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어제 술 마시느라 읍에 둔 차를 가지러 나간다.
직원이 술집 앞에 내려주자 술을 참고 박지성운동장으로 간다.
차에 갈아입을 옷이 없다. 양말도 없다.
근무할 때 입는 옷 그대로 신발만 갈아신고 오른쪽 숲길로 들어선다.
5시 반이다. 데크 계단을 오르지 않고 편백숲을 몇번돌아 낮은 등성이를 걷는다.
짙은 구름 사이 숲은 조용하고 비에 젖은 비비추가 고갤 숙이고 있다.
조망열리는 곳을 두고 중섯재로 방향을 잡는다.
작고 부드러운 두개의 봉우리는 길을 옆으로 두어 오르막이 거의 없다.
직장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전화하는 사이 뒤에서 여성들이 따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빨리한다. 셔츠는 등 뒤에서 땀에 젖어 붙더니 앞쪽도 젖는다.
길 가에 핀 주황 원추리 하날 보며 구례 서시천과 노고단의 원추리를 생각한다.
중섯재엔 한남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운암산 쪽으로 더 걸어본다.
둥근 통나무 계단을 올라 납작 바위위에 서자 조망이 조금 열린다.
분청박물관 아래 운곡저수지는 흙탕물이 찼다.
포두 평촌 뒷쪽 골짜기는 펑퍼짐하고 그 앞은 구름에 덮였다.
시들어가는 바위채송화를 보고 돌아온다.
젖은 셔츠의 단추를 풀다보니 웃통을 벗고 싶은데 참는다.
우산을 짚으며 올라오는 산객들이 하나씩 둘 보인다.
차 있는 곳으로 오니 7시 반이 안 됐다. 문화원 앞마당에서 세 사람이 장구를 매고
왔다갔다 연습을 하더니 풀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축협마트에 들러 맥주를 사려다 참고 포두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