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스승 가슴 푸르게 타올랐다
쇳소리가 불이었고 쇠가락 솟아오름이 불이었다
불 속에 황금빛으로 익어 떨고 있는
쇠가락의 원형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스승의 금쇠, 깊은 밤 홀로 우는 날 많았다
스승은 높고 맑게 우는 금쇠, 금이 들어간
괭과리를 즐겨 쳤다
중요한 연주에는 언제나 큰 금쇠를 들고 무대에 섰다
금쇠는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괭과리는 아니었다
쇠가락 윤기 나면 끝장인 거다
쇠가락은 굶주려야 하는 거다
목말라야 하는 거다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쇳소리 맑게 하는 거다
스승은 제자를 깨우쳤다
아니다 스스로를 깨우쳤다
어둠 겹겹 별빛 한줄기 보이지 않는
검은 하늘은 끝내 침묵이었다
방짜꽹과리 놋쇠 속으로 뻗어가는
청동의 녹을 마시는 스승이었다
스승 가슴 속으로 뿌리 뻗어가는 가락의 푸르른 녹은
소리 없는 부식의 황홀한 파멸이 이끄는 어둔 매혹이었다
스승은 언제나 청동 부식의 두려움 앞에 떨고 있었다
스승은 초인이고 싶었다
쇳소리를 깨고나와 쇳소리를 창조하는 겹겹의 고뇌를 넘는
초인이 되어 세상 모든 쇳소리 아우르고 싶었다
한 생 소리에 얹혀
독약 같은
죽음 같은
달고 아름다운 몽환과 환희의 꿈 펼치고 싶었다
사신 미소 지으며
스승의 볼에 입맞춘 시각은 언제인가
스승은 사신의 미소를 기꺼이 맞았을까
한 치 시멘트 못에 저 육중한 몸이
한 주일 동안이나 매달려 있었다니,
벽 속 스승의 시신 오른팔 유난히 굵었다
30여 년 동안 두드린 꽹과리 소리
하늘로 사라지지 않고
스승의 팔뚝으로 숨어들어
저처럼 꿈틀거리는 근육 이루고
자신의 몸에 소리궁전을 만들었던 것이다
방바닥과 한 치의 공간을 이루며
하얀 발 공중에 매달려 있는 스승,
저 한 치의 공간이 스승 건넌 죽음의 계곡이었다
자신의 목에 마지막 생명줄 걸며
스승은 얼마나 고절했을까
스스로의 목에 넥타이의 매듭을 거는 순간의,
발이 생명의 지표로부터 이탈하는 순간의,
그 아득함을
스승은 어찌 견디었을까
스승은 분신이던
금쇠의 비명 일으켜 세우며
무엇을 꿈꾸었을까
제자는 비명으로,
분노로 일어서는 쇳소리 들었다
황홀한 독친 같은 쇳소리 들었다
스승은 깨치고 일어선 것일까
들리지 않는 함성으로 일어선 것일까
들리지 않는 쇳소리로 일어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