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나미비아의 사막>
1.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은 우울하다. 어쩌면 그것은 우울함을 넘어 지극히 피폐하고 허무가 가득한 희망을 상실한 몸짓과 비슷하다. 무언가 의미를 찾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극을 얻고 싶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것들은 허황스럽고 찌질한 것들의 연속일 뿐이다. 일본 영화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그리는 젊은이들의 일상은 공허가 지배하는 시간과 공간이 지속된다.
2. 오래 전 학교동창에게 전화를 한 뒤 자살하는 젊은이, 한 남자와 동거하면서도 또 다른 남자와 연애관계를 유지하는 여성, 상사의 유흥업소 강요를 소심하게 고백하는 남성, 행복을 꿈꾸고 동거를 시작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충돌과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 여성은 남성의 이기심을 공격하고 남성은 여성의 끊임없는 투정과 요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분명 사랑하는 관계이지만 그 속에는 어떤 따뜻함이나 신뢰가 없다. 다만 욕망에 충실하고 현재를 버텨내려는 목적에 움직일 뿐, 서로에 대한 희생과 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 또한 그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고통의 무게로 다가올 뿐이다. 비정규직 직업도 유지하기 쉽지 않으며,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는 작가생활도 허위로 가득 차 있고 미래는 암울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족들은 어떤 힘을 주지 못하는 지극히 피상적인 형식으로만 연결되어 있다. <나미미아의 사막> 속 젊은이들의 모습은 그렇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3. 모두가 개인적 아픔과 고통에 시달리지만 그것으로부터 탈출할 방법은 없다. 정신병원의 상담료는 비싸고, 대신 참여한 상담소에서의 상담은 허접할 뿐이다. 우연하게 만난 한 여성은 다른 여성에게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아픔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잊혀지고 저출산과 고령의 일본사회에서 개인들도 그저 사라질 운명이라고 말하며 현재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못하는 현재의 삶, 변화시킬 의욕도 사라진 무력감이 진하게 번져간다. 영화 마지막 동거하는 두 남녀가 읖조리는 ‘모르겠다’라는 말은 그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삶에 대한 정직한 표현일 것이다.
4. <나미비아의 사막>은 언제 등장하는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사막의 샘물에 모여든 영양들은 물을 마시고 샘 주변을 서성이지만, 그 곳에 있는 다른 영양들과 접촉하지 못한 채 각자 이리저리 움직일 뿐이다. 인생을 살아갈 무언가를 찾기 위해 샘물로 모였지만 그 곳에 모인 것들과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는 소통의 부재, 군중의 고독이 영양들의 모습을 통해 오버랩되는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누군가 느끼고 있는 젊은이들의 공허한 모습을 쓸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에 대해 젊은이들이 얼마큼 공감할지는 알 수 없어도 현재의 삶에 대한 하나의 관점인 것은 분명하다. ‘희망’의 의미가 사라진 시대, 그 곳에는 타인에 대한 희생을 거부한 채 오로지 자신의 모습에만 몰두하는 ‘자아’의 과잉만이 넘쳐나고 있다.
첫댓글 - 다만 욕망에 충실하고 현재를 버텨내려는 목적에 움직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