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오 학형이 고운 연락을 주었다.
"2부 출신 동창회 안내"
광주여상 동창이 운영하는 지석촌으로 향했다.
화순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광일 학형, 메리츠화재 정봉석 학형과 함께...
몇 명쯤 모였을까?
대략 17명 정도였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학형들의 얼굴에서는 예쁘고 고운 삶의 흔적이 역력하다.
유종오 학형이 안건을 냈다.
첫째, 1부와 함께 동창회를 진행하자.
둘째, 오늘 모임의 운영진을 구성하자.
나에게도 발언 기회가 왔다.
첫 번째 안건에 동의하며, 두 번째 안건에 대해서는 윤재경 학형을 회장으로 추천합니다.
아침이슬처럼 순간의 흔적 25년의 세월은 잠시라는 시간의 여유를 필요로 한듯했다.
첫 번째 안건은 부결이 아닌 보류로 결정되었고,
두 번째 안건은 2011년까지 유종오 학형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가 된 모습들을 보니 기쁨이 찾아왔다.
좌중은 흥겨웠고, 25년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비좁았다.
담배 한 개비 들고 밖에 나왔다.
문득 한 생각이 찾아왔다.
헤아림 속의 만남!
그 길 촉촉하다.
오고가는 문명이 눈을 헤잡는다.
나는
하닐 없어
담배를 피운다.
담배 연기
하닐 없어
느릿느릿 걸어간다.
어찌 이리 재촉하였을까?
우리의 그리움...
술 한 잔 드리우면 청련거사 이태백 따라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길게 쓰면 소설이고,
그 보다 짧게 쓰면 수필이고,
수필보다 짧게 쓰면 시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앎이다.
요즘에는 읽고 싶었던 내용의 책들과 우연한 인연을 짓고 있다.
윤종순 여사께서 주신 "누가 그의 이름을 지웠는가, 민족의 참 교육자 학산 윤윤기"
윤종순 여사는 학산 선생님의 둘째 따님이시다.
일흔셋 노구를 이끄시고,
2009년에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2010년에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식을 하얼빈까지 다녀오셨다.
학산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임시정부 비밀요원이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더러 보성 회천동초등학교, 회천서초등학교, 보성중학교 설립을 주도하셨다.
40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토지까지 쾌척하셨다.
그러나 해방 이후 일제 고등계 형사였던 보성경찰서장에게 암살을 당하셨다.
참여정부 시절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모든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학산 선생님에 대한 서훈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는 민족렬사로 서훈을 하셨다.
윤종순 여사께서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서훈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통한의 60년을 살아오신,
한국전쟁 피학살자 1,000만 유가족들의 피눈물 나는 삶은 우리 역사의 멍에이다.
그러나 윤종순 여사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신다.
평화재향군인회 고문,
광주서프라이즈,
국민의 명령 등 역동적인 활동을 주저하지 않으신다.
내 삶의 규범이기도 하시다.
오는 7월 7일은 학산 윤윤기 선생 서거 61주년이다.
무등산 문빈정사 가는 길 수자타에서 오후 3시부터 진행된다.
다행히 림추섭 선생님께서 기념사업회장직을 수행하시고,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김순흥 교수님께서 주관을 해주신다.
림추섭 선생님은 5.18 31주년 기념사업회장이시다.
광주대학교 김순흥 교수님은 잘 묵고, 잘 놀자는 놀부마을 대표이시다.
내년에 민주진보정권이 창출되어 학산 윤윤기 선생님의 서훈이 앞당져 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전택원 기자의 "마음에 이슬 하나"
1,200년 전 "도선비결"을 주역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이윤옥 교수의 "사쿠라 훈민정음"
일본말 찌꺼기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이윤옥 교수의 시집 "사쿠라 불나방"
친일 문학인들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황주홍 강진군수의 "미래학 산책"
건국대 교수 시절 미래학자 6인의 생각을 톺아 본 내용이다.
