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2019 秋十月 이야기] 03. 산 태풍이 죽은 계획을 살리다

[Hikari RailStar]

[2019 秋十月 이야기] 제 3편. 산 태풍이 죽은 계획을 살리다

태풍으로 시작부터 엉망이 된 여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행선을 급하게 후쿠오카로 변경, 도착했는데 직접 영향만 없다 뿐이지 교통기관 운행 중단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카타역 JR서일본 미도리노마도구치에서 산요산인패스를 구입 후, 일단은 고쿠라에 잡은 숙소에 짐을 놓기로 하고, 곧바로 이동을 합니다.

[사진 51. 패스 구입 후 바로 이동을 위해 개찰을 통과합니다. 태풍으로 인해 모든 열차는 히로시마/오카야마까지만 운행했습니다.]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초 제가 지정석을 잡은 열차는 13시 정각에 출발하는 고다마 744호였는데요, 처음에는 정시 운행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지연안내가 뜨더니 5분, 10분, 15분, 20분 등 계속해서 지연폭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기어이 13시 15분 발 사쿠라 554호가 먼저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최대한 시간소모를 줄이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언제올지 모르는 열차를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오는 열차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차피 사쿠라가 상위등급이고 도중에 고다마를 추월하는 것은 정해진 바이기 때문에 사쿠라 554가 먼저 온다면 출발도 먼저할 거라는 추정이 가능했죠.

평시에도 툭하면 만석이 되는 사쿠라였기 때문에 자유석 확보는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다행히 캐리어도 작은 사이즈였고 목적지가 바로 다음 역은 고쿠라였기 때문에 그대로 데크에서 입석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사진 52. 낮시간 사쿠라가 히로시마행을 달고 있는 극히 드문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평시에도 히로시마행 사쿠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있기는 있는데요, 막차 순번에 1편만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가고시마츄오에서 20시 13분에 출발, 히로시마에 22시 59분에 도착하는 사쿠라 458호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열차는 히로시마에서 주박 후 다음 날 히로시마 06시 44분발 가고시마츄오행 사쿠라 451호로 돌아갑니다.

[사진 53. 그렇게 도착한 고쿠라역입니다. 목적지가 여기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내는 혼잡했습니다.]

[사진 54. 사쿠라 554호가 고쿠라역을 떠납니다. JR서일본 소속 S12편성으로 운행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디 달리 갈 곳은 없었습니다. 큐슈 내에서 움직여야 했는데, 고민 끝에 당초 계획에 넣었다가 포기했던 박물관 전시회 관람을 하기로 했습니다.

평소같으면 어려웠을 텐데, 다행히도 이 날이 토요일이어서 야간까지 개관연장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사진 55. 숙소에 일단 짐을 맡겨두고 다시 고쿠라역으로 나왔습니다.]

[사진 56. 며칠 전부터 주의가 울렸던 탓인지 고쿠라역 신칸센 개찰 쪽의 혼잡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진 57. 실제로는 오카야마~도쿄 구간 전체가 운전중지 상태였고, 하카타~오카야마 구간도 정시운행은 안되고 있었습니다.]

평소같으면 한 정거장을 가도 무조건 지정석을 잡는 것이 제 여행패턴입니다만, 노조미가 빠지면서 운행간격도 길어지고 정시운행 여부도 장담이 안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정권 발권은 포기하고 얌전히 가장 먼저오는 열차의 자유석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자리가 없더라도 하카타까지는 20분 이내로 가니까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사진 58. 700계 7000번대로 운행하는 고다마 739호가 진입하고 있습니다. 하카타까지는 고다마든 뭐든 먼저와서 먼저 출발하는 것이 도착도 먼저합니다.]

[사진 59. 하카타역 신칸센 승강장은 여전히 승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퍙소보다 운행편수도 줄었는데, 편성도 짧고 심지어 정시운행도 안되고 있으니 혼잡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고다마 안에서 버스시간표를 조회해보니, 도착 후 바로 몇 분으로 연계되는 운행편이 있었습니다.

이 차를 잡기 위해서 사진도 포기하고 빠르게 이동했고, 승차에 성공했습니다.

[사진 60. 고속형 차량에 승차했습니다. 출발 직전에 승차했음에도 승객은 많지 않아서 운전석 바로 뒷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61.이 버스는 다자이후로 가는 다자이후라이너입니다. 니시테츠버스에서 운행하는 노선버스인데요, 하카타역에서 후쿠오카 근교 관광지인 다자이후로 가는 최적/최강의 경로입니다.]

하카타역에서 다자이후까지 철도로 이동하는 경로는 좀 많이 애매합니다.

니시테츠 다자이후선만 있는데, JR로 이 노선 연계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후츠카이치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JR 후츠카이치와 니시테츠 후츠카이치는 좀 떨어져 있습니다. 거리 자체가 아주 먼 것은 아닌데 초행길 여행자들은 경로찾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니시테츠로 이동을 하자니,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텐진까지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때문에 니시테츠 버스에서 운행을 시작한 다자이후 라이너는 호평을 받으면서 빠르게 정착했고, 오전에는 넘치는 관광객들 수요로 한참 기다려야 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사진 62. 차내에는 좌석별로 USB포트를 통해 충전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춰져 있습니다.(일부 차량은 없습니다)  가는 동안 저도 핸드폰에 원기를 충전시켰습니다.]

