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핀 사데풀꽃
도심에 핀 사데풀꽃
저 광활한 삶의 터전에서 밀리고 밀리다가
예 비좁은 구석땅에 겨우 생명을 부지했어
쉴 새 없이 자동차들 지나다니고
바람에 이는 먼지, 퀴퀴한 냄새
털북숭이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상전 모시듯 밀고가는 여인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이
짐을 들고 바삐 가는 사람
온갖 사람들 지나가지만
본체만체 하지
그래도 살았으니 꽃을 피우고
푸른 하늘 하얀 구름을 보니 고맙지만.....
관모를 타고 바람 따라 '사데다닌다'
소리 듣던 때가 참 좋았었지
좁은 땅에 갇혀 그 모든 걸 뒤로하고
지금 보이는 것, 일어나는 것들.......
여기 이게 전부 다 엄연한 실제
실체가 흘러간다 하면 그냥 미칠 것만 같아!
無常한 諸行이
實相이었어!
그래
진정....... 實相이었어
글, 사진 / 최운향
2024, 시월의 마지막 날에
****사데풀
사데다니다('싸돌아다니다'의 경상도 사투리)에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민들레처럼 솜털 같은 씨앗이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흩어진다.
하니, 사데다닌다는 소릴 들을만하다.
배고픈 시절 풀죽을 쑬 때 넣고 끓여 먹으면 활력이 나고 허기를 달래
준다고 했다.
거채, 거매체라고도 부르며, 약재(해열, 해독, 지혈, 황달 등)로 쓰인다.
꽃말은 친절, 세력, 활력.
■ 사데풀꽃
하남시에서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도로 옆에 피어 있었다. 멀리 관악산이 보이고....
터가 넓어 그래도 좋은 조건에 살고 있다.
■ 사데풀의 이웃들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도심의 자투리땅에는 밀려온 많은 식생들이
악조건 하에서 빽빽이 모여서 살아가며 그래도 꽃들을 피운다.
심한 가뭄에 물이 마른 계곡에서 어쩌다가 물이 고여 있는 곳을 보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경우를 목격한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 물고기들이 연상된다.
글, 사진 / 최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