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탄생시킨 최고의 맛이라는 캐비아는 철갑상어의 알이다. ‘카스피해 식재료의 흑진주’ ‘선전을 하지 않고도 팔리는 유일한 상품’ 으로 불리우는 식품이기도 하다. 고가(高價)의 캐비아는 철저한 계급의 산물로 세계를 대표하는 사치식품의 하나이다.
유럽의 왕실귀족들도 철갑상어 알을 즐겼고, 영국을 통치한 에드워드 2세 (1307년~1327년)는 철갑상어 어획을 귀족에게만 허용했다.
캐비아는 약 3,000만년전인 공룡시대부터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물고기지만 상어과는 아니다. 철갑과 같은 커다란 비늘이 있어서 붙어진 이름으로 이빨이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 덤벼들어 무는 일도 없는 온순한 물고기이다.
전 세계 캐비아의 90%가 카스피해에서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명성이 높은 것은 러시아산이다. 짭짤하고 반들반들한 철갑상어 알을 처음 음미한건 페르사아인들로 스태미나를 위해 정기적으로 먹었다.
암컷 철갑상어의 어획기는 봄과 가을로 년 2회. 이때 체중의 3분의 1은 알로 채워져 있다.
캐비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철갑상어가 살아 있을 때 알을 꺼내서 손으로 씻는다. 물기를 제거한 알은 크기, 색, 맛, 향의 기준에 따라 선별작업을 거친다. 그 다음 숙련된 마스터가 알에 정확하게 계산한 소금의 양에 절여 맛을 낸다.
다시 일정기간 알의 수분을 빼고 말린 캐비아는 특별히 준비된 금속통에 넣어 봉하여 적당한 온도에서 숙성시킨다. 워낙 비싼 식재료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최소 포장단위는 보통 30g 정도다.
모든 캐비아를 똑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벨루카(Belrga)는 몸의 길이가 6~8m로 몸집이 가장 큰 철갑상어이며 캐비아 중에서 가장 알이 굵다.
알의 색깔은 연한 잿빛이 도는 검은 색에 투명하게 윤기가 감돈다.
너무 약해서 다루는 과정에서 쉽게 손상되지만 입안에서 부드럽게 터지는 감촉은 일품이다. 캐비아 중에서도 최고로 값이 가장 비싸다.
오세트라(Osetra)는 몸의 길이가 3~4m로 작고 과일과 견과류 맛이 나며 알은 말랑하고 다소 끈기가 있다. 색깔은 갈색이나 황금색을 띤다.
세브루카(Sevruga)는 1~2m 크기로 가장 작은데 맛은 짭쪼름하고 진하지만 카스피해 캐비아중 가장 저렴하다.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캐비아이며, 주로 훈제연어 등에 곁들여 먹는다.
알의 색깔 그 자체는 품질과는 무관하며 산란기에 가까운 경우는 옅은 회색이고, 산란기에서 먼 경우 흑색으로 된다.
‘인간의 미각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장본인’ 이라는 찬사를 받는 캐비아는 원래는 소박한 러시아 음식이었다. 호밀로 만든 짭짤한 팬케이크에 새콤한 크림을 얹고 그 위에 캐비아를 흩뿌려 먹는 요리가 유명하다.
캐비아와 가장 잘 맞는 술은 보드카로 러시아에선 살짝 얼린 보드카와 함께 먹는 것이 전통이다.
오래전부터 캐비아를 먹을 때는 맛을 지키기 위해 금속스푼은 쓰지 않고 조개껍질, 나무, 사슴뿔 등으로 만든 스푼을 써 왔다.
캐비아를 먹는 이상적인 방법은 구입하자마자 바로 먹는 것. 금속통에선 6주 정도, 유리병에선 8주 정도 보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캐비아의 신선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통조림 상태로 직접 서빙해야 한다.
캐비아는 요리를 거부하므로 그 자체의 맛을 즐겨야만 한다. 빵을 얇게 썰어서 버터에 살짝 굽고, 그 위에 작은 스푼 하나의 캐비아를 얹으면 충분하다. 열은 캐비아의 질을 급속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캐비아 맛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입에 넣고, 입천장에 붙인 채로 잠깐 기다린 후에 씹지 말고 혀로 부수어야 한다.
입안 전체로 서서히 퍼지는 짭짤한 맛과 몽롱한 향의 관능적인 감촉은 왜 캐비아가 ‘검은 보석’인지 알 수 있게 할 것이다.