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8,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33 Meditation On Death, 데이비드 재럿, 2020, 김율희 옮김, 2020, 총319쪽
이 책 46쪽이다.
"다음으로 80대 후반인 멕켄지의 집으로 갔다. 오두막 문을 두드리니 답이 없었다. 한 이웃이 그가 사냥하러 나갔으니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 노년은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즐거움을 느끼기는 일을 하면서,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어떤 활동을 하면서 말이다. 스도쿠만 붙잡고 있거나 양로원에서 다른 노인들과 앉아 무의미한 노랫가락에 맞춰 허공에서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 노년을 보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옛 모습이 드리워진 쭈글쭈글한 그림자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책 저자는 영국에서 가장 나이 많고 가장 연약한 이들을 상대하는 노인 의학을 40년 간 담당해온 의사이다.
100년 전에는 돌봄이란 단어가 자녀돌봄이란 의미였는데 이제는 노년돌봄이라는 말로 바뀌었고 어느 가정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녹초가 될 정도로 오래 연장되다가 결국은 좋지 못한 결말을 맞는다. 데이비드와 누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울지 않았다고 한다.
"우는 것은 똥 싸는 것과 비슷해. 혼자 있을 때 하는 게 최고야."
라고 누나가 장난스레 말했지만 사실은 울지 않은 진짜 이유는 어머니가 이미 오래 전에 죽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치매로 오랫동안 요양원에 입원해 계셨기 때문이었다.
수십 년이 넘도록 자연이 현대 의학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노인에게 퍼부을 수 있는 수많은 고통과 모욕을 목격해왔기에, 그는 생전 진술서와 생전 유언장을 기록해 놓았다고 한다.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정신적 상태에 이를 경우, 처한 미래에 대한 바람을 표현했다. 듣고 싶은 음악, 보고 싶은 그림, 먹고 싶은 음식 등에 대한 소박한 바람. 그리고 병을 치료하는 약제 투여는 반대하고, 고통 완화 약제 투여를 바라는 구체적인 내용과 종국에는 모르핀 투여량의 증가에 대해 상세하게 적어 놓았다.
인생 말년에 건강 관련 소비 금액은 다른 시기에 비해 13배나 증가한다. 신체 활동과 채소 섭취는 치매발생 위험과 우울증, 대장암을 30퍼센트 낮추고 골반골절 70퍼센트 감소, 유방암 20퍼센트 감소, 혈관 질환 35퍼센트 감소 결과를 이끌어낸다고 한다.
데이비드 재럿이 주장하는 가장 강력한 말은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죽자." 라는 말이다. 담배 피우기, 와인 마시기, 나무 아래 앉아 있기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중요한 것들을 하다가 죽는 것이 아무일 없이 그냥 살아있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다. 죽음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고 이 지혜를 우리의 삶의 구조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녹여내는 것은 필수적인 삶의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이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가 맘에 든다. 폴 사이먼의 노래 Fifty way to leave your lover!! 목소리가 편안하다.
그리고 이 책 180쪽에는 그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들이 있는데 이 곡들을 나도 들어보고 이 노래들을 좋아할지 말지를 정하겠다. 이 곡들을 들어보는 이유는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내가 생각하는 마지막 순간과 매우 일치하기 때문에 데이비드 재럿이 좋아하는 음악을 나도 들어보고 싶다. 어젯 저녁 OCN에서 본 영화 나이브즈 아웃 knives out도 노년을 생각해보게 하는 탐정 스릴러 영화였는데 인생의 마지막 나날들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일맥상통했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크리스 에반스가 주인공들이다.
180쪽 노래 제목들
1, 예스의 '가장자리에 더 가까이 Close to the Edge'
2. 캡틴 비프하트의 "트라우트 마스크 레플리카 Trout Mask Replica
3. 록시 뮤직의 초기 앨범
4. 벤 모리슨의 "에스트럴 위크스 Astral Weeks
5. 소프트 머신의 3집과 7집
6. 헨리 카우의 "배움의 찬양 In Praise of Learning"과 콘서트 Concerts의 3면에 수록된 오슬로 Oslo
7. 마일스 데이비드의 "세 가지 감정" Three Little Feelings
8. 나를 진정시킬 때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 Kind of Blue를,
나를 깨울 때는 프로디지의 더 팻 오브 더 랜드 The Fat of the Land"를 추천함
9. 피터 월록이 영어로 번안한 노래도 무척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