[사진 63. 다자이후라이너는 후쿠오카공항 국제선터미널을 거쳐 큐슈자동차도로로 진입합니다. 공항 나와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미치바시 요금소를 통과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하이패스 개념의 ETC를 사용하는 차들도 요금소에서는 철저하게 규정속도에 맞춰 저속으로 통과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그냥 냅다 달리지 않습니다.]

[사진 64. 약 40여분의 운행끝에 다자이후에 도착했습니다. 다자이후 라이너가 호평속에서 정착되면서 특징을 갖춘 전용도색이 등장했고요, 이어서 차량도 신형차량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타비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진 65. 다자이후 자체는 자주 와 본 곳입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곳, 다자이후 뒤쪽에 있는 큐슈국립박물관입니다.]

10월부터 중국 삼국지(우리가 알고 있는 위촉오, 그 삼국지 맞습니다)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삼국지 자체가 드문 주제인데다가 중국의 1급문물(우리나라로 따지면 보물, 국보급)도 출품되고, 특히 최근에 발굴된 조조의 릉(고릉/고평릉)에서 출토된 유물도 나왔다고 하여 꼭 봐야겠다 생각했었죠.

당초 여행계획에 넣었다가 일정이 짧은 바람에 포기하고 다음 기회로 미뤘었는데, 태풍으로 인해 후쿠오카로 들어오면서 관람의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19호 태풍이 저에게 준 유일하게 긍정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촐영도 가능하다 하여 출품된 전시물 대부분을 촬영했습니다만, 연구회의 성격과는 좀 벗어나 있어서 따로 올려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약 3시간에 걸쳐 관람을 했는데, 이거 못봤으면 어쩔뻔했나 할 정도로 전시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사진 66. 관람을 마치고 나왔을떄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뒤였습니다. ]

[사진 67. 아무리 자주왔어도 온 김에 다자이후를 한 번 더 둘러보고 갑니다. 밤에 온 것은 처음인데, 또다른 정취가 있었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더 좋았습니다.]

[사진 68. 다만 문제는 이 시간에는 버스가 이미 없다는 겁니다. 하카타역으로 가는 다자이후라이너는 17시 20분이 막차이며, 이 이후에는 철도를 이용해야 합니다.(JR/니시테츠 후츠카이치로 가는 노선버스가 있기는 한데, 소요시간도 배차도 심란합니다)]

[사진 69. 어쩔 수 없지요. 철도를 이용해서 돌아갑니다. 니시테츠 다자이후역도 새롭게 분위기를 일신했습니다.]

[사진 70. 대부분의 열차는 다자이후~니시테츠 후츠카이츠 구간을 반복 운행합니다. 18시 58분발 후츠카이치행이 대기 중입니다.]

[사진 71. 동네가 동네이니만큼 역 분위기도 그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 와중에 역번호가 붙었네요. 니시테츠 다자이후선은 D를 기호로 씁니다.]

[사진 72. 후츠카이치행 보통열차는 6000계 6006편성이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7시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이미 한밤중 분위기입니다.]

[사진 73. 다자이후선의 역은 다자이후-고죠-후츠카이치, 딱 3개 역입니다.  종점 후츠카이치에 도착했는데, 후쿠오카(텐진)방면은 여기서 갈아타야 합니다.]

[사진 74. 곧바로 니시테츠후쿠오카(텐진)행 특급열차가 도착했습니다. 사진을 올리지는 않습니다만 이 열차를 타고 오다가 오하시역에서 각역정차로 환승했습니다. 피곤해서 잠깐이라도 앉고 싶었거든요.]

[사진 75. 종점이자 터미널역인 니시테츠후쿠오카(텐진)역입니다.최근 일부 승강장에 로프식 스크린도어(일명 줄크린도어)를 설치, 가동 중에 있습니다.]

[사진 76, 지하철 공항선을 탈까 하다가, 그냥 길을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왔습니다. 지하도 오르내리는 것도 귀찮았던 데다가 텐진~하카타역 구간은 100엔 운임 구역이라 지하철보다 운임도 싸기 떄문이었죠.]

[사진 77. 역시나 오래기다리지 않아 버스가 왔는데요, 심지어 급행노선이라 더 빨리 하카타역 앞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도색은 니시테츠 신도색인데, 차량은 좀 노후화했습니다.]

[사진 78. 하카타역을 이렇게 보고 있노라면 과거 칙칙한 학교건물 시절의 모습이 오버랩되고는 합니다.20년이 안되는 시간에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사진 79, 산요신칸센은 오늘 하루 종일 "신오사카행같은 것은 없는 세계"였습니다. 후쿠야마행 고다마와 신시모노세키행 고다마가 보인다는 것은 산요신칸센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간다는 뜻입니다.]

[사진 80. 가장 먼저 출발하는 미즈호 612호를 타고 고쿠라에 도착, 숙소인 니시테츠인 고쿠라에 체크인을 마쳤습니다.]

길고 정신없었던 여행 첫날이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혼란했지만, 이건 이거대로 또 즐거운 경험이었죠.

내일부터는 당초 일정대로 간사이 지역으로 이동하는데요, 이미 수립했던 계획같은 것은 머릿속에서 싹 지워져 있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그 때 그 때 즉흥적으로 일정을 만들어서 움직이기로 합니다. 

[오 윤석]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 그 태풍이 왔던 시기에 다녀오셨군요..! 첫 편부터 정주행해서 다 봤네요 :) 나머지 여행기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