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계엄, 내란, 탄핵 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간속에 조금은 일상을 향유해보고자
미친듯한 난리 속에서도 어젯밤 새벽까지 집중하였던 대학가요제는 계절을 바꿔가며 진행되었어도 혹시나에서 역시나 였다.
대상 "이재엽" 조차도 자신의 우승을 가늠치 못한 채 이해할 수 없어 어리벙벙했던 모양새를 보자면 과연 글쎄...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결과론적으로는 미비하게 끝났던 새로운 대학가요제의 물꼬는 미흡하다는 생각 뿐이다.
워낙 예전의 대학가요제가 신선하고 모험으로 가득했으며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했다면
이번 대학가요제는 이미 실용음악과들의 대거 진출에 식상 그 자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기대하며 즐겨보았던 이유는 와중에 특별한 재주와 능력과 끼를 지닌 청춘들의 활동이 보고 싶었으며
부족하지만 나름의 텐션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대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 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상 우승자인 "이재엽"이 그에 걸맞다고 할 수는 있으나 역시 백석예대 출신으로
그 또한 실용음악도의 길을 걷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인정하기엔 조금 역부족이기도 했다.
늘 언제나 그렇듯이 스토리텔링이 가미되면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게 모든 것이 방향을 바꾸게 된다.
진심으로 한결같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자신들의 음악 세계에 들어와 온전히 음악으로의 진입을 꿈꾸던 대학생들과 달리
부족하기는 하나 스토리의 완성으로 그 자리를 지켜낸다는 것, 한두번 보아온 행태는 아니었으나 그런 일련의 일들이
여전히 오디션에 건재하여 진정으로 노래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번번이 무력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게다가 대한민국엔 워낙 노래 잘하고 출중한 끼쟁이들이 많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미 길들여져 익숙한 채로 실용음악세계로 진입하는 대학생들은 숱하게 많은 가르침으로 단련되었으므로
그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뤄야 하는 풀내나는 초짜들의 오디션 진입장벽은 쉽지 않다.
그저 음악이, 노래가 좋아서 오디션에 패를 던진 순수파와 달리 노련미와 세련미가 가미된 무대매너 조차도 확실히 확연하게 다르니
비전공자와 전공자가 받아들이는 긴장도의 차이는 이미 승부를 가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해서 처음 시작점에 가졌던 기대는 점차 식상으로 변하고 그래도 혹시나 해서 가졌던 기대는 어설프게 끝났다.
지금 시점의 흐름이 그렇다고 하니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과 여건이기는 하지만
실용음악과가 아니면 대학가요제에 도전장을 내어밀기는 어려운 지점이라면 그것도 어불성설.
타 전공이어도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밴드에 미쳐있을 수 있겠으나
노련하지 못함으로 인해 이미 걸러져 무대를 꾸미게 되는 순간에는 워낙 잘한다고 소문난
끼가 넘치는 출연자들로 빼곡하게 무대를 채우게 되나니 그것도 참 아니러니 하다.
와중에 경희대학교의 타전공이지만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에 미쳐서 경제적 빈곤과 싸우며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는
"더티슈"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밴드는 물론 창작곡의 진수 "가위바위보"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다같이 즐기면서도 가사와 어울리는 에너지와 메시지를 한꺼번에 보여주었던 더티슈가 금상이어서 아쉬웠지만
발견의 재미는 가장 컸다.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순수 대학가요제는 이미 물오른 참가자들로 장악되었다.
사실 오디션에 참가하기에는 너무 조악한 실력의 대학생까지 섭렵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은 있지만
그런 반면 우리가 예전에 기대하고 보았던 대학생들의 무대는 없어진 듯하다.
더구나 오로지 스튜디오 안에서만 진행되는 오디션 특성상 그 옛날의 광란스런 대학가요제는 보기 어려웠고
한 템포가 잦아든 무대 매너와 열정으로 도배가 되니 그 또한 아쉬운 면이기도 하다.
라운드를 거쳐오면서 대결양상을 보이며 승패를 가늠하게 되는 것, 모든 오디션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아직 티비조선의 오디션은 서투르기 짝이 없긴 하다.
그저 특례화 된 가요 오디션들만 치뤄낸 결과물이기도 하겠다.
이제 그런 식상 코드는 집어던지고 제발 신선한 발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덧붙이면서
2프로 부족한 오디션 대학가요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대학가요제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 듯....
온갖 이름으로 무대를 잠식하였던 예전의 대학가요제는 어찌됐던
오픈 무대여서 가능했을 이점이 있기도 했으리라.
첫댓글 요즘, 올해는 본적이 없어 할말이 없네~!
안봤다면 알 수 없을 일이니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더라는 것.
스토리텔링의 힘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