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형, 누나 안녕하십니까?
저는 회현초교 32회 졸업생 조시탁이라고 합니다.
직업 관계상 지금까지 이곳 저곳을 부초처럼 떠돌아 다니다가
인생의 막다른 때가 되어 겨우 "고향앞으로"라는 구령과 함께 몇해 전
군산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늦은 인사가 새삼스러울 수 있겠으나 애정을 갖고 고향의 선.후배님들과
늘 따뜻한 시간이 되었음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전 이섭형님의 소개로 가끔씩 이곳 카페에 들어와서 형님들의 세상이야기를
훔쳐보곤 하다가 이렇게 얼마 전에 친구들에게 보낸 바 있던 글을 올리며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늘 건강하고 하시는 일마다 큰 성취있으시길 빌어봅니다.
* *
어느 책에서 읽은 글에 동감이 되어 마음에 담아 둔 바가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어머니가 고추, 콩, 참깨, 나물꺼리 등을 잔득싸서
이고 지고 서울사는 아들집을 찾았더랍니다.
마침 방문이 조금 열려 있어 우연히 며느리와 아들의 대화를 들었는데
며느리가 남편에게
"자기야! 세상에서 누가 젤 이뻐?"
"그야 당신이지."
"그 다음은?"
"내 딸 아들이지."
"그 다음은?"
"다롱이!"(강아지 이름)
"그 다음은?"
"으~~~ㅁ, 장모님이지."
"그 다음은?"
"우리 엄마!"
여기까지 듣고 난 어머니는 기가 막히고 맥이 풀려서 문도 열지 않고
그냥 되돌아 나왔더랍니다.
"내가 어떻게 저를 키웠는데 괘씸한 놈..."
어머니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아파트 경비실에 들려
"다섯째가 둘째에게 전해 달라"는 말을 꼭 전하라고 부탁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와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내가 사는 삶이 바로 이 모습은 아닌가 하고 씁쓰레 하면서도
그저 마누라, 자식하면 아직도 껌뻑죽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이 시대의
남편이고 아빠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습니다.
나는 부모님이 가까이 계시는 고향에 자리잡은 후 부터는
내 생일 전 날 만큼은 꼭 부모님과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로 날을
보낸 후 아침에 어머님이 끊여주는 미역국 한 그릇쯤은 연신 "맛있습니다"
하면서 되도록 말끔히 비운 후 돌아오곤 합니다.
평소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죄송함도 있고
유난히도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을 낳느라, 가르치느라
애쓰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렇게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고
적은 시간이라도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퇴근하면서 가까운 과일상회에 들려 백도 복숭아 1상자를 사들고
부안의 계화도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다 됐는데 그때까지 부모님은
내가 온다며 저녁을 안 드시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먼저 드시죠" 하고 투덜거리면서도 부모님의 마음을 짐작하는 내 가슴은
납덩이라고 올려 놓은 양 무겁고 명치 끝이 저려왔습니다.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같이 하자는 자식에게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인양
주위에 얼씬 못하게 하고는 혼자서 싱크대에 기대시어 설거지를 하는 어머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리기만 합니다.
내 어머님, 아버님은 날 이렇게 키우셨는데...하며 자식의 모자람을
바라보는 듯 싶어 한편으로는 우울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 시골에는 집집마다 여름 농사로 지은 고추말리기가 한창입니다.
우리집도 큰방에는 잔뜩 널어 놓은 고추 와 보일러 열기로 후끈 달아있었습니다.
보일러 기름이 아깝다며 겨울에도 두 분이서 지내시는 큰방에만 약하게
틀어 놓으시던 분들이 고추를 말리느라 아낌없이 틀어 놓은 보일러 열기는
방문을 열어 보기가 겁이 날 지경이었는데 저녁상을 물리자 마자 두 분이서
고추를 뒤집는다며 들어가십니다.
마지못해 뒤따라 들어 간 방안의 열기는 요즘 찜질방보다 더한 열기로
가득하였습니다.
