간 메이저리그 최저연봉(20만5,000달러)에 합산해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시즌을 끝으로 김병현은 계약이 끝나 새 계약을 하게 된다. 또 메이저리그 3년이 지나 연봉 조정 신청자격도 얻게 된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애리조나는 김병현의 이런 신분변화를 예상해 장기계약설을 흘렸다. 김병현도 연봉조정신청자격을 포기하고 장기계약을 한다면 “맷 맨타이만큼은 받아야겠다”고 자신의 기준을 밝힌 바 있다.
김병현에 앞서 애리조나 주전마무리로 활약한 맨타이는 지난 2001년 초 4년간 5,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연차별 차등지급 계약이 있는지 몰라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통보된 올해 연봉은 433만3,333달러다. 2000시즌 맨타이는 47게임에 출전,1승1패 17세이브에 방어율 4.17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아예 개점휴업했다. 올해 간신히 복귀했지만 19경기에서 2승2패 방어율 5.52를 기록하고 있다.
애리조나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악몽을 겪은 김병현에 대한 확신이 없어 올시즌을 앞두고 장기계약을 미뤘다. 김병현도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연봉을 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맨타이 만큼…”을 외치고 있다.
김병현의 에이전트인 제프 무라드도 액수를 밝히길 거부하면서도 “김병현이 올해 너무 잘하고 있다. 연봉계약 때 제시할 자료가 많다”며 내심 대박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