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12.9)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임 주 태국 미국대사가 태국 법률에 따른 왕실 모독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고 한다. 이는 그가 지난 달 공개석상에서 발언을 통해, 왕실모독 처벌법(=형법 제112조) 위반자들에게 가혹한 장기 징역형을 선고하는 현 상황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태국 형법 제112조에 따르면 국왕, 왕후, 왕위계승권자 혹은 섭정을 명예훼손, 모욕, 위협할 경우, 그 누구라 할지라도 위반 사실 한 건당 최대 징역 15년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유사 사례를 비교할 때 세계적으로도 가장 엄격한 처벌 사례에 해당한다. 이 법률이 정적 제거에 이용된다는 비판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태국 군부가 작년 5월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이후 왕실모독 처벌법에 따른 기소가 급증했고 그 형량도 장기화되고 있다.
글린 데이비스(Glyn Davies)는 불과 9주 전에야 주 태국 미국대사직에 임명됐다. 그는 11월 25일 '태국 외신기자 클럽'(Foreign Correspondents’ Club of Thailand: FCCT) 초청 강연에서 왕실모독 처벌법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행사장에 가득 찬 청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또한 우리(=미국)는 태국 군사 법원이 왕실모독 처벌법 위반 민간인들에 대해 전례 없이 긴 징역형을 언도하는 것에 우려를 갖고 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평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수감돼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으며, 어떤 개인이나 독립단체가 보복의 위협을 받지 않고 중요한 사안들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일을 강력히 지지한다."
하지만 데이비스 대사는 이 발언으로 인해 태국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FCCT 회장 조나단 헤드(Jonathan Head: 영국 BBC 방콕 특파원) 기자는 태국 경찰이 FCCT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음을 확인했다. 또한 태국 경찰도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raits Times)와의 회견에서 공식 수사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역주: FCCT는 Davies 대사의 기소 사실을 클럽에 알리고 경찰에 협조 중이라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http://fccthai.com/items/1818.html)보도에 따르면 끼사나 파타나짜른(Kissana Phathanacharoen) 태국 경찰 부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태국 당국이 그(=글린 데이비스)를 아직 입건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FCCT가 태국 정부와 왕실모독 처벌법 논란으로 마찰을 빚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필자가 보도한 바 있듯이, 군사정권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지난 6월 FCCT가 왕실모독 처벌법을 주제로 개최하려던 토론회를 금지시킨 전례가 있다. (참조: Thailand’s Junta Deals Free Speech Another Blow)
태국 당국의 이번 조사가 데이비스 대사, 또는 보다 일반적 차원에서 미국-태국 관계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불분명하다. 데이비스 부임 이전까지 주 태국 미국대사 자리는 거의 일 년 동안 공석으로 있었다. 2014년 5월 쿠데타 이후 양국간 관계는 껄끄러운 상황을 보였지만, 데이비스 대사의 부임은 미국 정부가 동남아시아 내 동맹국인 태국과의 관계를 점차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참조:US Nominates New Envoy to Thailand Amid Strained Ties)
쿠데타 이후 왕실모독 처벌법 적용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데이비스 대사가 거의 처음이다. 지난 8월, 군주제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남성 두 명이 각각 징역 30년형 및 28년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실'(UN OHCHR)은 태국에서 발생한 상황이 "경악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UN OHCHR은 지난 8월 1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태국에서 왕실 모독 사건들에 충격적인 정도로 과도한 징역형이 언도된 상황에 경악한다."
이 성명서는 UN OHCHR이 지난 2006년부터 왕실모독 사건들을 기록한 이래 최근의 사례들이 가장 무거운 형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쿠데타 이후 왕실모독 사건의 수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즉, 쿠데타 이전에 왕실모독 처벌법으로 수감된 사람은 다섯 명에 불과했던 것에 반해, 쿠데타 이후에는 유죄 판결 확정자 및 구치소 미결수가 최소 40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첫댓글 참나..우려의 표현조차 못하나요
자연스럽게 번역을 잘 하셨네요.^^
저희 카페의 최연소 젊은 피 회원님의 번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