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47, 역사의 쓸모, 최태성 지음, 2019, 총357p
일제 강점기, 이때 만주에서 활동했던 독립투쟁단체의 이름과 주요 활동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한 번 공부해보련다. 한국독립군, 대한독립군, 서로군정서군, 북로군정서군, 조선혁명군 등등. 왜냐하면 누가 뭘 결성하고, 어느 단체가 생겼다가 없어지고, 또 다른 단체와 연합한 독립투쟁단체의 그 어려웠던 시절을 알아보고 외워보는 것은 대한 민국의 후손인 내가 해야만 할 일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재미없고 지루한 부분이라 공부하기 싫었은데 이 책 저자는 나에게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그런데 만약 일제강점기에 외울 게 없다면 그 역사는 어떤 역사입니까? 고작 몇 개의 단체와 몇몇 사람의 이름만 존재한다면 말이죠. 그런 역사는 비겁의 역사입니다. 우리 후손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굴욕의 역사인 것이죠. 외우기 힘들 만큼 수많은 단체와 수많은 독립투사가 있기에 우리 근현대사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분명하게 제시해주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나만 몰랐던 것 같아 매우 부끄럽고 이제부터 꼭 잊지않고 기억해두련다. 1919년 3월 1일이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뀐 날이라는 것이다. 황제가 백성을 통치하던 나라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주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날! 1789년 프랑스혁명 만큼이나 의미 있는 날로 3•1운동을 기억하리라.
그라고 러시아 땅, 핀란드 바로 옆, 무르만스크!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혹독한 추위가 있는 곳, 지구 상 삶의 터전 준에서 가장 북쪽의 해안가, 1919년 9월에 대한민국 국민이 거기서 파리로 전보 한 통을 보냈다니! 볼셰비키 혁명으로 사회주의로 첫발을 내디딘 러시아에서 갈곳을 잃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 도와달라는 전보를 보냈다고 한다. 3•1운동 민초의 위력이 얼마나 큰 것이고 '국가'가 왜 인류에게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이름도 성도 없던 신라사람 장보고 이야기,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이 유' 遺'라는 한자가 '버릴 유'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유물이란 선대의 사람들이 후대에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유물이 바로 버려진 물건들이란 아이러니!!! 그리하여 삼국유사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버려진 이야기라는 것!
크고 중요한 사건들로만 이루어진 역사만 알고 있다가 그것을 있게 한 배경이 하나 둘씩 화면 위에서 4차원적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오는 것을 직접보는 이 경이롭고 생생한 필담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죽어 있던 지난 이야기가 현재의 홀로그램으로 재생되어 역사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눈 것 같다. 역사가 에드워드 카가 말한 것처럼 "역사는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라고 한 말이 뿌듯하게 다가온다.
위대한 역사학자 E. H. Carr의 명언 세 가지를 제시하면서 '역사의 쓸모"를 끝맺는다.
1. What is history? ... it is a continuous process of interaction 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
2. Good historians...have the future in their bones.
3. History consists of a corpus ascertained facts. The facts are available to the historian in documents, inscriptions and so on, like fish in the fishmonger's slab. The historian collects them, takes them home, and cooks and serves them in whatever style appeals to him.
첫댓글 또 역사!
What is history?
많이 많이 느끼고 배웠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