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2. 울산 울주군.
겨울이 코앞인 이 계절에도 좀사마귀 한 마리가 당랑거철이라는 말처럼 카메라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서네요. 비록 사람 눈에는 조그맣게 보이지만 곤충들 앞에서는 그야말로 위풍당당, 무시무시한 위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좀사마귀는 사마귀나 왕사마귀에 비해 몸집이 작고 홀쭉하며, 갈색을 띠며, 무엇보다 앞다리 안쪽의 무늬가 특징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SF영화 중 <디스트릭스 나인(9)>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을 보면서 감독이 아마도 사마귀를 모델로 창안한 게 아닐까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더듬이가 있는 걸 보면 곤충 종류일 텐데 동작이나 색깔이 영락없이 좀사마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근요. 아래에 크롭한 사진을 보면 혹 공감하실 분이 있을까 싶어서 첨부해 봤습니다.
위쪽 사진을 크롭한 게 아래 사진입니다. 빨간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에 "앞다리의 허벅마디 안쪽의 밑부분과 종아리마디 안쪽의 중앙에 각각 1개의 큰 흑색 무늬가 있다."는 도감의 설명대로 무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마귀에게는 잡은 먹이를 화학적으로 죽이는 독이 없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타격을 주어서(무시무시한 가시가 난 앞다리의 종아리마디와 발목마디를 오므려서 먹잇감을 찔러 죽이거나 턱으로 물어 죽이기) 사냥을 합니다. 저도 사마귀를 장갑 낀 손으로 잡았다가 저 가시 난 다리 사이에 끼어 봤는데 사람인 제가 아플 정도로 힘이 강하더군요. 하물며 여린 곤충은 몸이 여지없이 가시에 꽃힐 겁니다. 게다가 가장 긴 가시는 아예 먹잇감의 몸을 뚫고 나올 정도로 길기까지 하니, 한번 잡힌 곤충은 절대 도망을 못 갈 겁니다. 사마귀가 곤충계의 최상위 포식자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던 거죠.
게다가 저 가시 방향도 무시무시한 게, 다리를 일자로 폈을 때는 전부 앞쪽을 향하는데 종아리마디 쪽으로 발목마디가 구부러지면 마치 두 개의 빗을 맞물리듯 양손 손깍지를 낀 듯 꽉 끼게 되어 있어서 더더욱 먹잇감을 도망 못 가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답니다.
아래 사진은 니콘 똑딱이 P900으로 찍은 마지막 사진입니다. 몇 달 전에 1미터 넘는 돌담 위에서 아래로 수직 낙하하는 바람에 모터 쪽이 고장나서 삐걱대면서도 나름 제 역할을 잘 수행했는데,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더는 작동을 안 하더군요. 수리를 할지, 맡기면 수리는 될지, 새로 사는 것보다 비용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그동안 수고 많았으니 편안하게 골동품으로 서가에 전시해 둘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