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비의 짐 / 김해자 『경북매일/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운주사]

나비의 짐

김 해 자

노래하는 당나귀를 보았는가 무거운 짐 이고 지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무심한 눈길
짓누르는 돌덩이 아래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노랫소리

그에겐 이미 짐이 없다

부서지기 쉬운 자들이 짐을 진다
천천히 가지만 언젠가는 사막을 통과한다

가녀린 나비가 바리케이드를 넘는다
날개 한 잎 상하지 않았다 (부분)

-『경북매일/이성혁의 열린 시세상』2022.12.05. -

“무거운 짐 이고” 가는 당나귀의 “경쾌한 노랫소리”는 ‘무심’해 보이는 당나귀의 삶에 내재한 잠재력을 드러낸다. 그 잠재력은 “부서지기 쉬운 자들”인 당나귀의 존엄을 증명하며, “언젠가 사막을 통과”할 미래를 품고 있다.
노래 부르는 자는 “짓누르는 돌덩이”를 지고 있을지라도 잠재적으로 “이미 짐이 없”는 자유로운 존재다. 하여 저 나귀도 자유로워서, “가녀린 나비”처럼 “바리케이드를 넘”어 날아가리라.

〈이성혁 / 문학평론가〉

  Venezia notturna · Rondò Veneziano

해자네 점집 - YES24

김해자 시집 〈해자네 점집〉 걷는사람 | 2018

나비의 짐 - 경북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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