일지 이승헌 총장의 "한국인에게 고함"
홍익인간의 정신만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우리 민족의 웅혼함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선거기획팀이 저술한 "이광재 선거혁명"
암울한 현실을 진솔한 도전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기적을 창출한 전사들의 합창곡이다.
27회 선배 최경환 비서관이 저술한 "김대중 리더십"
철학자요 정치가이며 세계가 존경했던 위대한 스승의 정신적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2002년판 도진순 교수의 "백범일지"
백범 김구 선생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 경기남부 지부장 신용승 회장의 자서전은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역사의 작두 위에 선무당같이 춤 춘 80년"
신 회장님은 80 노구를 이끄시며 종횡무진 민족의 앞날을 위해 오늘도 헌신하고 계신다.
경당 임동규 선생께서 저술하신 "무예도보통지"
임진년 조선, 명나라, 일본의 무술을 집대성 한 것이지만, 전문서적이라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다.
나는 이들을 친구라 여기며 좋은 습관 하나를 간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능하면 매일 아침 5시에 이들과 함께 전남대학교를 산책하는 것이다.
어느 날이었을까?
우영이 내외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윤혁이가 부잡스럽다고 했다."
그 말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부잡하기로는 어린 시절 백범을 따라 갈 사람이 없다는 말을 했다.
오는 10월 전역을 앞둔 특전사에 복무 중인 아이가 집을 다녀갔다.
아이가 광천동 터미널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화내지 않는 연습"
일 년에 300여 권이 넘는 책을 탐독하는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탐독내용을 공책에 정리해서 나에게 준다.
아이에게 그 선배의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버스에 탑승하기 전 책을 본 후에 나에게도 화내지 않는 연습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바람이 분다.
마당에서 서성거리는 감나무의 잎새들이 즐겁게 춤을 춘다.
화사했던 장미꽃은 시절인연을 다했지만, 푸르른 가지는 감나무와 함께 춤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담쟁이도 무럭무럭 갈 길을 재촉하고 있다.
영산홍은 낮은 곳에서 화사함을 뽐내고 있다.
동백은 굳건함으로 마주하는 바람과 대화를 놓지 않는다.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 있을까?
짓는 인연마다 행복이 찾아온다.
어제의 동창들에게서도,
매일 함께 하는 마당의 꽃과 나무들도,
산책에 동행해주는 책들도 함께하면 행복이 찾아온다.
어렴풋이나마 흐린 날 무등산 서석대의 실루엣처럼 여유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찾아온다.
어느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피고,
시절인연이 닿으면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모두의 마음 속에는 1부와 2부의 공간이 없으리라.
그저 광주상고 35회라는 공간만 존재할 뿐.
기다리면 시절인연 닿지 않겠는가?
자연 앞에 서면 자연의 한 조각,
역사 앞에 서면 역사의 한 조각,
시간 앞에 서면 시간의 한 조각.
나의 존재는 그러하리라 여긴다.
한 조각의 존재이니 그러함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겠는가.
참! 행복한 날들이다.
다시 또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주연~ 글 잘 읽었다! 여전히 멋쪄~~^^
주연 좋은 글 감사... 그런데 가능하면 1부와 같이 함이.. 투표하라면 한표 합니다..
1.2부 구분없이 기존에 모임을 하고 있는 35회에 힘을 실어 한 방향으로 갑시다... 35회 화이팅...
멀리 대전에서 .....
맞아...~ 그런 구분이 어딨어...? 졸업하면 다들 친구인데.... 50살 넘어서도 그럴래..?
난 그런건 없어... 광상35회 동창이라면 모두 친구이며, 더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한다...^^;
노형, 임진수, 정창원, 이병주, 졸업하고 더 친해진 친구들... 만나면, 편하고 술고픈 친구들.....
같이 술고픈 친구들.... 유종오, 홍기완,.. 참! 홍기완은 술푸지 않는 친구... 사이다에 취하는 친구인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