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동부 라왈핀디에 사는 열세 살 소녀가 초콜릿을 훔쳤다는 이유로 집주인 부부에 의해 살해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소녀를 하녀로 고용해 부리다 목숨까지 빼앗은 잔인한 부부는 구금됐다고 영국 BBC가 18일 전했다.
비운의 소녀 이름은 이크라라고만 알려졌는데 이 아이는 지난 12일 늦게 온 몸에 부상을 입은 채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스러졌다. 경찰의 초동 수사 결과 이 아이는 고문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크라의 아빠 사나 울라(45)는 BBC 인터뷰를 통해 "딸이 죽었을 때 안에서부터 완전히 무너져내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날 밤 경찰 전화를 받고 병원에 달려가니 딸이 의식을 잃은 채 침상에 누워 있었으며, 아빠가 도착한 지 얼마 안돼 숨을 거뒀다는 것이다.
이크라는 여덟 살 때부터 하녀로 일하기 시작했다. 농부인 아빠는 빚에 몰려 딸을 일터로 내몰았다고 털어놓았다. 몇몇 고용주들을 위해 일한 뒤 2년 전부터 문제의 부부에게 고용됐다. 한 달에 그녀가 쥔 돈은 23 파운드(약 4만 1780원)였다.
이 사건은 광범위한 분노를 일으켰고 해시태그 #이크라를위한정의(JusticeforIqra)가 소셜미디어에 달려 조회 수 몇 만회를 기록했다. 또 아동 노동과 가정부를 가혹하게 다루는 일에 관한 논쟁을 촉발했다.
아동 노동을 규제하는 법률은 나라마다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데 라왈핀디가 속한 펀잡 지방도 가정부로 고용할 수 있는 최저 연령을 열다섯 살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빈번하게 인권을 유린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BBC는 소녀의 팔다리에 복합 골절, 머리에 심각한 부상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입수했다. 소녀의 부상이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부검이 실시됐으며 경찰은 최종 보고서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사회활동가 셰흐르 바노는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피눈물이 난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몇 천명 밖에 안되는 이들의 하찮은 일들을 하느라 매일 주인 집에서 폭력에 노출돼야 하느냐? 가난한 이들이 얼마나 오래 이런 식으로 자기 딸들을 묘지 같은 곳에 계속 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녀가 살해되기에 이른 것이 사소한 일 때문인 것을 개탄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파키스탄인 누리꾼은 X에 "그녀가 초콜릿 때문에 죽었다고?"라고 물었다. 다른 누리꾼은 "이건 단지 범죄가 아니라 부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일회용(disposable)으로 다루게 만드는 시스템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주인 부부 라시드 샤피크와 사나, 이 가족을 위해 일한 쿠란 교사가 함께 검거됐다. 이 교사가 이크라를 병원에 데려가 그녀의 부친은 죽었고 모친은 근처에 없다고 병원 여직원에게 말한 뒤 떠났다고 했다. 여직원이 이 말을 진실이라고 믿었는지 여부는 명확치 않다고 경찰이 BBC에 밝혔다.
이크라의 아빠는 "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처벌 받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사건은 대중의 공분에도 대체로 법정 밖 화해로 끝나며, 용의자들이 기소되는 일은 아주 드물다.
2018년에 판사와 그의 아내가 열 살 하녀를 고문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1년형으로 감형됐다.
파키스탄 법률로는 희생자들이나 그들의 가족은 몇 가지 중범죄 용의자들을 용서할 권리를 갖는다. 그렇게 하려면, 그들은 법정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의자를 용서한다고 법정에서 진술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법률 관측통들은 그렇게 용서를 하게 하는 주된 동기가 대체로 금전적인 것이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일은 불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유엔어린이기금(UNICEF)에 따르면 파키스탄 어린이 330만명정도가 아동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노동기금(ILO)에 따르면 이 나라 가정부 850만명의 압도적 다수는 여성들과 어린 소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