어거지로 따라 들어 온 멋적은 기분에 "고추가 암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다고
하는데...우리 어머님, 아버님이 고추 찜질방에서 날마다 찜질하시니까
건강하고 피부도 매끄러우신가?" 하고 우스개소리를 하니까 그냥 껄껄껄
웃으시고 맙니다.
정말 찜질방같은 방안에서의 고추말리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방안에서 말리는 고추는 층층으로 쌓이지 않도록 얇게 펴서 말려야 한답니다.
고추가 하나라도 제대로 온기를 받지 못하면 여름의 다습한 기온에 금새 짓물러
터지고 상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고추가 조금씩 마르게 되면 그때부터는 고추 한개 한개마다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서 바스락거릴 정도로 말려야 되는 것이랍니다.
방에 있는 고추를 하나씩 이리 펴고 뒤집느라 잠시 잠깐이었지만
금새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할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고추말리기를 하면서 문득 지난 이야기가 생각났던 것입니다.
나는 내친 김에 "어머님, 내 년에는 고추농사를 짓지 맙시다." 하였더니
어머님은 이게 왠말이냐는 듯 휘둥그레하시며 말같잖은 소리를 그만두라며
두손을 저으셨습니다.
어쩜 우리네 부모님들은 이렇게나마 힘이 닿는데로 고추도 참깨도 지어
자식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마지막 남은 행복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지금도 이렇게 사십니다.
우리 모두의 부모님들은......
자식이 온다면 늦은 저녁도 마다하지 않으시며, 자식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화통보다 더한 여름철 방안의 열기도 겁이나지 않고 또 내 년에도 이렇게
짓는 고추며 참깨 농사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바리 바리 싸고 여매는
시간을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도 이렇게 사시는 부모,형제가 고향에 계신다는 생각만큼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지우지 말고 자주 자주 전화도 드리고 또 찾아주었음
하고 바라면서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빌어봅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소서
첫댓글 아! 글고 성권이 형님 소식좀 들을 수 없을까요...? 다른 형, 누나가 질투하실까?
저희 회현중학교 1회 졸업생 카페도 있습니다. "현일회"라고...찾아주시고 후배들을 격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딸만 둘인데, 사위가 장모님을 친어머니보다 더 좋아하는것에 불만인가? 20여 성상을 고이 길러 평소 알지도 모르는 어떤 시러배 자식놈에게 주는것도 아깝고, 손주를 봐도 내성이 아닌 고자슥 성을 따르고말이야. 아들은 그래도 남는게 있는것이네. 난 뭐야. 흑흑
그리고 성권이는 창원에 있다네. 폰번호는 011-568-0208이고 엊그제 통화를 했는데 잘있다더구만. 어제 차속에서 잠깐 얼굴만 봤는데 뒤에 있는 여성들은 누구야? 부러워라 우린 고추들만 모여서 홍어회에 sool한잔 했지. 언제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자. 건강을 빈다. 글구 별이가 누구?기수 맞아?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가깝게 지내면서도 도를 벗어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후배이고 언제나 모범이었지 항상 만나면 반가운 친구같은 후배의 글을 읽고 자신을 뒤돌아 보는 좋은계기였네.고마워
가시고기 너무 서운해 하지마라 딸만 둘 있다고 그러나 마음 쓰는 것은 아들 보다 딸이 더 나으니깐 딸이 없는 사람은 딸의 귀중함을 모르잔아 시탁아 언제 한번 만나서 차라도 한잔 하자고 전화하고 만나지 못했는데 언제 얼굴한번 보자고
원이 형님 고마워~~~이제야 성권이 형님하고 통화를 했다우 늘 마음써줘서 감사하고 건강을 빌어요 그리고 우리카페에 별이는 기수 형이 맞아요 두기수...폰은 016-613-5454번이고 우리는 벼리님이 없다면 쓰러지니깐 용기좀 복돋아 주세요
글고...저도 딸만 둘이라우~~~
자식은 품안에자식이라네 아들,딸 다 키워서 재짝만나서 잘 살면되지, 딸이라 투정말고 ... 자식보살피는마음의 반이라도 부모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