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탄핵정국의 혼란 속에서 나는 200여년 전, '요한 페테 에커만'와 '괴테'의 대화를 떠올린다.
기득권 세력의 반동은 마치 멈추지 않는 악의 질주와 같다. 선을 향한 노력은 끝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이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현실 앞에서, 수많은 선인들은 문득 세상이 선의 편이 아닌 악의 편인 것은 아닐지, 역사는 과연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휩싸인다.
악의 고리가 미처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석방되어 집으로 되돌아가는 내란수괴의 모습에서 선인들은 또 한 번 절망한다. 그래, 어쩌면 세상 자체가 악의 편일지도 모른다. 순진하고 바보 같은 선인善仁 들만 빼고. 악은 너무나 쉽게, 너무나 거침없이 세상을 휩쓸고, 선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나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든다.
12.3 내란이라는 거대한 바위는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밀어 올리면 또다시 굴러떨어진다. ‘시지프 신화’에서 끊임없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는 시지프스의 운명을 통해 인간 삶의 부조리를 형상하고 있다.
어느 선인의 하루가 인생이 되고, 인생은 역사가 된다.
36년 일제강점기를 지나, 26년이나 되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 독재 시대를 견뎌온 수많은 선인들의 삶이 아득하다. 광주의 영령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아무리 끊임없이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반복한다. 그런 까닭에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게 된다.″라고 말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묵묵히 바위를 밀어 올린다.
바보 같은 행위 속에서 부조리한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시지프스의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